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흘러간 '노인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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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흘러간 '노인틀니'
  • 김철신
  • 승인 2010.11.01 12: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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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김철신 논설위원

 

얼마 전 2011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재정여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지 분야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했다는 것이 정부의 자평이다. 특히 서민생활안정과 일자리지원, 재정건전성 회복에 중점을 두고 편성하였으며 복지예산이 전년대비 5조 248억 원이 늘어난 86조 3천억으로 그 증가율이 6.2%에 달해, 정부 총지출 증가수준보다도 높다고 한다.

일부 언론들 또한 “내년도 복지예산 비중, 역대최고” 라며 이명박 정부의 서민배려 예산을 충실히 홍보해주고 있는데 이는 4대강사업과 부자감세 등으로 국가재정이 부족해지면 결국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했던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무색케 하는 결과이다.

정말 이명박 정부는 부자세금도 깎아주고, 4대강도 벌이고, 게다가 서민 복지 예산도 늘리는 기적을 이루어낸 것일까?

정부가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그럴 리는 없을 터, 정부와 일부 언론의 온갖  ‘말 성찬’을 걷어내고 실상을 들여다보면 2011년 복지예산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사상최대라는 내년 복지재정 증가분은 자연증가분 및 주요한 법정의무지출 예산이 4조 1,485억 원이다. 이를 제외한 증가분은 겨우 8,763억 원으로, 그나마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 주택분야의 융자금까지 다 포함해도도 증가율은 1.1%에 불과하다. 지난 정부의 7%~9%대 증가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GDP의 20%에 달하는 OECD 주요국가의 복지 예산에 비해 GDP 대비 9% 정도인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비중은 국제수준에 비해 거의 100조 정도나 부족할 정도로 초라한 상황이다.

그러나 2008년 시행한 20조원의 부자감세와, 전년도 증가율보다 세배나 증가한 4대강 예산이 국가 재정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은 복지 예산의 증가를 막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축소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상최대 복지예산이라는 정부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예산 내용도 문제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자칭 ‘서민 희망예산’의 세부 내역을 국민들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지출은 총괄수치로 공개해 버리고 각 복지사업들을 해당 부처사업으로 분산해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고 있다. 이 같은 발표방식은 보통의 서민들이 내년도 정부의 살림살이가 어떠한지, 우리가족을 위해 쓰일 복지예산이 잘 배정되고 있는지 살피기 어렵게 만든다. 현실은 가려지고  화려한 수치들만이 주요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최근에 발표된 구강보건예산만 하더라도 2010년 대비 70여억 원이 삭감되었다. 노인의치 보철사업의 예산은 1/3이나 잘려나갔다.

가뜩이나 부족한 구강보건예산에서, 그것도 고령화와 양극화의 영향으로 그 필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노인의치에 대한 보장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구강보건전문가들이 지적한대로 4대강 삽질 속에 어르신들의 틀니가 흘러가 버린 것이다.

또한 전국 경로당의 난방비 전액삭감, 보육시설지원비 58.1%삭감,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창출 예산 2,000여 억 원 삭감 등 허황된 총괄 수치를 걷어내고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서민복지예산들이 줄줄이 잘려나가고 있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수많은 우려 속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의 여파가 경로당과 어린이집 그리고 어르신들의 씹는 희망에까지 구체적으로 미치고 있는 것이다.

재래시장 상인 속에 섞여 떡볶이를 먹는 대통령의 푸근한 이미지와 가늠하기 어려운 통계 수치들에 가려져 얼마나 많은 서민들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지는 당사자인 국민들이 알 길이 없다.

진정한 서민희망예산은 뉴스에서 보이는 몇가지 쇼가 아니라 서민들이 따뜻한 방안에서 아이들 걱정 없이 틀니라도 제대로 갖추고 밥 한 끼 먹게 하는 예산일 것이다.

현 정부는 서민희망과 공정사회라는 구호 속에 너무나 많은 서민의 희망을 빼앗아가고 있다. 대폭 삭감된 내년도 구강보건예산은 그 단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제발 이명박 정부는 사상최대의 노력 따위 없어도 좋으니 어르신들의 입속에 있어야할 틀니마저 빼앗지는 말아주길 바란다.

김철신(본지 논설위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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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dsid 2010-11-02 11:59:40
구강보건예산뿐 아니라..모자보건, 방문보건, 기타 건강증진에 관련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 눈으로 확연히 보이니 기사가 맘에 와닿습니다. 개인적으로 노인의치보철사업을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저소득층이나 노인분들의 안위를 심히 걱정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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