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나이젤 케네디와 크로케 밴드의 <Ederle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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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창고 나이젤 케네디와 크로케 밴드의 <Ederlezi>]
  • 박종순
  • 승인 2004.12.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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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가을을 타는지 아님 여행의 후유증인지 모든 일에 의욕도 나지 않고 그런다. 사실 여러 가지 해야 될 일도 있고 그런데 어제는 마냥 게으름이 피고 싶어졌다. 다녀온 여행에 대한 정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새로 박완서의 티벳, 네팔 여행기도 꺼내 읽어보고, 이스탄불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보고 그러다 오래전에 다운 받은 음악들이 컴퓨터 하드 한구석에 쌓여 있기에 정리하며 들어보다가 눈이 확 뜨이는 앨범을 찾아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듣고 있는 월드뮤직풍이 아닌가? 아니 나이젤 케네디도 이런 음반을 냈던가 싶었다. 처음 나이젤 케네디를 알게 된 것이 아마도 비발디 사계 음반을 사면서였다. 당시에는 꽤나 파격적인 연주라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사실 나이젤 케네디는 연주보다는 용모가 더 파격적이었다.

당시 제작된 뮤직비디오를 보면 인디언 펑크 머리에 형형색색 물을 들이고, 폭력물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죽 자켓에 부츠를 신고 무대에 나타나 연주하면서 무대에서 구르기까지도 하는 모습은 전혀 클래식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생각나는 재미있었던 장면으로는 사계 중 여름을 연주할 때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썬글라스를 끼고 연주했던 모습이다.

그래도 그의 사계 음반에서는 강렬하게 휘몰아치던 느낌이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다가 카프카라는 앨범으로 역시 모습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비트가 강한 바이올린 음악을 들고 나오기도 했고, 재즈에도 관심이 많아 재즈 바이얼린의 거장 스테판 그라펠리에게 배우기도 했다 한다. 물론 재즈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고 바비 맥퍼린과 함께하는 공연을 DVD로 보기도 했지만, 그의 본업은 역시 클래식 연주자여서 훨씬 많은 클래식 앨범을 낸 연주자이다.

그런 그이기에 크게 이상할 것도 없지만, 역시 그런 그 이기에 월드뮤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주가 기대만큼이나 좋았다. 같이 연주한 크로케 밴드는 폴란드 출신의 민속음악 밴드로 마주르카, 폴로네즈로 대표되는 폴란드의 음악보다는 집시풍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동유럽과 서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폴란드의 특성상 발칸의 음악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듯싶다. 특히 이들은 스트링을 중심으로 한 춤곡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유럽 전 지역에서 예로부터 사용된 피들이라는 옛 바이올린의 자리를 나이젤 케네디에게 넘겨주고 리듬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첫 곡부터 차례로 듣던 중 귀가 번쩍 뜨이는 곡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예전부터 많이 좋아하던 발칸반도의 오래된 민요인 바로 이 Ederlezi였다. 이곡은 원래 보스니아쪽 작곡가 고란 브레고비치에 의해 알려진 곡으로 에밀 쿠스차리차의 영화 집시의 시간 사운드 트랙에 삽입되어 유명해진 곡이다.(다음엔 이 곡을 한번 들어보면서 고란 브레고비치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 음반에서는 다른 곡들도 듣기 좋은 집시풍의 활기찬 음악들도 많고 우수에 가득 찬 슬픔어린 좋은 곡들도 많은데 워낙 이곡을 좋아해서 이곡을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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