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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에서의 호소제4부 역사에 의무를 다한 시인 탄타오
송필경 | 승인 2010.12.21 16:00

 

본 연재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연재글 첫회부터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꾸앙빈에서 캄보디아 국경에 맞닿아 있는 송베까지는 쯩선산맥 따라 1,700km의 길이 있다. 이 길을 호찌민 통로(Ho Chi Minh Trail), 흔히 호찌민 루트라 한다. 울창한 밀림으로 뒤덮여 있어 공중정찰로도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기 극히 어렵다.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로 밀림을 통째로 날려버릴 듯한 융단 폭격도 모자라 공격기로 정밀 폭격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야간 저광량전자 광학 센서와 적외선 추적장치를 부착한 항공기로 야간에도 남하하는 북베트남 부대를 강타하였다. 또한 밀림을 말살하려는 듯 고엽제도 어마어마하게 뿌렸다. 
많은 동료들은 끝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었다. 길 위에서 굶어죽고, 포탄 맞아 죽고, 병들어 죽었다. 시인도 말라리아를 앓았다. 심한 열과 구토와 설사를 어쨌든 이겨냈다.

“쯩선산맥을 건너며 내가 가장 그리웠던 건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조국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한때 먹었던 음식이었습니다. 특별한 것도 아니었고 일상적으로 늘 먹던 음식이 가장 그리웠어요. 4개월 동안 야채를 한번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탐하는 건 고기가 아니라 야채였지요. 이건 아마 쯩선산맥을 건넌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극도의 결핍, 내가 그리웠던 건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그 무엇이었겠죠.” 몹시 애처로운 소망이었다.

   
 
  ▲ 미 라이 기념관  
 
북베트남 정규군이나 민족해방전선(베트콩) 측의 종군기자는 일반 전투원과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며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전투원들과 함께 싸우고, 싸움이 끝난 다음 전투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자는 사이에 기사를 쓴다. 시인은 틈틈이 시도 썼다.

시인은 천신만고 끝에 사이공 인근 구찌 터널에 도착한다. 구찌 터널은 호찌민 루트와 사이공을 연결하는 전략지점에 있는 지하 터널이다. 반프랑스 항쟁의 거점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30년 간 만들었다. 지하 30m, 총연장 250km에 이르는 3층 구조의 토굴로 되어 있다. 터널의 통로는 폭 50cm, 높이 70cm로 몸집이 큰 서양인은 드나들기 매우 힘들게 되어있다.
구찌 터널은 20세기 토목기술의 가장 뛰어난 걸작이면서 ‘20세기 불가사의’라고 한다. ‘구찌 출신’이란 한 마디는 오늘날 베트남 지도자들의 애국 투쟁심의 간판이다. 시인은 땅굴에서도 문예전사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는 고향인 꽝 아이 성으로 전투장을 옮긴다.

시인은 도착하자 고향 인근 마을에서 이미 일어난 ‘미 라이 학살’을 목도한다. 미 라이 학살은 시인의 삶을 관통한 처절한 고통과 비극이었다. 시인은 말한다. “그때의 참담한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죽는 날까지 미 라이 학살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연작시 「미 라이의 아이들」을 쓴다. 그러나 시인은 소리 지르거나 탄식하지 않았다. 이 시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가장 뛰어난 서사시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 부분 ‘망루에서의 호소’를 강연하기 전 시인은 몸소 낭송한 것이다. 이 시는 구수정 선생이 번역한 것이다.

 

<망루에서의 호소>

바다 쪽에서 달무리가 떠오른다.
마을 쪽에서 어린아이들이 날아오른다.
달과 아이들이 만난다, 하늘 가운데에서.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노래
“둥근 달아 이리 내려와 놀자…”
술래잡기 숨바꼭질
모두가 다시 살아와 이리저리 모래 위를 뛰논다.

손에 든 나무 총
한낮에 주운 막대기로 달무리를 끌어내린다, 열매를 따듯.
아이들이여 나 돌아오거든
그대들 속에 나 있게 하라.
이처럼 예기치 않은 달 보게 하라.
씨뿌리는 가을의 불꽃처럼
발 아래 하얗게 타오르는 모래를 보게 하라.

바다와 대지의 아이들로
우리는 이곳에서 자라났고 이곳에서 자라날 것이다.
포플러 울타리 소란스레 부딪히는 지붕들과
아득한 수평선 물결이는 물새의 날갯짓
게의 발자국까지 사랑하리라.
이 아기가 내게 오는  총탄을 막아주었다.
이른 아침 내가 손 미에 다다르기 전에.

이 아기가 그대의 총탄을 막아주었다.
일평생 단 한번 그대의 기도 나를 지켜주소서.
이 아기가 우리의 총탄을 막아주었다.
이토록 여리고 마른 가슴팍으로
하여 우리 모두는 되살아났다.
손 미여!

태양 아래 영원히 서로의 손을 잡자.
물결이 바다를 만나듯 우리 모두 벼 익는 황금빛 들판을 가로지르자.
다함께 모든 사람의 풍요를 노래하자.
이 공간에 새기자.
벼 잎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수십 년 아직도 되돌아오는 이 음성들을
모래 마을 끊임없이 샘솟는 우물의 마음으로
밀물처럼 깊이 새기자.

우리는 여전히 모두 살아 있노라고!


송필경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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