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때문에 숨 돌릴 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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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때문에 숨 돌릴 틈 없어요”
  • 김병주
  • 승인 2010.04.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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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동행] ‘광주 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치과진료 현장

 

한 해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 작년 11월 29일. 오전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이하 건강센터)’ 만큼은 사람들 발길로 붐볐다.

뜻있는 지역 사회단체와 기관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머나 먼 타국에서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6월부터다. 지금와서 새삼 그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처음 광산구 월곡동 산정공원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할 때만 해도 손바닥만한 진료실을 갖춘 그야말로 열악한 처지였다. 환자 대기실도 따로 없어, 복도는 말할 것도 없고 계단도 모자라 찬 겨울이건 무더운 여름이건 밖에서까지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보람이라면 이런 가운데도 건강센터를 찾는 환자들이 갈수록 늘었다는 것.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지자체 등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새로 장소도 옮기고 현재처럼 제법 면모를 갖추게 됐다. 지난 6월에는 ‘200회 진료’라는 뜻 깊은 시간을 맞기도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가 어려운 가운데 그동안 한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은 물론이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가지만 치과 진료실 앞은 아직 대기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체어 3개가 마련돼 있지만, 찾아오는 환자들을 감당하기엔 매번 벅차다.

이날 진료에는 고석주, 봉국현, 박근표 전문의가 참여했으며 이들을 보조해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동아리인 ‘사회의료연구회’ 소속 6명의 학생들이 함께 했다.

“예전보다 환자가 많이 늘었어요. 3명이 진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힘겨울 때가 많죠. 환자가 밀려들 땐 숨 돌릴 틈도 없어요. 보조해 주는 학생들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오늘 4명 정도는 기다리다 그냥 돌아간 듯 싶어요.”
화순 고려치과 박근표 선생님의 말이었다.

건강센터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치과진료는 그만큼 인기가 높다.

“치과는 손쉽게 이용하기 어렵고 비용도 만만찮아요. 또한 스케일링부터 보철까지 그 진료 범위도 넓어 건강센터 이용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건강센터에 큰 축을 차지합니다.”
건강센터 이승남(41) 총무의 설명이다. 

실제 11월의 경우만 보면 1일에는 49명 중 22명, 8일에는 51명 중 19명, 15일엔 44명 중 18명, 22일엔 53명 중 25명이 치과 진료를 받는 등 수요가 많다. 이날 역시 58명이 건강센터를 찾았는데, 20명이 치과 환자였다.

“우선 다른 곳이 급하고 치아가 나중이다 보니, 이곳을 찾을 때는 많이 안 좋은 상태에서 오게 돼요. 그래도 그 전보다는 점점 좋아진다는 걸 느껴요. 예전엔 아파서 진료 때문에 온 사람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스케일링 때문에 찾는 환자도 많거든요.”

이날 특별히 눈을 끈 것은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투샤라, 아새라, 만다르, 누완씨 등 4명의 친구들이었다. 한국에 온지 5년째라는 투샤라(30)씨는 먼저 진료를 마치고 친구 누완씨의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남공단에서 세탁기 도장 공장에 다니는 그는 이날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한 두 차례 더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누완(31)씨는 이미 이곳에서 어금니 2개를 뽑았는데, 상악치아도 진료가 남아 있다. 이들이 밝게 웃으며 마지막으로 진료실을 빠져 나가자 이제야 이날 진료가 거의 마무리된 듯 했다.

“개인적으로 외국인을 진료해 본 것은 이곳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서 작은 보람을 느껴요.”

학생 봉사자들도 각별한 시간이긴 마찬가지다.
‘사회의료연구회’ 최윤호(29•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2년) 회장은 지난해부터 참여해 왔다고 한다. 그는 “학생으로서 환자를 대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미리 환자를 대하면서 예비 의료인으로서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며 “개원의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사회생활이나 진료경험의 노하우 등 여러 얘기를 나눌 기회가 되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은 시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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