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연장 동의안 검토 전원위원회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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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연장 동의안 검토 전원위원회 무산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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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양당 지도부, 정파적 이해득실 따져 국민적 토론기회 박탈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여․야 국회의원 85명이 제출한 파병연장동의안 관련 전원위원회를 개회 직후 곧 바로 산회시켰다. 이로써 개회 후 두 시간씩 이틀간 열수 있는 전원위원회는 사실상 무산되었다. 국방위원회에서 공청회 없이 단 두시간에 이 안건이 처리된 데 이어 그나마 국민과 함께 이라크 파병문제를 진지하게 재검토해 볼 최소한의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

파병연장은 17대 국회가 이라크 파병을 처음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16대 국회가 졸속적으로 이라크 파병과 추가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본 우리로써는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간 정부가 이라크파병의 이유로 주장해 왔던 수많은 명분이 거짓으로 밝혀졌기에 우리는 17대 국회의원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이런 기대와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파병에 관한 한 17대 국회가 16대 국회보다 훨씬 더 졸속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첫 정기국회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준 국회의원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를 맡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전원위원회 무산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그 어느 정당도 파병연장에 대한 실질토론에 무관심하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전원위 소집 전 가진 의원총회에서 전원위원회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병연장동의안을 논의하는 전원위원회를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한 열린우리당의 음모로 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추측이었을 뿐더러 이를 이유로 파병연장안 심의를 거부한 한나라당의 태도야말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된 사안에 대한 정략적 접근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껏 정부와 열린우리당 뒤에 숨어 사실상 파병을 부추겨 오다가, 이제는 최소한의 토론마저 정략적 이유로 거부하고 말았다. 파병결정의 찬반을 떠나, 이라크에서 철군을 결정하고 있는 각국의 움직임, 정부가 백지수표 상태로 제출한 연장동의안의 문제점, 파병된 부대의 임무수행에 대한 평가 등 야당인 한나라당이 따져 물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야당다운 꼼꼼함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발목잡기에만 혈안 되어 있는 한나라당의 자기부정에 서글픔을 감출 수 없다.

한편, 전원위원회 무산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불참을 이유로 60명 이상 참석이면 성원이 되는 전원위원회를 아예 산회시키도록 한 것이다. 한나라당 없이 파병문제로 여당 내부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모양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되나, 이 역시 정파적 발상이라 할 것이다. 천 대표와 여당 간사인 이종걸 의원의 결정은 85명의 여야 의원이 제출한 전원위원회 소집 요구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이다.

여당은 의사일정변경동의안 등을 통해 전원위원회를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골치 아픈’ 파병동의안 논의 공간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열린우리당은 연장동의안 이 제출되면 파병문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도하겠다고 약속했었던 당사자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국민을 기만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의 단결은 얻었는지 모르나, 국민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미래에 대한 검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문제는 양단 지도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본회의장에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전원위원회 개회 직후 곧 바로 산회하는 과정에서 의장이 “이의 있느냐”고 물었을 때 하나같이 “이의 없다”고 답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열린우리당 의원 중 적어도 60여명은 전원위원회를 요구했던 사람들이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지금 당장 토론을 하자거나 최소한 위원회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우리가 기대했던 이들 의원들이 작은 정파적 단결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접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일 파병동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우려해 전원위원회 개회 시 본회의장 밖에 머물렀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미숙한 원내전략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원위원회 무산 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늦게나마 파병연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찬반토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법상 전원위원회의 재소집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국회 차원의 공청회 등 국회의 졸속 검토를 만회할 방안을 얼마든지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파병연장 문제는 이렇게 건성건성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이 이라크의 늪에서 하루 빨리 발을 뺄 수 있도록 의회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그 근거와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파병연장문제는 눈앞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위해 논의 자체를 회피해서도, 한미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가서도’ 결코 안 될 중차대한 사안이다. ‘예고된 재앙의 불씨’를 보면서도 진지한 토론 한번 없이 국민에게 맹목적 선택을 강행하는 여야는 각성하라.

평화군축센터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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