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조무사 배출 '호시우보'(虎視牛步)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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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조무사 배출 '호시우보'(虎視牛步) 할 것!
  • 김철신
  • 승인 2010.08.23 12:50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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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김철신 논설위원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8월 10일,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고 육성’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들 특성화고의 치과조무과 학생들은  2, 3학년부터 정규 교육과정 외 치과조무과 커리큘럼을 별도 이수하여 졸업 후 바로 치과진료 현장에 투입될 예정으로, 우선 전국 13개 고교에서 이러한 특성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치과위생과 대학이 급격히 증설되고 많은 치과 위생사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는 개원가의 목소리에 대해서 치협은, 일선 고등학교의 치과조무과 신설이 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건의료인수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각 주체마다 입장이 다르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의료인의 공급과잉을 이미 오래 전부터 걱정해 온 보건의료계의 견해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발표된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 인력에 관한 보고서’에서 치과의사 뿐 아니라 치과위생사의 공급도 과잉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 보고서의 주요내용에 대해서는 치협이 동의를 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반 개원가의 정서는 이와 달라서 실제로 치과의사들이 소통하는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는 치과 보조 인력의 구인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적지 않으며 한 설문조사에서는 치과의사의 70% 이상이 구인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응답하는 등 개원가의 인력난은 대부분 개원의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원가의 인력난을 일정정도 해소해줄 것으로 한때 기대를 모았던 치과간호조무사양성이 지지부진하자 이제 고등학교에서의 치과조무과 개설 및 관련인력 배출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실행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새로운 대안이 치과계의 인력난 해소에 실제 어느 정도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추후 검증되겠지만 이전에 없던 교육제도를 신설하여 새로운 직종을 배출하는 중대한 결정이니만큼 몇 가지 신중한 검토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첫째, 구강보건 보조 인력의 개발은 전체 구강보건 인력의 개발이라는 큰 틀 안에서 검토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의 구강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지금 신설되는 보조 인력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지, 배출되는 인력 수는 필요에 부합하는지, 의료현장에 곧바로 투입되는 만큼 업무범위는 무엇이고 이를 위한 자격요건들은 무엇인지 신중히 검토되어야한다.

당장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이를 소홀히 한다면, 진료실내 업무범위에 관한 직종 간 갈등과 구강 방사선 촬영 등 일련의 진료보조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재의 모순들이 그대로 반복될 수도 있다.

인력의 배출은 한번 제도화되면 그 개정을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이 소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주관이 되어 관련제도를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구강건강 향상이라는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인력과 자원을 배분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개원의들이 호소하는 인력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치협은 오래 전부터 보조 인력난의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여러 가지 제안과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난이 지속되는 것은 그 원인과 양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자료의 부족도 한 원인일 것이다.

인력난이 어느 정도인지, 지역별 수급의 편차는 없는지, 치위생사와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등 직종별 인력 수요는 어떠한지 등 인력난의 구체적 원인에 따라 그 대안은 달라져야 할 것이므로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비축하고 분석하는 일이 언제나 우선이다.

치과위생사는 1995년 1001명, 2005년 2500여명, 2009년 3500여명이 배출되었으며 앞으로도 매년 4000여명이 배출될 예정이다. 치과위생사의 근무연한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매년 700명 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치과의사 배출에 비해 그 수의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간호조무사 등의 인력도 여전히 구강보건 보조 인력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 등이 치과계가 호소하는 인력난에 대해 쉽게 동의하지 않는 근거이기도 하다. 개원가의 인력난이 단지 진료 보조 인력의 과소배출에 있다면 그 수를 늘리는 것이 대안일 수 있지만 최근의 인력배출 추이를 살펴본다면 무작정 인력의 배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과연 노력과 비용에 비해 효과적일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셋째, 고등학교 내 치과조무과를 통한 관련인력의 배출이 개원가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할 것인가도 검토되어야 한다.

매년 4000여명의 치과위생사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명의 고교졸업생이 ‘인력난 해소’에 어느 정도나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이들의 교육을 전폭 지원한다 하더라도 처음 개설되는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이 큰 무리 없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그리고 직역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진료실에서 국민구강건강에 기여하는 보조 인력의 역할을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좀 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인력수급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한번 일어난 변화는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불과 10년을 예상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과다한 치과대학을 증설하여 곤란에 처한 일본의 사례나 직역 간 갈등 속에 탄생한 후 표류하고 있는 한약사제도 등의 사례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는 인생의 진로 문제이기도 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고교 내 치과조무과의 개설과 인력 배출은 일견 개원가의 단순한 보조인력 증가 정도로 생각하기 쉬우나, 치과라는 지극히 전문적인 진료영역에 투입되는 전문 인력인 만큼 관련 제반사항에 대해 철저히 점검이 필요하며, 개원가가 호소하고 있는 인력난에 대해서는 근본원인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대안제시가 보다 설득력 있을 것이다.

김철신(본지 논설위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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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이 2011-01-16 17:44:46
집에서 쉬고있는 수많은 치과위생사들은 누구이며
왜 그들을 채용하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가 급여과 관련이 된다면 치과의사들은 과연
할말이 있을것인지.
치과조무사 제도를 만들므로해서 과연 그들에서 어떠한 업무를 줄것인지
그것이 과연 합법적인 일이 될것인지
치과계의 일이라면서 치과위생사들의 말은 단 한번이라고 수렴해보고
결정한것인지 궁금합니다.

정민숙 2010-08-30 12:17:32
어쩌실려고 그러시는지... 의대 치대가 따로 있는 이유를 잊으신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구강도 국민의 전체 건강과 직결된 분야임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실텐데..3년, 4년 동안 치위생학을 배우고 나와도 언제나 더 공부를 하고 또 하는데, 고교를 나와 바로 치과에 들어간 사람에게 어떤 일들을 시키실런지요? 제도의 문제와 인생의 진로 문제가 같이 얽혀있다는 말씀에 백번 동의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경미 2010-08-26 15:50:33
글 잘읽었습니다. 좀 더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하고, 치과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안세연 2010-08-25 17:36:07
당장의 편의를 생각한 성급한 제도화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ㅠㅠ

전민용 2010-08-25 10:44:43
복지부와는 전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갈지 치협이 마스터 플랜을 내놓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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