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의 시대, 쥐20과 아토피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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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의 시대, 쥐20과 아토피 정부
  • 신순희
  • 승인 2010.11.16 13:0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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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신순희 논설위원

 

전직 대통령의 묘에 빨갱이를 증오한다는 60대 남성이 인분을 뿌리면, 그것은 모욕일까? 모욕이라면 과연 누가 모욕을 당한 걸까?

묘의 주인? 관리 책임자? 인분을 뿌린 당사자? 혹은 이 모든 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

현직 대통령을 쥐박이라 부르거나 쥐 그림을 공공장소에 그리면, 그것은 모욕일까? 전 세계에서 잘나가는 스무 개 나라만 참가하는 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가져다준다는, 드높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일까?

국립 현충원에서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의 묘소에 불을 질러도 모르는 정부가, 코엑스 앞에서는 쥐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만 나타나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제재하는 신속함을 보여준다.

경상북도 구미에서 독재자의 93주기 탄신제가 성대하게 열리고 민족의 햇살이자 반인 반신으로 추앙받는 날, 경상남도 봉하의 작은 너럭바위에는 인분이 뿌려지고 그 위에 초록색 비닐막이 덮인다.

모욕이 해일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쥐20 기간에, 쥐20 포스터에, 쥐를 그려 풍자한 대학 강사가 배후를 추궁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건은 과거 기억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과연, 촛불과 쥐박이의 기억이 없었어도 쥐20 포스터에 그려진 스프레이 낙서에 정부의 이 같은 과민 반응이 나왔을까? 생명체는 외래성 항원과 처음 만나면 그 기억을 꼬옥~ 간직해 항체라는 녀석을 만들어두었다가, 훗날 그 항원과 다시 조우하게 되면 기억을 더듬어 항체를 불러낸다. 그리고 속삭인다. “그때 나를 불편하게 한 그 놈이야. 혼내줘!”

보통 생명보호를 위한 이러한 방어메커니즘이 때로 생체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용어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도 하고 ‘알러지 반응’이라고도 한다. 개콘의 농담같은 이번 구속영장은 정부의 국격 보호 메커니즘이라기보다는 국격 장애 매커니즘이 발동된 전형적인 알러지 반응이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타블로를 언급하며 젊은 친구가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겠냐고 걱정했단다. 인터넷의 근거 없는 허위소문으로 맘고생을 했다는 각하의 언급은,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가 근거 없는 소문에 놀아난 철없는 국민들의 생떼이고 그것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모른다는 끈질긴 되새김질이다. 타블로를 봐도 촛불이 억울하고 쥐 그림만 봐도 쥐박이가 떠올라 자가면역반응을 하는 이 아토피 정부를 어찌해야 할까.

모욕은 쥐박이라는 별명이나 쥐20 그림에 있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 불을 지르거나 똥물을 끼얹는 행위에도 있지 않다.

감히 단언하건대, 그 어떤 행위로도 노무현의 너럭바위는 모욕당하지 않는다. 인분을 붓건 차명계좌를 창조하건 다른 어떤 비아냥거림을 하건 말이다.

진정한 모욕은, 쥐20이라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서도 안되고 길거리에 노점을 해서도 안되고 이것도 저것도 하지 말고 그저 조용히 바른생활 국민 노릇을 하며 박수나 쳐대라고 하는 이 시대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길들여지는 것에 있다.

이 모욕적인 밥그릇 민주주의 시대에 대학 강사라는 가난한 밥그릇을 영위하고 있는 한 예술가는 경찰의 과민반응을 예상하고도 쥐 그림을 그렸고, 온 나라의 결찰이 다 동원된 코엑스 사거리에서 젊은이들은 쥐 티셔츠를 입고 춤을 췄다.

그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우리가 받은 모욕에 대해 대신 항의해 준 것이다. 성실히 살아가는 많은 국민들을 고분고분한 멍청이 대접한 이 정부에 대해,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바로 알려준 것이다.

내 얼굴에 묻은 인분을 닦아주고 내 자존을 대신 지켜준 그들에게, 이 나라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준 그들에게, 다음에는 나도 작은 용기를 내어 보겠다고, 아토피에는 약도 없다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노라고 말하고 싶다.

주인이 자기 자리를 뺏기지 않고 지키려할 때 그 자리를 노리던 이들은 또 갖은 수단으로 해코지를 할 것이다. 소송을 하고, 엄청난 벌금을 물리고, 직장을 빼앗고 더 이상 주인자리 힘들어서 못 지키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대신앉아 맘껏 모욕하려할 것이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는 날선 목소리가 여전히 ‘깨끗하게’ 울리고 있는 한은 말이다.

 신순희(본지 논설위원, 인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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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B C 9 9 9 9 . c o m 2010-11-19 0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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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기자 2010-11-17 18:00:52
잘 읽었습니다. 특히 '모욕의 시대'라는 시대규정 독특합니다.

전민 2010-11-17 11:16:16
의 쥐쥐쥐쥐 쥐쥐쥐쥐쥐 노래는 금쥐 안 당하는 이유는?

김철신 2010-11-17 15:31:02
저도 가족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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