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9]타고르와 간디의 인식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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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9]타고르와 간디의 인식 차이는?
  • 전민용
  • 승인 2010.05.11 17:1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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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박동천, 모티브북

 

타고르가 세운 샨티니케탄(평화학당)에 간디가 방문했다. 한 여인이 간디에게 휘호를 부탁했다. 간디는 “절대로 성급하게 약속하지 마라. 한번 약속하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니까”라고 썼다. 나중에 타고르가 그 글을 보고 그 아래에 “잘못으로 판명되면 약속일랑 내던져버려라” 라고 썼다.

그대는 간디와 타고르의 말 중 누구의 말에 더 솔깃하는가?

박동천 교수는 타고르의 입장이 더 진보적이라고 보고 논의를 전개한다. 초지일관이나 신념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교조주의에 빠지거나 폐쇄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일화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이란 것도 끊임없는 해석과 적용 그리고 정치적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상황을 뛰어넘어 지켜야 할 원칙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이야말로 철저한 원칙과 변함없는 신념을 가진 진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곱씹어 봐야 할 내용들이다.

▲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박동천, 모티브북
박동천 교수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은 나 같은 얼치기 진보 뿐 아니라 자칭 진보주의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주옥같은 관점과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전대통령을 지지했던 표 중 약 16%정도가 자유주의에서 보수주의로 이동했는데, 이들이 이렇게 갑자기 우경화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젠더를 상실해버린 진보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쓰고 있다.

자연과학의 합리성으로 사회도 합리적으로 해석, 계몽, 진보시킬 수 있다고 본 생각은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닥쳤고, 특히 우리나라의 진보파는 정치, 사회, 도덕, 가치 등에 대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가짜문제와 진짜문제를 분별하지 못하고 헛발질만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표적인 고정관념으로 합리주의, 선험주의, 민족주의를 다루고 가짜 문제로는 지역주의를 중심으로 주장을 전개한다.

그는 자유와 평등은 상호모순이 아닌데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즉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이 ‘법 앞에 평등’이고, “평등한 자유 아니면 자유일 수 없고, 자유 없으면 평등도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는 진보파가 모든 종류의 자유 즉,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자유주의 모두를 더 철저하게 자신들의 아젠다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고정 보수층을 30%, 무관심층은 30%, 나머지 40% 중 부동층을 20%, 고정진보층을 20%로 볼 때, 그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활로는 연합 특히 선거연합 아니면 길이 없다고 본다.

그는 자칭 진보인사들 중 지사나 열사를 흉내 내거나 스스로가 우월한 지성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엉터리 진보가 많다고 본다.

그는 정치와 종교 뿐 아니라 정치와 도덕을 분리(crime과 sin을 구분해야하고 sin이 사법적 대상이 되면 안됨)해야 하고, 특히 진보인사들에 대해서만 도덕성을 가혹하게 적용하는 풍조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황석영이 노벨상을 타려고 무엇을 했다던지 하는 식의 의도와 동기를 문제 삼는 풍조도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되 그 경쟁만은 평화롭게 하면 되며, 따라서 이기심에 대한 관인과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을 괴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북한을 무조건 증오하는 극우적 시각과 유사한 것이며, 2008년 연간무역액이 8500억불(GDP의 67% 상황)인 나라가 한미FTA같은 무역을 겁내는 건 제노포비아이며 미국을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미국 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을 모두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수적인 태도와 진보적인 태도를 나눌 때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즉 경직적이고 전투적인 태도는 보수, 유연하고 타협적인 태도는 진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정치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면 사법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며 우리나라의 유럽식 대륙법체계를 버리고 영미식 보통법체계로 바꾸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선의, 평화, 아량이 인류 사회 개선의 유일한 열쇠라는 강력한 신념을 보여줘야 하고 진보란 바로 이웃을 신뢰하는 세상을 향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또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의 결합이 현실적인 진보적 이상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워낙 많은 내용을 거칠게 요약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꼭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박 교수가 정리한 4개의 잘못된 생각틀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를 더 개명된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꼭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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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lynn 2011-09-06 12:48:42
Thanks for the insight. It bgrins light into the dark!

전민용 2010-05-18 16:35:16
이 책을 A4 20쪽 정도로 요약해 논 요약본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려 놓을테니 한번 들 읽어보세요. 가급적 원본도 보시길...

장현주 2010-05-18 00:2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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