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부의 경제자유구역법안 폐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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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부의 경제자유구역법안 폐기를 촉구한다
  • 양승욱 논설위원
  • 승인 2004.11.2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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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는 의료체계를 붕괴시켜려는 것인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경제자유구역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행정부처 수준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을 뿐, 결국 재정경제부의 제안대로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법률안은 취약한 의료제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 폐지와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바, 결국 전국적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사회보험 축소 및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초래할 것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일치하여 반대의사를 명백히 표현하였음에도, 국회는 의안검토를 통하여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모범적으로 조율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오도하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는 재정경제위원회에서 법률안을 다룰 것인 바, 법률개정안을 졸속으로 다루려는 정부와 국회 측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측은 위 제도들을 산업문제로 탈바꿈하여 법률개정을 시도하면서 국민건강의 관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 근거도 없는 병원산업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등 산업논리의 과잉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국민건강과 산업논리는 양립하기 어렵다.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취지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와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지지하고 있었다.

즉, 대법원은 영리법인과 의료인의 의료기관 동업개설을 위법한 것이며 아울러 국민보건상의 위해가능성 등 반사회성이 심하다고 보았으며, 헌법재판소조차 99헌바76에서 '일정 비율의 의료기관에게 일반의(비요양기관)으로 진료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공급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편입되기를 원할 것이고, 보다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요양기관으로서 지정에서 벗어나 일반의(비요양기관)으로 활동하게 되리라는 점이 쉽게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진료는 결국 2류 진료로 전락하고, 다수의 국민이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일반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중산층 이상의 건강보험의 탈퇴요구와 맞물려 자칫 의료보험체계 전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당연지정제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보장체계의 원활한 기능확보가 보장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같은 논리로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지지하였음은 물론이다. 국민건강을 보장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잘 아는 정부가 이번에는 이를 허물어뜨릴 저열한 산업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형성, 발전되어 온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와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핵심적 제도다. 개선을 시도하려거든 소비자, 공급자, 정부가 합동으로 광범위한 실태조사와 연구를 수행하고, 사회적 의제로 충분히 다룬 다음,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함을 필요로 한다. 국민건강을 볼모로 의료체계가 붕괴되더라도 자본의 의료업 참여만을 보장하려는 정부를 규탄하며, 국회는 정부제출 개정법률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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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2004-12-01 00:43:18
역시 법적으로 접근하니깐....논리적이긴 하지만, 강렬하게 와 닿지는 않네요...적은 매수에 맞추려니...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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