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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간’을 보고 지낸 회원의 날[참관기]모든 건치 회원님들, 자주 만나 몸을 부대끼며 사랑해 봅시다.
송필경 | 승인 2010.07.12 06:50

 

   
 
  ▲ 4일, 충무아트홀 회원의 날 행사장  
 

지난 7월 8일 목요일, 건치 ‘회원의 날’은 나에게 멋진 날이었다. 지방에 있어 평일에 서울 올라오기가 힘든데 매 목요일마다 휴진일이어서 마침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오후 1시에 서울에 도착하여 예술의 전당에 가서 ‘퓰리처상 수상 사진전’을 느긋하게 구경하고 명동교자로 가 칼국수를 든든히 먹고 충무 아트홀에 1시간 일찍 6시에 도착했다.

   
 
  ▲ 송필경 전 건치대표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의 심각한 회의가 아니라 평일 저녁에 놀기 위해 만나니 더욱 반갑다. 이희원 선배님을 비롯한 여러 건치 동지들이 속속 모였고, 무엇보다도 양정강 선생님을 뵈올 수 있었다. 건치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 어린 관심을 우리 모두 소중히 본받았으면….

강민홍 기자는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왔다. 강기자가 동부인 했으니 뒷풀이에 참석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쥐꼬리보다 못한 월급에 매일 이런 저런 업무로 제 때 퇴근을 못하니 오늘만이라도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야 했으리.

위생사와 함께 온 분도 있었다. 가족적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모두 모이자 상임대표 3분을 대표하여 이흥수 교수가 인사말을 하였다. 건치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같은 설교를 교육자답게 진지하게 하였다.

곧이어 메인이벤트인 연극 ‘인간’을 관람하였다. 베르나르의 희곡 작품인 것을 매표소 입구 포스터를 보고서야 알았다. 프랑스 특유의 경쾌함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이 왔다. 건치 집행부에서  앞쪽 세 번째 줄 중간에 앉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줘서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인간’, 세상에서 이보다 더 무겁고 어려운 주제가 있을 수 있는가? 헤겔 철학을 완역한 번역가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헤겔 철학이 왜 그리 난해한가?” 번역자가 거침없이 바로 정답을 말했다. “인간이 얼마나 난해한 존재인가, 그러니 철학도 어려울 수밖에.” 이런 진지함을 우리는 독일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프랑스인 베르나르는 연극 ‘인간’을 통해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주제를 쉽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며 뻔한 결론으로 끝맺었다. 뻔한 결론이란 남녀가 몸을 부대끼며 사랑하자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단조로운 무대에서 1시간 반이 넘는 쉴 새 없이 빠르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녀 두 배우가 매끄럽게 열연했다.

나는 연극 ‘인간’ 주제를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파멸하게 내버려 두어야하는 존재인가’로 보았다.


남자 주인공은 인간의 역사가 폭력적인 침략으로 점철되었고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늑대이기 때문에 파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자 주인공은 인간은 그럼에도 한편 사랑과 보살핌 있는 선량하고 관대한 존재여서 구원받아야 마땅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여자 주인공의 인상적인 대사는 ‘인류는 지금 청소년기여서 아직 미성숙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미래에는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영희 선생의 글이 생각났다.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면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이고, 아메바에서 진화했다면 아주 위대한 생명체이다.” 나는 하나님의 피조물일까? 아니면 아메바의 후손일까? 인간은 창세기 이래 아직까지 고만고만한 존재일까, 아니면 느리지만 끊임없이 진보하는 존재일까, 연극 ‘인간’은 이런 딜레마를 건드린 작품으로 나는 이해했다.

남자 주인공은 인간은 자연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인류의 번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결혼해서 딸과 아들을 그냥 낳고 즐겁게 길렀다. 환경문제를 접하면서 인간의 환경파괴를 하도 심각해서 인류 미래를 마냥 어둡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마침 아내가 셋째를 임신하였다고 하였다. 이런 불안감으로 아내와 심각하게 상의 한 후 중절하였다. 그리고 나는 즉각 정관 수술을 받았다. 철없던 젊은 시절, 내가 범한 인생의 몇 가지 큰 실수 중의 하나였다. 연극 ‘인간’을 통해 아픈 기억이 끔찍이 살아났다.

서울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식으로 경쟁하고, 허영심이 강하고, 음란하고, 파렴치하고, 위선적이어서 싫어한다. 한편 서울은 이런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고 건치 회원이 많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다. 연극 ‘인간’이 보여주는 딜레마처럼 말이다.

연극 관람 후 모두들 치킨 호프 가게로 옮겼다. 송학선 선배와 한영철 선배가 늦게 오셔 연극을 보지 않고 바로 호프집으로 오셨다고 한다. 큰 가게를 전세 낸 마냥 다른 손님 없이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양정강 선생님이 보이지 않으셨다. 몸이 불편하여 일찍 가셨다고 한다.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 하는데.

선배자리 후배자리를 가리지 않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떠들었다. 밤 1시 고속버스 타고 가느냐 아니면 밤새 마시고 새벽 5시 반 첫 KTX를 타고 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이창호 선생이 나에게 딱 밀착하여 춘양이가 몽룡이 시중들 듯 하겠다 해서 밤새기로 했다.

   
 
  ▲ 건치인의 밤  
 

1시 가까이 되자 갈 분들은 가시고 건치 밤샘 투쟁의 최정예 전사들이 남았다. 이 전사들의 리더는 이창호 선생이었다. 1차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2차 이상으로 가는 전통을 고수한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3시 넘어 까지 이어갔다. 2차 비용 전액을 이창호 선생이 감당하였다.

이런 행사를 하도록 집행부에게 압박을 가한 사람은 박길용 형님이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좋은 연극과 즐거운 뒷자리를 마련한 집행부, 고맙습니다. 최고 대빵 이희원 형님이 나에게 조언해 주신 말씀, 고맙습니다. 단 하나 옥에 티는 지방에서 올라온 회원이 나 말고는 없었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나에게 춘양이보다 더 이쁜 시중을 끝까지 들어준 이창호 선생, 정말 고맙소.

모든 건치 회원님들, 자주 만나 몸을 부대끼며 사랑해 봅시다.


송필경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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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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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홍 기자 2010-07-14 15:38:01

    샘은 긍정적으로 평을 해주셨는데, 저는 반대였습니다.'인간은 계속 존속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어렵고 무거운 질문에 대한 두 배우의 논쟁내용이 너무 가벼웠다는 느낌. 가치가 없다는 남자배우의 논리는 '전쟁, 파괴' 가치가 있다는 여자배우 논리는 '사랑, 배품'. 너무 깊이없는 수준의 논쟁에, 거기다 쉽게 동의해버리는 것까지....작가 베르나르에 대한 실망감이 느껴지는 연극이었습니다.   삭제

    • 강민홍 기자 2010-07-14 15:31:16

      그날이 다름 아닌 집사람 생일이라, 연국 보고나서 '야, 얘들 데리고 먼저 집에 가라'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어린 자식놈들 데리고 담배연기 무럭무럭 피어나는 호프집을 데리고 가기도 그렇고...해서 어쩔 수 없이...간만에 송필경 샘을 비롯해 이희원, 박길용, 전동균, 김광수, 신이철 샘 등과 술한잔 먹을 수 있는 자리에 빠지게 돼 무척 아쉬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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