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이 한몸 바친 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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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이 한몸 바친 산수국
  • 이채택
  • 승인 2004.12.20 0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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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 둘레의 흰색꽃은 가짜꽃이고 가운데 작은 꽃이 진짜꽃이다
그날이 7월 11일 이었다.

새벽 6시에 선배와 만나 해발 600m로 제법 높은 문수산을 향해 출발했다. 오늘의 탐사 대상은 산수국과 가는장구채로 작년에 자생지를 확인해둔 녀석들이다. 앞으로 닥칠 불행을 알지 못한 채 서둘러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정상 조금 아래쪽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가는장구채가 커다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특산식물이란 세계적으로 분포지역을 볼 때 그 지역에만 분포하는 식물을 말한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숲속 부엽토는 제법 미끄러운 상태다. 가는장구채는 기대했던 그대로 활짝 개화한 상태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 가는장구채. 중부이남 그늘진 숲에서 자라는 석죽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정상근처로 올라가니 등산로 옆 숲속에 산수국이 보인다. 작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군락지다. 등산로를 벗어나 비탈진 곳으로 들어가니 무수히 많은 산수국이 반긴다. 개화시기는 한창 때를 조금 넘긴 모습이다.

오늘따라 선배는 자꾸 미끄러진다. 그리고 모기떼의 공격도 선배에게 집중되고 있다. 깊은 산의 모기는 집모기와는 색깔이 틀리고 위력도 엄청나다.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부동자세를 유지하는 순간 손등에는 이미 여러 마리의 모기가 앉아 있다.

여름이 시작되면 적들이 우리의 작업을 엄청나게 방해한다. 모기, 송충이, 뱀 등이 그들이다. 특히 뱀이 두려워 접근하지 못하고 촬영을 포기하는 꽃들도 많이 있다. 오늘 선배는 유난히 모기에 많이 당했다. 더위를 무릎쓰고 긴팔 옷을 입었건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등에도 옷을 뚫고 공격당했다.

나도 등쪽 허리근처가 조금 간지럽다. 그래도 선배보다는 훨씬 적게 공격당했다. 오늘의 목적을 어렵지 않게 달성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아래쪽에서 계곡을 따라 한번 더 탐사한 후 돌아가기로 했다.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내려오는데 등이 계속 조금씩 가렵다. 계곡입구에 도착한 순간 왼쪽 손등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인다.

분명 송충이 종류다. 놀라서 털어내고 나니 상반신 전체가 가렵다. 옷을 벗어서 보니 등에서부터 어깨를 거쳐 왼쪽 팔 전체, 그리고 손등까지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엄청 가렵다. 송충이가 한바퀴 지나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동승해 왔으니...

▲ 기린초.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모기등의 해충에 물렸을때 탁월한 약효를 발휘한다
급히 기린초를 찿았다. 다행히 이곳이 작년에 기린초가 있던 곳이다. 잎을 잘라 즙을 내고 부어 오른 곳에 발랐다. 기린초는 모기같은 해충에 물렸을 때 효과가 있다. 작년에 산을 오르다 큰애가 모기에 물려 가렵다고 했을 때 발라주니 금방 가려움증이 없어졌던 적이 있다.

조금 있으니 가려운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 그러나 상해 부위가 너무 넓어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번 기린초 즙을 바른 후, 더 이상의 탐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어 하산하기로 했다. 그 후 열흘 정도 고생했다. 가려움증에 잠도 깊이 들지 못하고 깨기도 여러 번 했다. 어부인한테 구박도 엄청 받았다.

산수국은 쌍떡잎식물 장미목 범의귀과의 낙엽관목으로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다. 둘레에 큰 흰색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는 가짜꽃(무성화. 중성화)이다. 가운데에 있는 진짜꽃은(양성화) 크기가 너무 작아 곤충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가짜꽃은 이 점을 보완한다. 가짜꽃의 임무는 곤충들 눈에 잘 띄어 그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가루받이가 끝나고 열매가 맺히면 임무를 마친 가짜꽃은 마치 등을 돌리듯 뒤집어지고 색깔도 초록빛으로 변한다.

▲ 산수국. 가루받이가 끝나고 씨가 맺히면 임무를 마친 둘레의 가짜꽃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뒤집어져 버린다
산에서 산수국을 볼 때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둘레의 큰 꽃이 진짜 꽃 인줄로만 알았고 색깔이 흰색, 분홍색, 초록색으로 다양하게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어느 곳에서 산수국이 진짜꽃과 가짜꽃이 있다는 글을 보고나서, 종일 뒤져 알아낸 산수국의 생태는 다른 식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었다.

사진자료를 뒤적이다보니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그래도 야생화 탐사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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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택 2004-12-23 18:26:44
돌나물과 식물입니다. 돌나물과 식물은 바위채송화. 땅채송화. 기린초.
돌나물등이 있는데 꽃은 모두 똑같아 보일 정도로 흡사합니다.
잎은 채송화를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채송화 잎 비슷한데 두께. 넓이.
폭 등에서 차이가 납니다.

2004-12-23 16:21:08
기린초가 돌나물 비슷한거지요.
유용한 정보 고맙습니다.

정성훈 2004-12-22 12:45:10
이젠 기린초도 확인했으니 다시 산행을 시작해야겠군요.문제는 그 큰 사진을 보고도 기린초를 구별해 낼 수 있느냐죠.

이채택 2004-12-21 18:40:25
흐리게 보이네요.
포토갤러리에 잎이 잘보이도록 올려 볼께요.
사실 올해 두 번 당했죠. 처음에는 경미하게 한쪽 상완에만,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은 그야말로...., 당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여름산행시는 등산로 벗어나지 맙시다.

성훈 2004-12-21 17:59:15
들꽃이야기 이어가기가 정말 어렵군요. 고생 많으십니다. 전 산에가면 막걸리집부터 알아놓고 가는데, 혹 기린초 큰 사진없나요. 산에 갔을 때를 대비해서 잘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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