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법안, 알면 알수록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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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법안, 알면 알수록 '경악'
  • 편집국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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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어도 정규직 못되고, 손해배상 감수해야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안의 '치명적인 독성'이 거듭 확인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파견법 개악안에 가려 있던 이 법안의 문제점이 드러난 건 지난 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공청회. 우선, '3년 계약기간이 지나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날 공청회에 출석한 정이환 교수(서울산업대)는 "'정당한 이유'가 확대해석 돼 법안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며 '3년 넘게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와 '3년이 지난 기간제는 정규직과 동등하게 처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것을 주장했다. 단병호 의원도 "정부안대로라면 3년 뒤에도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병석 노동부차관과 공방을 벌였다.

이 와중에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이 "노사정위에서 2년 넘게 논의하면서, 노동부는 분명 기간제 3년을 넘으면 정규직이 된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고 강력히 반발한 것. 정 차관은 이에 대해 "처음엔 그렇게 논의해왔으나, 계약은 당자자가 하는 것이지 정부가 바꾸라고 할 수 없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바꿨다"며 "물론 민주노총 등이 불리할 수도 있지만 고용의무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호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마저 "지금은 2년이 지나면 직접고용이나 정규직으로 되는데, 정 차관 말은 정규·비정규직 외에 또 다른 직을 새로 만드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며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또 확인된 것은 계약기간 이전에 퇴사하는 노동자는 손해배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이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퇴사하면 손해배상청구 들어오는 것 아닌가"고 물었고, 이에 노동부 당국자가 "맞다"고 답한 것. 순간 회의장은 크게 술렁였다. "지금까지는 민법상 2, 3년 계약을 맺더라도 1년만 넘으면 언제든 개인이 해지할 수 있었데, 이젠 3년 안에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면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날벼락이었다.

기간제법안은 이로써 노동계가 우려했던 그대로 사실상 '무기한 기간제'이자 '노동기본권 말살법'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박승희(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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