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4천원짜리 우리에겐 큰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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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4천원짜리 우리에겐 큰 힘이죠”
  • 김병주
  • 승인 2010.04.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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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에서 만난사람] 조선족 홍임지씨

 

“중국에서 2주 정도 있다가 엊그제 돌아왔어요. 어머니가 뇌출혈로 돌아가셨는데, 내 손으로 장례까지 치렀지만 아직 믿기지 않아요.”

진료대기실에서 만난 홍임지(50•조선족)씨. 이날은 감기 기운 때문에 건강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4남매 중 막내인 그는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의고 말았다. 올해 나이 칠십이셨다.

“돈이 뭐길래 타국까지 와서 어머니 돌아가신 것도 못 보고….”

그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고향과 가족 얘기를 물으니 금세 눈이 충혈되고 있었다. 한국에 온 지 5년째인 그는 평동공단에 있는 금형과 프레스를 다루는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서 그런지 지금도 믿기지 않고, 아직도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다시 돌아오는데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지더군요. 아직 어머니 얼굴이 안 잊혀져요.”

그의 뒤늦은 사모곡이 더욱 애달프기만 했다.

그는 처음부터 광주에 정착했다. 건강센터를 이용한 것은 꽤 오래 됐다. 올해 스케일링을 한 차례 받고, 지난해엔 어금니 2개도 뽑았다. 때론 다른 사람에게 이곳을 알려주기 위해 동행하기도 하고, 때론 통역을 도와주기 위해 가끔 찾기도 한단다. 

“치아를 다시 해 넣으려 알아봤는데, 비싸서 아예 생각도 못해보겠다”는 그는 “중국에 가면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 시간당 인건비가 4천원 정도인데, 솔직히 급하지 않는 상황 아니면 평일 회사 일 놔두고 병원 출입하기가 어렵죠. 그런 우리들에게 이런 건강센터 같은 곳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광주가 ‘제2의 고향’인 셈이라는 홍씨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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