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8]‘목란식당’에 모인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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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8]‘목란식당’에 모인 그들
  • 전민용
  • 승인 2010.05.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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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전성태, 창비

 

창비를 통해 전성태를 처음 알게 된 후 가장 최근작(2009년)인 ‘늑대’를 읽었다. ‘늑대’는 몽골과 북한, 한국이 뒤섞인 소설이다. 10편의 단편 중 6편이 몽골이 배경이지만 그 속에서 한국인과 북한인 몽골인이 다양한 관계로 만난다.

‘목란식당’은 몽골에 있는 북한식당 이름이고 이 식당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한국인들을 그리고 있다. “태양은 묘지 위에”를 불러 제끼면서도 편협한 대북관을 가지고 있는 여행객이나 반공반북의식에 찌든 목사 등이 등장한다. 식당 여사장의 융통성 없음도 슬쩍 내비친다.

▲ '늑대'. 전성태 저. 창비
표제작 ‘늑대’는 의미심장한 소설이다. 다양한 화자가 등장한다. 쏠롱고스(한국에 대한 명칭,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 사업가인 늙은 사냥꾼, 그의 젊은 애인 허와, 촌장과 촌장의 딸 치무게와 반달곰으로 착각할 만큼 위풍당당한 검은 늑대. 특히 허와와 치무게 사이의 의외의 결말이란?

같은 목란식당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만난 남과 북 동포 사이에 분단 현실이 주고 있는 무거운 심리적 억압을 편지를 매개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남방식물’.

급속히 자본주의화하고 있는 몽골의 각박한 현실과 코믹한 상황을 통해 한국식 군사문화를 조롱하는 ‘코리언 쏠저’.

‘냐마’라는 매력적인 몽골 여인과 한국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몽골의 과거와 현재, 불명확하고 우유부단한 인간의 심리를 그린 ‘두번째 왈츠’. 몽골 초원에 살고 있는 한 북한할머니를 찾아나선 여정. 젊어서는 사회주의체제에 살다가 늙어서는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자르갈 시인이 들려주는 몽골의 역사와 시인의 통찰력. 시집은 팔리지 않지만 암표상이 설칠 정도로 인기 있는 시낭송의 나라 몽골. 국민음악가의 젊은 미망인으로 뭇사내들의 선망을 받지만 홀로 살아가는 여인 냐마의 이야기.

폐품을 팔아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몽골의 떠돌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당당함과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는 한국인 목회자가 보여주는 이중성을 잘 묘사하고 있는 ‘중국산 폭죽’.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 이 소설은 북한 국경에서 벌어지는 탈북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북한 주민들의 생존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이산가족의 비극적인 삶과 뼈아픈 고통을 해학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린 ‘누구 내 구두 못봤소?’, 군사독재시대의 억압적이고 위선적인 학교생활을 재밌으면서도 아프게 그린 ‘아이들도 돈이 필요하다’등 읽어볼만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소설이 간접경험의 하나라면 특히 몽골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이다.

작가 전성태는 김애란, 김연수와 함께 내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이다. 전성태의 소설은 2000년대 젊은 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들 말한다. 그의 소설은 묘사와 문장 구성도 훌륭하지만 특유의 해학과 반전도 재미를 더하고, 특히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문제 의식들이 잘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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