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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의료제도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5.01.01 00:00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히는 화이트 헤드는 사람의 욕망을 세 마디로 요약하였다.

(ⅰ) 산다. (to live)
(ⅱ) 잘 산다. (to live well)
(ⅲ) 더 잘 산다. (to live better)

삶 자체를 이보다 더 어떻게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겠는가? 결국 삶의 기술이란, 첫째 생존하는 것이며, 둘째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생존하는 것이며, 셋째 만족의 증가를 획득하는 것이다.

잘 살고(to live well), 멋있는 삶(to live better)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것이 요즘 유행하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아닐까 한다. 이제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성장만이 행복을 가득 담은 요술 램프인 것처럼 생각했다. 쉽게 말해 돈이면 부·명예·건강 모두를 움켜잡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런데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명품과 명차 그리고 아파트 평수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 너무나 단선적이고 천박하다고 느낀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내가 중요하다고 깨달은, 다시 말해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내면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는 데 새로운 기준을 갖은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웰빙'이 장삿속에 곧바로 물들어 웰빙 요가웰빙 헬스·웰빙 와인·웰빙 하우스·웰빙 가전·웰빙 투어 심지어 웰빙 헤어스타일·웰빙 돼지고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아무데나 '웰빙' 딱지를 붙여 일반 상품 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있다. 결국 '웰빙'마저 상업주의 호들갑에서 헤어나지 못해 오히려 전보다 더 천박하다는 냉소를 짓는 이도 있다.

'웰빙'의 핵심은 건강이다. 누구에게나 건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의료제도이다. 그런데 이 의료제도가 '웰빙'상품처럼 뒤틀려지려고 한다. 황상익 교수(서울대 의대·의학사)가 '의료붕괴로 가는 지름길'이란 신문 칼럼에서 밝힌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제까지 179명이 노벨의학상을 차지하였는데 미국인이 절반 넘는 91명이다. 미국은 의료비를 국내총생산의 15% 가량 지출한다. 프랑스·영국·일본·한국은 대체로 6∼7%를 지출하여 미국의 절반이 안 된다.

그렇다면 국민의 건강 상태도 미국이 으뜸일까? 영아사망률·이환율·평균수명 같은 여러 건강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은 1등은커녕 선진국들 가운데 뒤쪽에 처져 있다. 노벨의학상 수상자는 1명도 없고, 의료비 지출액수가 미국의 1/30도 안 되는 쿠바 국민의 건강 수준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대체로 공공 의료를 확립한 나라일수록 국민들의 건강 수준이 높고, 반대로 의료를 시장에 맡긴 나라일수록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에 45%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까지 확대할 것과 8%에 지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을 30%로(OECD 나라들은 평균 75%) 높이겠다고 큰 소리 쳤으나, 결국 경제자유구역 안에 있는 외국병원에게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려 하면서 방향키를 거꾸로 잡고 있다.

외국병원은 국내병원과 같은 환자를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병원보다 5∼6배 비싼 진료비·건강보험 제외·영리법인 허용·세제 및 자금지원 혜택·환경 및 고용조건 규제완화와 같은 특혜를 누리게 된다. 정부는 의료시장 개방을 미화하지만,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의료가 가진 공공재적 특성 때문에 의료시장 개방에 부정적이다.

게다가 국내병원들이 획기적인 수준의 의료수가 인상이나 규제완화, 나아가 영리법인화와 건강보험 제외를 요구한다면 그나마 유지하던 건강보험제도의 기반마저 붕괴하게 된다. 그러면 이를 대체할 민간의료보험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은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붕괴시켜 국민의 건강 수준을 더욱 악화시킬 최악의 조치다.』

'웰빙'을 우리말 뜻으로 국립국어연구원은 '참살이'를 제시했다. '웰빙'이란 막연한 외래어보다 '참살이'란 우리말이 훨씬 정겹게 들린다. 모든 국민이 참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의료제도가 되도록 건치가 앞장서야 할 새해가 밝아왔다.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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