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15]박원순"교육에서희망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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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15]박원순"교육에서희망을보다"
  • 전민용
  • 승인 2010.07.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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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마을이 학교다], 박원순 저, 검둥소

 

박원순!!! 이 이름이 주는 힘이 이 책의 힘의 바탕인 것 같다.

항상 바쁘고 하루 저녁에도 스케줄을 몇 개씩 소화하는 사람.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넘쳐나는 사람. 시민사회단체에서 하는 일이면 어디든 짠하고 나타나는 사람. 그런 그가 언제 이렇게 발품을 파는 책을 만들었을까?

이 글은 온전히 방문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전국을 돌아 다녔을 텐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의문이 절로 나온다. 발품을 많이 판 만큼 내용도 알차다. 우리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그는 ‘참여연대’ 활동과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에 이어 2006년 3월 ‘희망제작소’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현장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소신인 “진리는 현장에 있다”를 직접 실천하는 방안으로 4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의미 있는 노력들을 찾았다.

그 결과 지역 경제, 친환경 농업, 마을 문화, 지역사회의 교육, 건강, 복지 등의 주제를 담은 ‘박원순의 희망 찾기 1’ -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를 펴냈고, 이번에는 교육과 관련한 사례만을 모은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 마을이 학교다 -를 내 놓은 것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다양한 대안학교나 공교육 학교를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한 사례들에 눈이 확 뜨일 것이다. 교육 정책이나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나 ‘참교육학부모회’ 같은 단체 탐방에 관심이 갈 것이다. 평생 교육의 성공 사례인 광명시평생학습원이나 삶과 공부의 공동체인 ‘코뮤넷 수유너머’를 소개받는 것도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대안학교 중에도 대표적인 사례를 담았다. 50년 전통의 원조인 풀무학교는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것이 교육 목표이다. 지역에 굳건히 뿌리 내린 풀무신협과 풀무생협 그리고 지역 언론인 홍성신문(지역신문의 대표 주자로 많이 들어 보셨죠?^^)도 이 학교에서 만들었다. 유기농은 1975년부터 도입해서 지금은 생산과 유통 체계가 잘 잡혀있다.

성장학교인 ‘별’학교를 이끄는 교장선생님은 같은 건물에서 병원 원장을 하는 의사이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 하나하나는 별과 같다고 해서 ‘별’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교과목이나 수업내용에 대해 1/3씩 결정권을 갖고 있다. 다양한 현장학습이 특징이고, 동네의 파출소, 빵집, 치과, 슈퍼 분들이 교사로 초청된다. 일주의 반은 외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합기도, 서예, 도예, 탁구 등 동네 안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배운다. ‘별’학교는 교과서도 없다. 교재와 내용은 교사와 아이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 ‘별’학교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은 교육청에서 나올 정도로 이미 유명해졌다.

도심 속 마을학교인 ‘성미산학교’는 마을학교, 생태학교, 도시학교를 추구한다. 조한혜정교수를 비상근 교장으로 모셨고, 동네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과 아이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마을학교의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정원의 10%가량은 특별 전형으로 장애인을 뽑아 장애인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해 보는 미니숍 프로그램도 참신하고 재미있다.

대안학교가 대학까지 잘 보내 유명해진 ‘이우학교’의 현황과 고민도 잘 담았다. 2009년 한 해만 해도 다른 학교 교사 2천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이우학교는 명성이 자자하다.

야간 자율학습도 사교육도 안 한다. 농사도 짓고 여행도 다닌다. 수능 시험은 고3 1년만 집중한다. 그런데도 100대 수능 학교에 들었다. 입학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고민이고 이미 낡고 있는 교육과정을 넘어 서는 새로운 ‘이우’를 설계하는 것도 고민이라고 한다.

하자센터는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서울시의 민간위탁을 받아 연세대가 운영하는 일, 놀이, 자율의 청소년 문화 작업장이다. 초기에는 음악, 영상, 디자인, 웹, 시민 문화 다섯 개의 작업장을 만들고 도제식 교육을 했다.

프로그램이 좋아 아이들 성장이 빨랐고 상을 휩쓸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도 갔다. 그러다 보니 대학 갈려고 오는 아이들이 몰려서 방향을 조금 바꾸기도 했단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실험하고 있다. 창의력이 톡톡 튀는 즐거운 하자센터!!!

방송에도 집중 보도되어 유명해진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교육의 꿈을 공교육에서 실현해 보자고 기획해서 만든 학교이다.

성남 지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모집하고 교사를 모셔오고 방향과 커리큘럼을 논의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2000년 학생수 20명에 불과한 폐교 직전의 학교에 갑자기 90명 이상이 단체로 전입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 실험은 대박을 터뜨렸다. 전입생이 쇄도했다. 숲 산책, 차 마시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80분 수업에 30분 휴식, 체험과 현장 수업이 대부분인 즐거운 학교.

공교육 학교인 거산초, 삼우초, 세월초, 송산분교, 조현초... 공교육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우리 교육에도 희망이 있지 않나요?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 공간인 ‘품’이나 대전에서 “공부하지 말고 놀아”라고 외치는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도 눈여겨 볼 의미 있고 즐거운 공간이다.

고산산촌유학센터는 참 애정이 가는 곳이다. 지금은 이런 산촌유학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작정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과잉행동장애, 아토피, 비만, 컴 중독 아이들이었고 정말 무지 힘들었단다. 낮에는 인근 공교육학교로 보내고 이곳에서는 자연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노는 역할을 한다. 4년 째 되었는데 벌써 입학 경쟁률이 5:1이고 방학 중 캠프도 인기란다.

일본은 100군데가 넘는 지자체에서 산촌유학을 시행하고 있고, 법과 보험제도 정비까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와 연계해서 보편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은평구 대조동의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은 우연히 엄마들이 뭉쳐 도서관 하나 만들자고 나섰다가 눈덩이 굴리듯 일이 커져간 경우이다. 20명의 자원봉사 엄마들이 도서관 운영과 ‘도서관 학교’ ‘책잔치한마당’ 같은 의미있는 활동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평생학습도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광명에서 진행한 광명시평생학습원‘도 지역운동이나 지방자치제도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나, 노인 프로그램,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교육, 대안화폐 ‘그루’의 사용 등 참고할 만한 시도들이 많다.

시민운동가이자 학자인 이신행 교수가 만든 신촌의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대안대학이다.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다 가지고 있다.

학생은 ‘배울이’이고 교수는 ‘가르칠이’인데 가르칠이를 자청하는 전문가와 형벗들이 100여명에 이른다. 캠퍼스 이름은 ‘카페 체화당’인데 카페이고 도서관이자 마을 문화 중심지의 역할을 한다.

새로운 교육모델과 정책을 찾는 장에서 사교육 불패신화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로운 밀착형 교육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 하나. 그러면 박원순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면 우리 교육이 달라질 수 있을까?

박원순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에게 던진 질문이다. “송대표가 교과부 장관이 된다면?” 답변은 “장관이 뭐 힘이 있나요? 아무것도 못합니다.” 결국 정권과 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해당사자인 학교, 학부모, 기업 등이 사회적으로 대타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해결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뭉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학교의 인기 강사 이범 씨가 이번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한 번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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