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출항하는 복지부 김근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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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출항하는 복지부 김근태호!
  • 편집국
  • 승인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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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화하는 ‘의료시장화’ 공세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전면화하는 의료시장화 공세

지난 7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재정경제부 이헌재 장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부속병원 등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유치 협상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보고하고, “경제자유구역 내 교육·의료 분야를 전면 개방하겠다”는 정책방침을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전면 개방’이란 표면적으로 경제구역 내에 한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을 허용해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영리법인의 전국화와 민간의료보험 도입, 의료시장의 전면개방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7일에는 법제처가 국회 업무보고에서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 허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특구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8일 “삼성이 추진중인 기업도시 등에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즉, ‘시장(상품)화’를 핵심기조로 한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흐름이 의료분야에도 전면적인 손길을 뻗치며, “국민의 건강권은 시장의 논리로 접근할 수 없다”는 ‘성역’(?)에 도끼질을 시작한 것이다. 바야흐로 경제특구 내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 허용, 동북아 허브병원 유치, 민간보험 도입, 시장과 효율을 중시한 공공의료 정책 등 ‘의료시장화’ 정책이 ‘경제 활성화와 동북아 중심 소득 2만불 달성’이라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등에 업고 보건의료계의 주류적 흐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김근태 복지부호 출항

반면, 노무현 집권 2기 보건의료 분야에는 김근태 복지부 장관 체제 출범이라는 또 하나의 틀이 보건의료계 정세의 중심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말 신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근태 의원은 지난달 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사회보험,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며 ‘민간의보 도입’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언뜻 경제논리로 보건의료계 근간을 흔드는 집권 2기 정책기조에 반기를 드는 듯한 김 신임 장관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보건의료계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의료연대회의) 강창구 운영위원장은 “정치인 출신의 ‘실세’ 장관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힘을 가지고 자신의 진보적 성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열의를 가지고 보건의료계 현안을 타개해 나갈 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울산 의대 조홍준 교수도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 뭔가 훌륭한 일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며 “괜히 기대 걸고 머뭇 머뭇 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한편, 새로 구성된 17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대해서도 기대감보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더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6대보다 5명이 늘어난 20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에는 이석현 상임위원장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의원이 10명을 차지하고 있고 한나라당이 8명,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각각 1명씩 차지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전체적으로 초선이 많고 전문성도 결여돼 있어 한동안은 정부의 견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경제특구법 개정안을 막아내기도 힘들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새로 출범한 복지부 김근태 장관 체제와 17대 보건복지위원회가 ‘경제’ 논리 중심의 ‘시장화’ 공세를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 윤곽은 김 장관의 업무 파악이 끝나는 8월 이후에나 드러날 것이다. 관건은 김 장관이 얼마나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것인가인 것으로 보인다.

전사회적 의료연대체 출범

이렇듯 보건의료계에 의료시장화의 전면화와 정치적 실세 장관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지형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오는 24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의료연대회의의 등장이 그것이다.

지난 89년 촉발된 ‘건강보험 통합’ 문제를 전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승리로 이끌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출범한 ‘건강연대’의 후신으로 재출범한 의료연대회의는 건치를 포함한 7개의 의료단체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사회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까지 총 망라하고 있다.

때문에 의료연대회의가 제대로 된 전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연대투쟁을 이끌어 낼 경우 올 가을 ‘경제특구법 개정’ 문제를 시발점으로 촉발될 의료시장화 저지 투쟁이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에 따르면, 올 하반기는 ‘시장개방’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전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쌀 개방 문제와 관련, WTO DDA 제네바 협정 마감시한이 올 말로 끝남에 따라 2005년 1월 1일부터 새롭게 적용해야 할 시장개방 협상을 올 가을 진행할 예정이다. 때문에 올 가을 쌀 추가 개방을 막기 위한 농민들의 전면적인 투쟁이 예상된다.

또한 스크린쿼터를 낮추기 위한 문제도 올 가을 정기국회의 쟁점사항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며, 경제특구 내 개방 문제로 의료계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교육계의 교육시장개방 반대투쟁도 전면화 될 것이다.

