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노력, 남북 치계 공존 노릴 때"
상태바
"10년의 노력, 남북 치계 공존 노릴 때"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0.06.14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남북구강보건협력특별위원 정명호 사무국장

올해는 6.15 공동선언이 채택된 지 10돌을 맞이하는 해이자 남북구강보건협력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복 이하 남북특위)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에 본지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지난 5월 만경대 어린이병원 물자지원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남북특위 정명호 사무국장(S다인치과, 단국04졸)을 만나 방북 경험과 향후 남북 치과계 교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정명호 사무국장은 지난 2005년 남북특위가 조선적십자병원 지원사업을 추진할 당시 방북단 참가를 계기로 남북특위에 합류하게 됐다.

초반에는 정식 위원으로 참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북 후 남북특위 위원들과 만나서 술 한잔하는 모임이 계속되면서 어느 새 사무국장의 직함을 달았으며 지금까지 남북특위의 영원한 막내(?)로 대북지원 사업의 실무를 도맡아 추진해오고 있다.

남북특위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실감한 것은 남북관계는 어느 때나 항상 변수가 많고 안 좋은 일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물론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에 유례없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직접 북측을 상대로 지원사업을 하다보면 남북 간에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돼 항상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올해 역시 정명호 사무국장은 지난 5월 5일~8일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물자지원을 위해 북한 평양을 방북했지만 그 당시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에 도달하면서 출발 2일 전까지도 남측에서 방북 허가가 나지 않았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함께 추진한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은 만경대 제2구역에 위치한 병원으로 어린이 대상 병원으로 특화됐기에 치과 재료도 예방이나 불소, TBI 등 어린이 진료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고 있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계속되는 허가 지연에 ‘올해는 못가겠구나’ 체념하기 직전 급작스럽게 방북허가가 나와 부랴부랴 방북을 하게 됐다"며 "덕분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그대로 패스할 수밖에 없어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며 방북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급작스런 방북 허가…북측 의사들 장비 관리에도 관심 '최고'

급작스럽게 난 방북허가 치고는 치과·산부인과·소아과 의사, 치과기술자 등 11명이나 되는 (상대적으로)대규모 인원에 대해 방북 허가가 떨어져 북측에서도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유는 어떠하든, 새 정부 들어 중단된 대북지원 사업으로 그동안 건물이 완공됐음에도 물자가 들어가지 못해 방치된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 밀린 물자들을 전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정명호 사무국장은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방북단은 물자 지원 뿐 아니라 북측 의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지원도 병행했다. 구강과의 경우 진료시연과 장비 시연 등으로 나눠 진행했는데 북측 담당 의사는 진료 시연 및 장비 사용법 외에도 장비 관리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북측 의사들 입장에서는 책에서만 보던 장비들을 처음으로 직접 본거라 해당 장비 시연 시 집중도가 매우 높고 배우고자 하는 열의 역시 높았다"며 "특히 북측 의사는 장비가 고장 날 경우 직접 수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장비 원리 및 운영법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날 기술인력으로 참가한 이마상사 김복수 대표의 경우 북측 의사들의 장비 관리에 대한 열띤 관심에 놀라 기술이전을 위해 가져간 개인 공구 세트를 결국에는 북측에 두고 나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물자지원은 'No'…남북의료인 간담회 개최 '절실'

하지만 이런 북측의 높은 열의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기술이전에 항상 동행하는 참사로 인해 북측 의사들과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고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문제였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치과의사라는 같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남북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지만 기술 이전 외에는 다른 대화를 하기가 쉽지가 않다"며 "더욱이 병원 완공이 마무리된 후 해당 병원과는 교류가 전면 중단되는 전례를 본다면 앞으로 이들과의 교류도 장담할 수 없어 더욱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번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뿐 아니라 매 병원 지원 사업 완료 후에는 준공식과 함께 남북 보건의료인들 간의 간담회 자리를 갖는 것이 남북특위가 대북 지원 활동을 하면서 바라는 가장 큰 소망임에도 늘 북측의 입장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명호 사무국장이 토로하는 바다.

앞으로 이 문제는 남측의 의지보다 북측의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라 북측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 해나가는 것 밖에는 해결 방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방북으로 만경대 어린이 종합병원에 물자지원은 어느 정도 완료가 됐으며 그 중 치과 세팅이 가장 빨리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병원 허가를 받으려면 지역 인민위원회의 허가가 우선돼야 하는데 그동안 물자 지원이 원활하지 못해 장비 세팅 등이 지연된 것을 고려하면 제대로 허가가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그나마 다른 과에 비해 치과 세팅은 어느 정도 완료 돼 약간의 희망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짧은 방북일정 보완 위한 '치과진료 매뉴얼' 완성

정명호 사무국장이 생각하는 이번 방북의 가장 큰 성과는 건치에서 제작한 치과 진료 매뉴얼을 북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방북기간이 매번 짧다보니 진료 시연 등 기술 전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건치에서 진료 매뉴얼 제작을 제안했으며 다행히 다른 과(소아과, 산부인과 등) 방북단도 흔쾌히 찬성해 이번에 각 과별 진료 매뉴얼을 북측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치과쪽 매뉴얼은 정명호 사무국장이 직접 맡아 제작했으며 실제 진료과정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고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을 기재해 한 권의 매뉴얼로 완성했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북측에서는 남측이 물자를 지원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북측에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북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북측의 구강보건 수준이 향상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남북 간의 구강보건 격차를 줄여가는 것이 목표이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전수하고 교류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 회원의 부재…정치적 관점 아닌 새로운 접근 필요

남북특위는 벌써 설립 1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특위 위원은 초창기 멤버 그대로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막내로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명호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도 의료봉사라는 작은 고민에서 남북특위 활동을 시작했는데 남북특위 사업에 참여해 하나 둘씩 성과를 경험한 것이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하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거창한 정치적 목표가 아니라도 의료 봉사나 대북 사업에 작게나마 호기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가 해온 경험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현재 우리 사회는 건치가 처음 설립됐을 때처럼 사회가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시대가 아니기에 새로운 회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명호 사무국장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치대를 나온 후배들은 정치적인 판단 보다는 의료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더욱 많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건치가 새로운 회원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요구에 맞는 이슈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남북특위가 추진하는 대북 지원 사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명호 사무국장은 "남북특위 외에 대북 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직 치과의사들이나 관련 단체가 많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현직의 참여 및 역량을 넓혀간다면 더 큰 성과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민간차원에서 지금껏 힘들게 만들어온 남북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예전과 같이 자연스러운 교류 통로를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