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메르세데스 소사 '알폰시나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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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창고] 메르세데스 소사 '알폰시나와 바다'
  • 박종순
  • 승인 2004.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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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두리 해변에서
언젠가 들은 이야기 중에 "바다는 모든 것을 다 받아주기 때문에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씩 생각하지만 참 맞는 이야기다 공감할 때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끔 울적하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질 때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 공통적인 느낌일 겁니다.

아르헨티나의 여류시인인 알폰시나 스또르니(1892-1938)는 유달리 바다를 사랑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의 대표적인 시중 하나인 "바다 앞에서"를 비롯해 바다를 평화와 망각의 원천으로 바라본 시들이 많은데, 어떤 의미에서 바다는 인간고통의 해결장소였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인은 결국 그토록 사랑하던 바다에 걸어 들어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938년 아르헨티나의 휴양지 마르 델 플라타(Mar del Plata)에서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하던 중 마침내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죽기 며칠 전 알폰시나 스토르니는 일간지 나시온에 보낼 최후의 시를 썼습니다. 이미 자살을 결심한 듯, 제목은 「잠을 자려네」(Voy a dormir)였습니다. 푹 잠을 잘 수 있도록 유모에게 등잔불을 낮춰달라고 부탁하고, 찾는 이 있어도 내버려둬 달라는 내용으로.

아르헨티나의 시인 펠릭스 루나의 아름다운 시 ‘알폰시나와 바다’를 읽고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는 메르사데스 소사를 염두에 두고 그녀의 따뜻하고 호소력있는 목소리에 맞추어 바로 이곡 알폰시나와 바다를 썼습니다.

알폰시나와 바다

▲ 알폰시나 스토르니 기념비(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
작곡: 아리엘 라미레스(Ariel Ramirez)
작사: 펠릭스 루나 (Felix Cesar Luna)

그대의 가녀린 자취는 파도 어른대는
고운 백사장으로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
한과 침묵이 감도는 호젓한 길은
바다 속 깊이 다다랐네.
삼켜버린 한이 서린 호젓한 길이
물거품 속으로 사라졌네.

그대가 얼마나 큰 고뇌에 잠겨있는지,
고동들이 웅얼거리는 노래에
포근히 기대려고 얼마나 크나큰
오랜 고통을 삼키고 있음을 신은 알지.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서
고동들이 부르는 노래에.

알폰시나여, 고독을 안고 가는구려.
어떤 새로운 시를 찾으러 갔나요?
소금기 어린 해묵은 해풍이
그대 영혼을 어루만지며 데려가는구려.
그리고 그대는 꿈에 취한 듯
바다의 옷을 입고 그리로 가네.

다섯 인어가
해초와 산호초 길로 인도하리니.
반짝거리는 해마들이
옆에서 원무를 그릴 지며
어느새 바다의 주민들이
옆에서 노니리니.

유모, 불을 조금 더 낮추고
편안히 잠들게 해주오.
그가 전화해도 없다고 해주오.
알폰시나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주오.
그가 전화해도 꼭 없다고 해주오.
내가 가버렸다고 해주오.

알폰시나여, 고독을 안고 가는구려.
어떤 새로운 시를 찾으러 갔나요?
소금기 어린 해묵은 해풍이
그대 영혼을 어루만지며 데려가는구려.
그리고 그대는 꿈에 취한 듯
바다의 옷을 입고 그리로 가네.

Por la blanda arena que lame el mar
su pequena huella no vuelve mas
y un sendero solo de pena y silencio llego
hasta el agua profunda
y un sendero solo de penas puras llego
hasta la espuma

Sabe Dios que angustia te acompano
que dolores viejos callo tu voz
para recostarte arrullada en el canto
de las caracolas marinas
la cancion que canta en el fondo oscuro del mar
la caracola

Te vas Alfonsina con tu soledad
que poemas nuevos fuiste a buscar?
Y una voz antigua de viento y de mar
te requiebra el alma
y la esta llamando
y te vas, hacia alla como en suenos,
dormida Alfonsina, vestida de mar.

Cinco sirenitas te llevaran
por caminos de algas y de coral
y fosforescentes caballos marinos haran
una ronda a tu lado.
Y los habitantes del agua van a nadar pronto a tu lado.

Bajame la lampara un poco mas
dejame que duerma, nodriza en paz
y si llama el no le digas que estoy,
dile que Alfonsina no vuelve.
y si llama el no le digas nunca que estoy,
di que me he ido.

Te vas Alfonsina con tu soledad
que poemas nuevos fuiste a buscar?
Y una voz antigua de viento y de mar
te requiebra el alma
y la esta llamando
y te vas, hacia alla como en suenos,
dormida Alfonsina, vestida de mar.

알폰시나 시토르니

▲ 알폰시나 스또르니
그녀는 항상 천박한 통속 문인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나 변변한 문학교육도 받지 못한 체 거의 독학으로 시를 썼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20살에 사생아까지 낳게 되었다니, 당시 문학 활동을 주도하던 살롱문화의 주역들인 엘리트 지식인들에게 속물 여류시인이라는 둥, 별종이라는 둥 끊임없는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알폰시나 시토르니는 결코 그들의 비난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점이 오히려 진정한 공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사생아를 낳았다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으며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당당히, 그리고 직설적으로 주장할 줄 알았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시에는 아르헨티나 문학에서는 처음으로 남녀평등의 주제가 담겨 있어 진정한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에로티즘에서도 선구자였습니다. 플라토닉한 사랑이 아니라 육체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노래함으로써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성을 탐닉할 자유가 있음을 선언하였고, 나아가 남성을 정복하고 버리는 여인상을 시에 담기도 했습니다.

멋지지요? 그녀의 시 「벌거벗은 영혼」(Alma desnuda)의 한 구절이야말로("피를 토하고 끊임없는 신열에 들뜬 영혼") 그녀의 고단한 삶과 울부짖는 영혼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피를 토하고 끊임없는 신열에 들뜬 영혼으로 살다가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바다로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한 시인... 지구 먼 곳에서 한참 오래 전에 살아간 사람이지만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또한 아름다운 노랫말을 만들어 그녀의 삶을 알게 해준 펠릭스 루나도...

특히나 가난이나 남녀차별 혹은 윤리적 편견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분노하는 전투적이면서도 불우한 삶을 살다 간 시인의 절박했던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시적인 영감을 구하기 위해 바다 밑으로 그녀를 유혹하는 오솔길에 몸을 내맡기는 문학혼, 그 자체와 바다의 주민들이 거의 여신으로 승화된 알폰시나 스토르니 곁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도 담겨 있어 더욱 좋게 느껴집니다.

마찬가지로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는 편견과 오만함을 대신 속죄하는 진혼곡이 되어야만 진정으로 알폰시나 스토르니의 넋을 달랠 수 있음을 알고 절절한 한스러움을 담은 멜로디로 승화시켰으며, 무엇보다도 메르세데스 소사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깊은 연민과 슬픔 그리고 마치 알폰시나가 생전에 그토록 고통스럽게 여겼던 깊은 고독감을 달래주려는 듯 정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노래함이 좋네요.

올해가 가기 전 바다에 가보고 싶습니다. 그간 내 마음에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것들이 너무 많네요. 가서 다 쏟아 내고 싶은데 바다는 다 받아 주겠죠?

박종순(서울 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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