[논설] 건강보험 연구를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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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건강보험 연구를 시작하면서...
  • 전양호
  • 승인 2004.11.2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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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료보험)은 19세기 말 비스마르크에 의해 최초로 강제적인 사회보험이 시행된 이후 수많은 논쟁들과 실험을 거치면서 발전해왔고, 다양한 형태로 전 세계적인 빈곤과 질병에 대한 위험,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일정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63년 의료보험법이 처음으로 제정되었고(임의보험형태), 많은 질적인 변화를 거쳐 1999년 2월8일 질병의 치료 외에 예방, 건강증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건강의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또한 이후 건강보험의 조직과 재정통합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급여범위의 확대, 본인부담금 상한제, 의료급여 본인부담 인하 등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들의 도입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정책들은 어디까지나 의료계에 국한된 정책들로 비급여 항목이 많고 고가진료가 많은 치과부분은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수돗물불소농도조절사업의 예산삭감, 스케일링 보험급여제외 등 치과부분은 의료의 보장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기도 하다.

보험정책우선순위에서 치과부분이 밀려나고 있는 원인은 다음의 몇 가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치과진료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먹고자 하는 욕구를 해결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음에도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주지 않는다는 편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그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둘째, 최근 본인부담금 상한제(치과부분은 제외됨)의 논의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현재의 건강보험재정으로는 치과의 비급여 항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인해 아예 기본적인 논의구조에서 제외시켜버리는 경향이 있다.

셋째, 보험급여확대는 치과의 수입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일반 치과의사들의 인식으로 인해 레진, 노인틀니 등의 급여확대에 대한 치계내의 저항이 심하다. 그러나 급여확대로 인한 환자수의 증가로 생기는 반사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치과의사에게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을 남길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급여확대제한의 대부분의 책임은 국가에 있음에도)

어쨌든 건강보험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건치를 비롯한 진보적인 치과의사 그룹에서조차 위에 열거한 이유들로 인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여론을 선도하지 못한 채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건강보험재정의 부족, 급여 확대로 인한 국민부담의 증가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이고 정치적인 부분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정확한 통계와 분석, 사회보험에 대한 확실한 지식 없이 형성되는 막연한 정서적 위축감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모 인기 TV드라마에 “청년 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로 시작하는 대사가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그로 인한 빈곤과 빈부의 격차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때 사회보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사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싸워나갈 수 있을까?

현재 건치 정책연구회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건강보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개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건강보험에 대한 치과 전문가집단 양성과 구체적인 정책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시작일 뿐이지만 우리 치과계의 과제라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관심과 질책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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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2004-12-01 00:49:02
건치의 역할 중 하나는....올바른 정책을 생산해내는 것 뿐 아니라, 치협과 비판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치협을 견인하는 역할도 해야 할 것같습니다.
사실상 정책연구회는 현실적으로 순수히 '연구'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치의 정책사업을 하는 단위지요. 연구를 시작하는 것도 그 정책을 생산하고 입안하는 정책사업을 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그렇다면, 상근 보험이사를 도입하라던가? 치협을 견인하는 목소리를 내고 그러한 액션을 취하는 것도 필요할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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