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제2국세청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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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제2국세청을 만들자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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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을 하나 더 만들자. 그래서 제2국세청이라 하고 소득파악만 전담하게 하자.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뚱딴지같은 말이 아니다. 조세제도는 소득파악을 위하여 일정부분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조세는 ‘국가가 공공지출수요에 충당하기 위하여 민간으로부터 반대급부 없이 강제로 징수하는 것이다’는 전통적인 조세론의 정의는 제1국세청에 맡기자. 대신 제2국세청에게는 ‘소득에 기초하여 공평하게 과세 한다’는 과제를 맡기자. 이 과제를 설명하기 위하여 지난 5년간 우리사회가 겪어 왔던 경험을 하나씩 이야기 하여 보기로 한다.

국민연금 8대 비밀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뒤 국민연금문제는 바야흐로 위헌소송이라는 제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위헌시비의 대상은 국민연금의 최대약점인 소득파악문제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월 28일 “국민연금법 3조 1항 3호는 소득의 종별만 규정한 채 이 소득이 가입대상자의 ‘총수입’인지 ‘순소득’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소득세법상 과세표준인지, 수입의 발생시점을 언제로 삼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서 어긋나 헌법의 재산권보장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재에 위헌심사 청구를 했다.

헌재에서 최종적으로 위헌판결을 받게 된다면 세대간 그리고 계층간 소득재분배를 가미한 현 국민연금제도는 기초를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다. 아직 헌재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행정법원이 이미 위헌소지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으므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에 불안한 미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곧 소득파악이 문제되어 국가의 기간제도가 무너졌다는 비난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적립수혜방식의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무너지면 조세방식의 제도를 채택하여야 하나 그 전환은 국민의 조세부담 등으로 쉽지 않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위기의 원인은 자영업자 소득파악 부실

지난 2001년 말 국민연금만큼 메카톤급 사회문제를 일으킨 건강보험 재정파탄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재정통합을 하고 마무리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주장한 반대의 주요논리는 “자영자 소득파악율이 저조한 상태(30%선으로 주장)에서의 통합은 소득재분배보다 소득역진현상이 초런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직장가입자들의 상대적 손해 가능성”과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소득재분배보다는 소득성실신고자에서 불성실신고자로 소득분배 되는 기현상 초런를 들었다.

공단의 효율적인 관리 운영,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 및 보험료 인하, 국고지원 감축 및 소득재분배 효과 등의 원대한 목표는 소득파악 미비라는 돌멩이에 걸려 좌초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구로지역의 직장건보조합은 강남지역의 지역건보조합의 재정적자에 대하여 그리고 체납 등에 대하여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일용근로자의 소득파악 문제도 방치되다시피

영세한 자영업자를 사회안전망에 끌어안으려는 눈물겨운 이런 시도는 그래서 항상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국민연금 파동에서 보듯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로 사회안전망제도의 위기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사회보험의 위기는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일용근로자 문제를 들여다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용근로자라는 지위는 근로기록이 남지 않는다. 물론 회사는 가지고 있지만 이 자료가 국세청이라는 공적인 기관에 보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체계가 느슨하므로 일용근로자는 푼돈에 지나지 않는 조세를 쉽게 회피할 수 도 있다. 그러나 공적인 기록이 없으므로 전세자금대출이나 비과세저축 등이 아무리 관대하게 설계되어도 혜택 받기 어렵다. 그나마 고용보험은 2004년 1월부터 월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가입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어렵사리 결론이 났지만 당사자 누구도 적극적으로 가입하려 하지 않는다.

소득이 노출되면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서 탈락하거나 건강보험료 등이 올라가 손해라는 인식이 일용근로자에게 있고, 고용한 회사는 일용근로자가 불법하도급 직원인지 회사직원인지 경계도 애매하므로 고용보험을 추가로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 역시 공들여 일용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봤자 외면당하고 애꿎은 예비 범죄자를 양산할 뿐이다.

