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2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세계 경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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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2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세계 경제 해법
  • 전민용
  • 승인 2010.11.16 10: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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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질병을 검사하고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고르라면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진단을 선택할 것이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지난 30년 동안 세계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어떤 오판과 거짓 주장을 해 왔는지 조목조목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며 진단한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경험하며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에서 그동안 장하준이 주장해 왔던 내용들의 적합성과 사실성이 새삼 입증되었다. 아직도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해법에 빛나는 이정표가 될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 11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런던경제대학을 방문하여 왜 아무도 2008년 가을에 터진 금융 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아마 지구인 대부분이 궁금해 했던 질문일 것이다.

여왕의 질문에 대해 영국아카데미는 2009년 학계, 금융계, 정부 등에서 최고로 꼽히는 경제학자들을 모아 답변을 정리하여 여왕에게 전달했다. 그들은 “경제학자들 개개인은 유능했지만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

영국 등 세계적으로 유능한 사람들이 집단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시스템 전체에 끼치는 리스크를 이해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반성했다. 집단적 상상력이라는 그동안 경제학의 주류에서는 낄 자리도 없던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이 답변은 결국 영국 경제학계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들이 모였는데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인정한 셈이다.

사실 지난 30여 년 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불러오는 환경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금융규제 철폐, 무제한 단기 이윤 추구와 주주 이익 극대화, 고용 불안, 부자 감세, 양극화 심화, 시장 만능과 국가 통제력 약화, 탈산업화 현상들에 대한 이론적 정당화를 해준 것이 그들이다.

이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지난 30년 간 한 일은 스스로 고백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어리석은 판단을 한 것 정도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큰 해악을 끼쳤다. 구체적으로 1982년 제3세계 채무 위기, 1995년 멕시코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1998년 러시아 위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까지 크고 작은 수십 개의 금융위기에 이들의 책임이 있다.

2008년 가을 세계 경제를 1929년의 대공황 같은 총체적 붕괴에서 구해낸 것은 케인스, 찰스 킨들버거, 하이먼 민스크 등의 경제학이다. 정부 지출을 늘리고 예금 보험을 강화하고 복지 정책을 확대하고 대규모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쏟아 부은 덕분이다. 이 대책들의 대부분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한사코 반대해 왔던 정책들이다.

장하준은 지유시장 경제학자들이 믿고 주장해 왔던 신화들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그는 역사적으로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규제라고 느끼는 것은 그 이면에 있는 도덕적 가치를 수긍하지 않을 때이다. 어떤 시장에도 사고 팔 수 있는 대상,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 거래의 조건, 이민 정책 등  규제가 있다. 시장은 오직 정치적으로 정의될 뿐이다.

장하준은 기업이 소유자인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해 경영하면 안 되는 이유, 나라마다 임금 격차가 수십 배 까지 벌어지는 배경,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가 하나도 없었던 현실, 탈산업화 사회와 지식기반 경제라는 헛된 신화, 정보화와 세계화에 대한 지나친 과장, 정부 역할의 중요성,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정책과 트리클 다운 논리의 허구성, 경영자들의 과잉 보수의 문제점, 금융시장 규제의 필요성, 인간 합리성의 한계, 경제의 불확실성, 교육이 생산성 향상에 별 효용이 없는 근거 등에 대해 방대한 자료와 통계를 제시하며 입증해 나간다.  

장하준의 주요 타겟은 자유시장주의자들의 판단과 정책들이지만,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감염되어 제 3의 길, 사회투자국가등을 추진했던 영국 노동당이나 미국 민주당 등의 진보파들의 정책적 오류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장하준은 책의 결론으로 세계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한 8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더 잘 규제된 자본주의, 인간의 합리성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시스템, 이윤 동기 뿐 아니라 연대와 신뢰를 장려하는 시스템 설계, 기회의 평등 뿐 아니라 어느정도 결과의 평등도 보장하여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사회, 탈산업화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제조업을 중시하는 것, 금융과 실물 부분의 균형, 복지 확대 등 더 크고 적극적인 정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배려 등이다.

인간의 비합리성, 경제의 불확실성, 정부 역할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장하준은 진정한 케인wm주의의 계승자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2008년 경제 위기가 세계 경제의 완전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겨우 막아낸 상황이며 지속적인 경기 회복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금융개혁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및 통화를 완화한 결과 새로운 거품이 일어나고 있고, 실물 부문의 돈줄은 막혀 있다. 이 거품이 터지면 세계 경제는 다시 불황으로 들어가는 더블딥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G20회의에서도 드러났지만 각국의 정부들은 금융시장 규제 방안이나 환율 문제, 기축통화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의 차이가 크다. G20회의의 효용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해법을 위해서는 먼저 상황 파악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각국에서 추진했던 경제정책들의 공과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장하준의 책이 빛나는 지점이다. 영국 가디언지가 영국의 노동당 당수에게 장하준을 만나보라고 권한 것처럼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장하준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현재 이명박정부는 부자감세 등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생각을 답습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역시 잘 봐주면 사회투자국가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했다고 보인다.

장하준의 견해에 비추어 보면 이명박정부는 완전히 배를 산으로 끌고 가고 있는 중이고, 민주당 역시 안일하고 부정확한 인식과 정책을 가지고 있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 해야만 하는데 이를 끌고 나갈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한 새로운 정치가 출현해야 가능 할 것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장하준, 도서출판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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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0-11-16 14:18:06
단어가 깨졌네요.^^ 금융허브로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이던 아이슬란드가 망한 이유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같은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허실, 스위스처럼 교육 경쟁력이 취약한 나라의 높은 생산성을 생각할 때 생산성을 높인다고 무작정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등 배울 점이 아주 많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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