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감정노동 ‘의료인 중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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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감정노동 ‘의료인 중 최고’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05.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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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조사 결과 병원노동자 감정노동 82.9% ‘위험수위’…62.9%는 불쾌한 언행 경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노조)이 처음으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병원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80% 이상으로 다른 주요 서비스업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병원노동자들이 일을 하면서 폭언이나 폭행 및 성희롱 등 불쾌한 언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62.9%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2010년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요구안 및 실태조사 설문조사를 7년째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 2월10일 ~ 3월16일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도 조합원 3만 9,058명(3월말 기준)을 대상으로 노조 전임자들이 직접 설문지를 배포하고 수거했으며, 최종 수거된 설문조사 2만156부를 분석했다.

의료인 중 치과위생사가 ‘가장 높아’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타인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뜻하며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할 경우 정신적 소진, 우울증 등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심할 경우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감정노동의 문제는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보통 서비스산업 노동자의 경우 감정노동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와 환자보호자들을 상대하는 병원노동자들에게도 감정노동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82.9%가 ‘내가 하는 업무는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업무‘라고 답했으며, 84.0%가 “내 감정(기분)과 관계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85.7%가 “솔직한 내 감정(기분)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91.1%가 “일을 하거나 환자(혹은 보호자)를 대할 때 요구되는 감정을 지니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감정노동을 수행하다 보니, ‘나는 환자(혹은 보호자)를 대할 때 내 감정(뜻, 의지)대로 일할 것인지를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라는 문항에 ‘그런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4.9%였고,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35.1%로 나타났다.

이는 병원노동자들이 환자·보호자를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84.3%가 ‘내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환자(혹은 보호자)의 호의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절대다수의 병원노동자들이 업무수행에 환자보호자의 호의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직종별로는 교환이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가장 높았으며, 의료인 중에는 치과위생사가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가장 높았고, 간병인, 간호사, 환자이송, 경비안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병원노동자들과 타 서비스업종의 감정노동 수행정도를 비교해본 결과 병원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수행정도는 은행, 백화점, 호텔 등 주요 서비스업종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았고,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텔레마케터나 카지노 딜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폭언 등 불쾌한 연행 경험 62.9%

병원노동자들이 일을 하면서 폭언이나 폭행 및 성희롱 등의 불쾌한 언행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6명(62.9%, 1만 1377명) 정도가 일을 하면서 폭언이나 폭행 및 성희롱 등 불쾌한 언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환자 및 보호자가 43.1%로 가장 높았고, 의사 20.9%, 상급관리자 15.3%, 동료 7.9% 순으로 주된 가해자는 환자·보호자와 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쾌한 언행의 종류는 폭언이 55.8%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은 2.6%(522명), 신체적 폭력은 2.5%(504명)로 나타났다.

한편, 환자·보호자에게 불쾌한 언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병원노동자 중에서 폭언을 당한 사람의 비율은 97.1%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한 비율이 다른 서비스산업 종사자들보다 10%p~20%p 정도 높은 것으로서, 대면서비스 직종을 포함한 대부분 병원노동자들이 ‘고객(환자·보호자)으로부터의 일상적인 폭언’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한편, 불쾌한 언행 경험을 성별로 분석해본 결과 불쾌한 언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노동자들은 45%인데 비해 여성노동자들은 67%로 훨씬 높았다.

한편, 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실시할 것 ▲직무스트레스 평가결과에 따른 사후 관리·조치를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논의할 것 ▲폭언·폭행·성희롱 발생 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2010년 교섭요구안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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