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창고] 고란 브레고비치의 '에델레지'
상태바
[음악 창고] 고란 브레고비치의 '에델레지'
  • 박종순
  • 승인 2004.12.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음악은 영화 ‘집시의 시간’에 나왔던 에델레지이다.

에델레지(Ederlezi)는 발칸반도 집시들의 최고축제일인 ‘성 조지의 날’을 말하는 것으로 마치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발칸반도의 집시들에게는 그들의 민족성을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노래이다.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작품 ‘집시의 시간’에 삽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영화 집시의 시간은 마케도니아의 한 집시 공동체인 슈토 오리자리에서 촬영되었다 한다. 아쉽게도 이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음악을 담당한 고란 브레고비치는 또한 월드음악계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데, 원래는 유고슬라비아의 비틀즈라 불리는 비엘로 두그메라는 락밴드의 리더로 10대들의 우상이었다 한다. 거의 15년 동안 유고슬라비아의 최고의 밴드로 군림했다는데, 단지 영국이나 미국의 락음악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발칸반도의 민속음악을 락음악에 적절히 가미하는 실험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다. 

아무튼 10대의 우상으로 살아가기 지겨워서라는 이유로 1988년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을 만나 집시의 시간 사운드 트랙을 맡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아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아리조나 드림, 언더그라운드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계속 같이 작업했는데 영화만큼이나 사운드 트랙도 명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가장 큰 그의 특징이라면 서로 상반되는 극단적인 것들 사이에서의 균형이라 할 수 있는데, 발칸지역의 민속음악이 전자음향과 결합하면서 만나는 비트가 모던하면서 웨스턴하게 전개될 때 멜로디는 토속적이면서 오리엔탈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이곡에서는 느낄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고반 브레고비치가 곧 한국에 오게 된단다. 나는 벌써 예매를 했지만, 내년 6월 11일 토요일 6시 LG아트센타에서 공연을 갖는다.

원래 그의 공연을 보면 한쪽엔 베오그라드의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다른 한쪽으론 불가리아 합창단이, 그리고 중앙 뒤편에는 웨딩 앤 퓨너럴 밴드라 불리는 브라스 밴드가 각각 자리를 잡고, 중앙에 퍼커션 연주자가 있으며 브레고비치 자신은 전기 기타를 연주한다.

그리고는 그 자신의 음악 용광로에 녹여버리는 음악들은 바르토크의 음악을 비롯해 집시, 터키, 폴란드, 불가리아 등 가까운 지역은 물론이고 록, 재즈, 탱고, 모르나(Morna) 같이 동유럽의 음악적 전통과는 거리가 먼 음악까지 망라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그를 가리켜 코스모폴리탄 집시라 했다 한다. 그가 직접적인 집시 혈통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의 음악들은 ‘앞집여자’ 같은 드라마나 CF음악,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에도 많이 등장해 귀에 익숙한 곡들도 꽤 많이 있다. 그래서 그의 한국공연은 벌써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웨딩 앤 퓨너럴 밴드라 불리는 브라스 밴드하고만 함께 공연할 것 같아 아쉬움이 너무 크기도 하지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