우석균 정책국장은 “경제특구 내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 허용을 골자로 한 경제특구법 개정안이 스크린 쿼터와 교육, 쌀 문제와 함께 일괄적으로 법개정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어떻게든 영화인, 전교조, 전농 등과 연대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낸다면 커다란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의료연대회의는 8월 말경으로 잡혀있는 전국교사대회에 참가해 교육개방 반대투쟁과 연계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연대’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연대회의가 얼마나 강력한 연대의 틀을 형성할 수 있을 지도 올 가을 경제특구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시장화’ 전선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허황된 동북아 의료 허브

그렇다면 이제 올 가을 보건의료계의 ‘핵폭풍’이 될 재경부의 경제특구법 개정 구상을 살펴보자.

애초 재경부는 외국병원 설립추진의 배경을 ‘경제자유구역 외국인의 의료이용 편의 제공’이라 밝혔으나, 최근에는 ▲해외 유출 의료이용 흡수 ▲유명병원 유치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 ▲동북아중심병원으로 의료허브 실현을 더 주요한 요인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이의 논리적 근거를 외국병원 유치에 성공한 싱가포르와 중국의 사례에서 찾고 있다.

또한 재경부는 외국병원 유치로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환자수가 연간 1만여 명이며, 이들이 지출한 비용 1조원을 회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톨릭 의대 이진석 교수는 “연간 미국병원이 해외 환자 진료로 벌어들이는 수익 규모가 1조 2천억 수준”이라며, “그 중 한국인이 1조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외국병원 유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매우 과장된 통계”라고 반박했다.

또한 재경부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중국의 사례도 극히 일부의 사례를 확대 과장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싱가폴의 경우 인구가 우리나라의 1/11임에도 보건의료 예산이 1조원(우리나라는 약 4,600억)에 이르며 공공병원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4,800억 원 규모이다.

또한 전체 11,820 병상 중 공공병원이 8,748 병상으로 전체의 74%, 의료이용 점유율은 공공병원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즉,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의료에서 해외 유치를 하고 있으며, 이 또한 해외환자에게는 자국민보다 높은 진료비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해외 환자 유치가 아니라 의료공급이 양·질적으로 부족한 낙후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즉, 내수인들을 위해 해외병원을 유치하고 있으며, 유치병원에 대해 ▲투자금액 인민폐 2,000만원(한화 30억) 이상 ▲중국측 주식 비율 30% 이상 ▲성급(한국의 도) 이상의 위생행정부문에서 규정한 조건 만족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민간병원들이 외국 유명병원과 기술·협력관계를 맺고 있을 뿐 현재 싱가포르에 외국 유명병원이 분원을 설치한 예는 없고, 정부가 예로 든 존스홉킨스 분원도 진료기관이 아니라 소규모 연구기관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폭로하고, 또한 “미국 유명병원이 실제 외국에 분원을 낸 경우는 거의 없고 상당한 수준의 특혜를 주지 않는 이상 유명병원 유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렇듯 싱가폴과 중국의 사례를 왜곡해가며 선전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3월 7일자 국제신문에 따르면, 엄청난 시설투자비가 필요하고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수준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스페인에 분원을 설립한 MD 앤더슨암센터 외에 미국 유명병원이 외국에 분원을 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존스 홉킨스 병원이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등도 해외 분원을 설립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해외 병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싱가폴과 중국의 사례를 왜곡 선전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와 “외국병원 유치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재경부 장관의 발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외국병원에 간, 쓸개 모두 내주나

현재 필라델피아 지역 9개 병원 연합체인 PIM 사가 ‘내국인 진료 허용’을 조건으로 지난 5월 13일 인천 특구 내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세우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그 밖에도 몇 개의 병원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중국이 중의학 분야에, 일본이 노인전문요양시설에 적극적인 진출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했듯,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이 허용돼도, 실제 외국인 병원 유치가 성사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재경부가 밝히는 ‘상당한 진전’의 이면에는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 허용 외에도 소위 간, 쓸개까지 모두 내주는 상당한 ‘특혜’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어지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재경부는 내부적으로 고소득층 내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해 국내 의료비의 6배 수준의 balanced billing을 허용하고, 국내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특혜까지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노하고, 실제 “유치 대상 병원에서는 브랜드만 빌려주고 수익금의 30%를 달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재경부는 ‘동북아 의료 허브’라는 화려한 미사어구 아래 사실상 국민의 건강을 외국자본에 팔아먹는 행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 건강과 국내 보건의료의 간, 쓸개 모두가 정부의 위험천만한 ‘의료시장화’ 기조를 타고 외국 자본에 팔릴 지는 올 가을 ‘경제특구법 개정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의료인의 ‘경각심’이 요구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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