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의 길] 6·15선언 10돌, 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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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의 길] 6·15선언 10돌, 잃어버린 10년
  • 손석춘
  • 승인 2010.06.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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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칼럼. www.saesayon.org

 
10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사회변화가 몹시 더딘 전근대사회에서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2000년 6월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남북 두 정상의 포옹은 우리를 감동의 물결에 젖게 했다. 이틀 뒤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분단체제를 살아가는 우리 겨레에게 21세기는 새로운 지평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떤가. 옹근 1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불바다 위기’에 직면해있다. 왜 그럴까? 왜 10년 동안 애면글면 열어온 ‘남북화해’가 파탄을 맞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간명하다. 누군가 남북화해 정책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선언 10돌을 맞는 오늘도 마찬가지다. 보라. 대한민국 ‘보수’를 집요하게 대변해온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MB의 對北 바뀔 것인가” 제하의 칼럼(2010년6월14일자)에서 무람없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댄다.

누가 공동선언을 파탄에 이르게 했는가

“보수세력이 그에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여기서 대북완화론에 굴복하는 길로 간다면 그의 정치일생의 결말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강도 높은 ‘협박’이다. 기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신문들과 김대중을 비롯한 수구논객들은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조금이라도 ‘유화’적 모습을 보일 때마다 도끼눈을 부라리며 글을 써댔다.

그 결과다. 본디 박근혜와 견주어 상대적으로 유연하리라고 기대했던 이명박 정권은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왔다.

꼭 1년 전 공동선언의 남쪽 당사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마지막 연설이었던 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사에서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매일같이 남한이 하는 일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 무력대항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60년 동안이나 이러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해 놓은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그래야 문제가 풀립니다.”

어떤가. 1년이 지난 오늘 국민의 불안감은 무장 커졌다. 2009년 초에 나 또한 경고했다. “저 긴 ‘죽음의 행렬’을 보라” 제하의 칼럼(한겨레 손석춘칼럼 2009년 1월29일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예견되었던 남북 대결주의 정책의 비극

“서해에서 남과 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무장 높아가고 있다. 이미 북쪽은 ‘빈말이 아니다’라며 일촉즉발의 위기 사태라고 공언했다. 봄이 오면 서해의 풍부한 꽃게를 남과 북이 웃으며 함께 잡자는 합리적 논의는 실종되고, 근거도 모호한 ‘국경선’을 외마디처럼 질러대며 일방적이고 자극적 선동으로 군사 충돌을 부추길 때, 또다시 남과 북의 애먼 젊은이들이 목숨 잃을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글을 쓰며 이명박 정권의 철없는 대결정책이 바뀌기를, “애먼 젊은이들이 목숨 잃을 가능성”이 현실화 되지 않기를 얼마나 기원했던가.

서해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침몰된 천안함의 비극은 우리에게 감정적 반응을 넘어 성숙한 슬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도 “남북 대결”을 더 살천스레 부르대는 자들이 있다. 군부독재시절 축적한 물적 토대로 강력한 판매망을 갖고 있는 신문사의 오래된 논객들이다. 대체 저들은 대한민국을, 이 겨레를 어디로 끌고 갈 셈인가. 우리가 저 철없는 불장난을 방관해도 과연 좋을까. 어느새 잃어버린 남북공동선언, 그 10돌에 진지하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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