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11]사교육 불패신화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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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11]사교육 불패신화에 도전한다
  • 전민용
  • 승인 2010.06.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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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저. 시사IN북

 

대한민국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 중 제일 심각한 문제가 무엇일까? 초중고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마 교육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10대의 경우 교통사고가 1위, 자실이 2위이다. 2-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우리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얼마나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모두 불행할 수 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자학개그가 판을 치고 있는 곳이 교육 현실이다. 그 정점에는 ‘사교육’이 있다.

사교육에 돈 쓰느라 아르바이트에 파출부까지 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대치동 근처는 방학 때만 되면 시골에서 올라오는 학생들로 방이 없다고 한다. 국내형 기러기아빠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수입이 많든 적든 상당 부분을 사교육 시장에 쏟아넣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모들. 사교육에 지출되는 돈 때문에 다른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전체 경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 굿바이 사교육.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저. 시사IN북
가끔 이범의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한 번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에 검색한 끝에 산 책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야심차게 사교육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 단체가 이범 등 7명의 강의를 엮어 내놓았다.
 
2004년 발표한 참여정부의 2008 대입제도 개혁안. 한마디로 내신으로 대학가게 하고 수능은 등급화해서 자격 기준 정도로 쓰겠다는 안이다. 이범이 보기에 여기엔 몇가지 허점이 있었다.

우선 대학들이 얼마든지 피해갈 방법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는 논술. 논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까 서울대에서 통합교육과정논술이란 것을 발표했고 예상대로 2006년부터 논술학원이 대호황을 맞았다.

두 번째는 수능을 영역별로 등급화했는데도 정부의 생각과 달리 여전히 줄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역별로 전체를 일등급 받을 수 있는 학생은 0.1퍼센트, 400-700명 정도니까 대학들은 이런 방법으로 정시에서 수능 성적으로 상당 정원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사교육비의 증가가 예상되었다. 내신은 과목이 많고 시험도 많다. 학원에서 기출문제와 족보 중심으로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기에도 좋다. 결국 2005년 겨울부터 고1 내신 사교육시장이 폭발했다.

수능만으로 줄 세울 때는 몇 십만명 중에 자기 반 친구는 경쟁자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몇 백명으로 줄을 세우기 시작하자 교실이 정글이 되었다. 더구나 여고에 이과반이 하나만 있는 경우 1등급은 한 명 뿐이다. 교사가 아이들을 통제하기도 쉽다. 삐딱하면 “너 수행 깎는다.” 한 마디면 끝이다.

내신으로 선발하는 제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일률적이지 않게 반 정도는 내신으로 뽑더라도 다른 방법들을 섞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범이 볼 때 획일적 교육을 피하면서 고교평준화도 유지하는 방법으로 제안하는 핀란드모델. 초 중학교가 종합학교로 통합되어 있고 중학생 연령이면 20% 정도가 선택과목이고, 고등학교는 일부 필수과목 외에는 다 선택과목이며 무학년제이다.

요즘 미국에도 한국식 학원이 늘어나 입학사정관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단다. SAT나 AP처럼 규격화된 시험 전문 학원의 경쟁력이 미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신기한 것은 미국 대입에서 내신이 매우 중요한데 내신학원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 교육이 주입식 교육과 거리가 있고 교사들이 평가의 자율권을 가지고 있어 내신학원에서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범이 볼 때 한국 교육의 양대 문제는 선발 경쟁과 학교의 관료화이며 이에 따른 사교육의 확대라고 한다. 대부분의 교육 선진국들은 대입까지의 선발 경쟁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학교 관료화의 가장 극단적인 예로 학생들이 질문하면 학원선생님에게 물어보라고 답하는 교사들도 있단다. 핀란드식 책임교육을 보고 배워야 한다.

학원 한 번 안가고 국내에서 모국어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경험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남수. 사교육 없는 이우학교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이우학교 교감 이수광. 청소년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을 펴내고 최근에는 수준높은 국제적인 인문학 잡지를 만들어 내어 화제가 된 부산 인디고 서점 대표 허아람의 톡톡튀는 발상 등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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