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의 가슴앓이] 예방접종 지원 사업비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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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가슴앓이] 예방접종 지원 사업비 삭감
  • 고병수
  • 승인 2010.10.11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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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www.saesayon.org

 

기획재정부가 2010년 9월 28일 국무회의에서 필수예방접종 민간 병의원 지원 액수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내년도, 즉 2011년 민간 병의원에 지원할 필수예방접종 비용 증액분을 삭감한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 지원액을 675억 3100만원으로 잡고 요청하였으나 증액분 전액 470억 원을 뚝 잘라서 올해 수준으로만 시행하기로 했다.

필수 예방접종 민간병의원 지원의 필요성

예방접종이란 우리가 과거에 많이 앓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전염병들에 대해 면역방어능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에서 국가보건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필수예방접종인 결핵, B형간염, 홍역, 풍진, 볼거리,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일본뇌염, 수두 11가지와 국한적으로 시행하는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신증후군출혈열 3가지를 합쳐서 14종이다.

지금은 보건소와 민간병의원에서 하고 있는데 알다시피 보건소에서는 무료이지만 민간병의원에서는 본인부담을 지게 되어 있다. 보건소와 같은 국가보건기관과 민간병의원의 접종률을 보면 4:6 정도 된다고 한다. 많은 경우 동네병의원에서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민간병의원에서 국가지원을 받고 맞추도록 해주면 좋은데 왜 정부는 짠돌이처럼 구는 걸까? 그렇다고 우리나라만 독특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 무료 예방접종인데 말이다.

아이 낳아도 걱정 말라며 뒤로는 예산을 깎고

민간병의원에서 필수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이전에도 나왔으나 재정 확충 미비로 무산되었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2009년부터 민간병의원에서도 보건소에서처럼 무료로 예방접종을 시행하게 될 뻔했으나 돈 없다는 이유로 30%만 깍아 주고 70%는 여전히 본인부담으로 남은 채로 시행하게 되었다.

동네병원에서 아이들에게 접종을 하고 나서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불만이다.

"이 접종비는 2만원인데 정부에서 30퍼센트 할인해 주니까 일부만 내도됩니다. 부담 좀 덜었죠?"

"원장님, 농담하세요? 2만원짜리 접종비를 눈곱만큼 깎아줘 봤자 그래도 만 6천원이나 되는데..... 게다가 접종해야 할 게 어디 한 두 개입니까?"

난 그저 조금 안심하라고 한 말인데 얘 엄마는 깎아 주는 것 자체에 더 화를 낸다. 차라리 그냥 내겠다는 말도 한다. 어디 티가 나야 깎았는지 말았는지 느낌이 있을 텐데 말이다.

맞다. 국가적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나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을 위해서나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진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감동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간지러운 느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이 가진 부모들은 오히려 약 올리는 것 같은 느낌만 받을 뿐이었다.

국민소득 2만불을 외칠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국격’ 있는 정치 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시장을 돌면서 서민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진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그 분이 아이 낳아도 걱정 없이 키우게 하겠다는 말을 한 후 침도 마르기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 지원비를 깎아버리는, 그 분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후 장애인 지원비를 깎아버리는, 그 분이 어묵을 입에 물고 시장을 돌고나면 동네에 대형 매점이 들어서는 대한민국.

가난한 노동자 아버지가 장애인 아들의 연금을 위해 자살해야 하는 대한민국.....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

 

고병수(가정의학과 전문의, 새사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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