소득파악이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 이유는 기존의 조세제도가 경제성의 원칙에만 입각하여 설계, 운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조세관련 통계를 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2001년 부가치세 총 사업자 371만 명 중 간이과세자가 전체 사업자의 48.9%인 181만 명을 차지한다. 간이과세자는 영세사업자로 분류하여 간편한 납세협력의무만 요구하는 제도이다. 간이과세자 181만 명이 납부하는 부가세의 세수 비중은 1.76%에 불과하다. 탈세의 창구가 광범위하게 널려 있는 제도인 것이다.

2001년 종합소득세에서도 비슷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소득세 납세의무자 381만 명 중 과세미달자의 비율은 52.5%이며, 과세미달자가 아닌 납세의무자 중 기장자 비율은 45.4%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장자가 납부하는 세금은 전체 결정세액의 70.6%를 차지 한 반면 54.6%의 무기장자가 납부한 세금은 불과 29.3%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조세행정은 철저히 세금 낼만한 사람 위주로 설계되고 집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조세문제를 경제문제로만 접근해 왔던 사고가 만들어 낸 단면이다.

소득파악 부실은 조세철학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

근로소득자에서도 마찬가지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의 비율이 2002년 기준으로 42%에 이른다 외국의 20%전후에 비하면 2배 이상 많은 비율이다. 아예 인별 합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조세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일용근로자(2000년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의 18.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됨)를 합하면 면세자의 비율이 50%가 넘는 수준이다.

근로소득세조차 아예 돈 낼만한 사람 위주로 세제를 가져간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소득공제제도도 최근 조세연구원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필요한 경비지출은 반영하지 못하여 소득세의 고유한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1인 가구만 지나치게 유리하게 됨으로써 출산율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부실한 기초위에 또 하나의 사회 안전망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하였다. 마이너스 소득공제제도의 도입을 2005년 중에 검토하고 2006년 중에 실시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마이너스 소득공제제도 또는 근로소득보전제도 등 다양하게 불리우는 이 제도는 저소득계층의 근로의욕을 북돋우기 위하여 근로소득이 증가할수록 지원액을 늘려가는 제도이다.

과거 극빈계층을 단순히 도와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왔다. 소득이 조금 늘면 수급자에서 제외될까 두렵고, 수급자보다 조금 더 소득이 있으면 아예 지원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로소득보전제도는 잘 정착만 되면 지원대상도 늘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빈곤으로 탈출시킬 수 있는 기대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에도 전제조건이 있다. 가구별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근로소득보전제도를 정확하게 짜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득세제를 포괄주의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필연적인 고민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포괄주의로 바꾼들 세제와 세정의 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상황은 만만치 않아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국민연금 상담요원으로 근무하였던 비정규직 직원이 익명으로 올린 고해성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되고 있는 듯이 사기를 치고”, “최초로 사업장을 열어 사업을 영위할 경우--중략--당신이 속해있는 사업의 평균 소득이 얼마이니까 얼마만큼의 돈을 내라고 사기를 치고” 또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재산 상태를 파악한 후 아파트가 있으니 등급을 상향하겠습니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런 판국에 누가 국가나 국가의 기관을 신뢰하겠는가? 지금의 행정제도 하에서는 임꺽정이라도 나올 법한 분위기이다.

제2조세철학을 실천에 옮길 제2국세청을 설립해야

그렇다면 이제 주사위를 던져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조정과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세계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회 안전망의 정비가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소득파악이라는 토끼를 먼저 잡아야 한다. 기존의 세제.세정라인은 이 문제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손쉬운 현금영수증도입에 무려 6년이 걸리고 있다. 사회보험료부과징수 일원화에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간이과세자 폐지문제도 5년째 미적거리고 있다. 소득파악은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그들을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사회보험료 부과징수인원으로 제2국세청을 만들고 그들이 소득파악에 나서는 것에 협조하여야 한다.

최영태(회계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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