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료현실 - 절망인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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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료현실 - 절망인가? 희망인가?
  • 김용진
  • 승인 2011.01.10 10: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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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김용진 논설위원

 

외국에 장기간 나갈 분이나, 외국에 이민을 갔다가 여러 사정으로 국내에 잠시 돌아오신 분들이 치과에 내원하는 일이 자주 있다.

외국에 장기간 나갈 분들은 외국에서 치아가 아프거나 손상이 되어 치료를 받을 때 보험이 안되어 비싸다는 정보를 알고 출국하기 전에 미리미리 치료를 받아두려고 하는 분들이고, 외국에 이민을 갔다가 들어와서 치료를 받으시려는 분은 외국에서 치과치료가 비싸서 치료를 엄두를 못 내다가 국내에 들어와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이 분들은 비록 보험이 없지만, 비보험치료라도 외국보다는 매우 싸고, 보철이나 임플란트 역시 외국보다 매우 싸기 때문에 들어온 김에 겸사겸사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리라. 물론 한국의 치과의료기술이 세계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싸면서도 질이 좋은 치료, 경제관료들이 늘 강조하는 '경쟁력 있는' 한국의 치과의료라는 것은 한국의 치과의사로서 내심 자부심이 있기도 하다.

허나 세상에는 맑은 물에 돌을 던지고 물장구를 치면서 흙탕물로 만들고 몰래 분뇨까지 버리는 것들이 늘 있는가보다.

얼마 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릴 때 살던 동네의 이웃 어르신의 동생이 이민갔다가 들어와 있는데, 소개를 받아서 나에게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평상시와 같이 치료 잘해주고 , 어머니 체면을 생각해서 진료비도 좀 잘 생각해달라는 이야기로 들었다. 막상 그 분이 오셨는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한 달 전쯤에 '?플란트'라는 치과에 갔더란다. 물론 싸다는 소문을 듣고 갔단다. 아가씨인 직원이 보고 상담을 하더니, 아래는 앞니 4개 없는 곳에는 임플란트를 두 개 심고, 위 앞니 빠진 곳에는 1개의 임플란트를 심고, 아래는 뼈가 좁으니 골 이식을 하고, 몇 개의 보철물은 새로 하고 등등... 얼마가 나오는데, 우수리 20만원은 깍아주고 500만원에 하겠다고 하더란다.

이미 그곳에 싸다고 알고 갔고 깍아준다고 하기에, 바로 그날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위에는 가철성 임시의치를, 아래는 고정성 임시의치를 했는데, 이 분이 보니, 아래 심어진 임플란트가 삐뚤어져서 앞으로 튀어나오고 옆으로 기울어졌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료한 의사에게 불만을 표시했더니, 조금 나이가 있는 원장이 오더니, 기울어졌어도 다 보철을 하는 방법이 있고 문제가 안 된다는 답변을 했단다. 아무래도 의심이 되어 다른 치과에 가서 상담을 해보았는데, 심어진 임플란트가 다 문제가 있으니 빼야한다고 하더라면서 나에게 다시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었다.

이제야 구강내를 살펴보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여 보니, 상태는 이랬다. 이 분은 아래 앞니가 4개가 상실되어 아래 좌우 견치를 연결하여 고정성계속가공의치를 하고 있었는데, 손상이 되었었는지, 제거하고 좌우 측절치 부위에 가느다란 임플란트를 심었다. 두개의 임플란트 모두 우측으로 기울어져있었고, 좌측 임플란트는 인접 견치의 치근에 매우 가까웠다. 우측 임플란트는 입술쪽(순측)으로 매우 기울어져 있었다. 위에는 상악 좌측 중절치가 치주문제로 상실되어 있었는데 이 부위에 임플란트를 심었는데, 약간 깊은 것 말고는 심는 것 자체는 큰 이상이 없었는데, 상악 우측 중절치, 측절치, 좌측 측절치는 모두 오래된 보철물로 손상이 되어 있어서 새로 해야 할 상황이었고, '?플란트치과'에서 그 보철물도 새로 하기로 계획을 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실력이 모자라서 임플란트를 적절한 위치에 적절하게 심지 못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보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기도 하며, 제거하고 새로 식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는가? 하악의 좌우 견치는 고정성가공의치의 지대치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상악의 상실된 치아의 주변치아도 어차피 보철을 새로 해야 하고, 고정성계속가공의치의 지대치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당신의 부모라면, 혹은 당신 자신의 이라면 치료를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이 내가 치료를 할 때 치료 계획을 세우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임플란트를 이용한 치료계획은 전혀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환자에게 동료 치과의사의 치료내용을 흉볼수는 없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나는 내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환자분은 상담을 마치고 돌아갔다.

절망스러웠다. 상담직원에게 상담에 따른 매출로 인센티브를 주고, 불필요한 무리한 치료를 환자에게 "싼값"을 무기로 강매를 하는 비윤리적인 치과가 있다는 것이 치과의료인으로써 너무나 부끄러웠다. 의료에 앞서 '상술'이 판치고, '상술'을 앞세워 '의료의 원칙'을 버리는 행위가 자행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펐다. 한국의 치과의료에 대한 자부심을 이제는 더 유지할 수 없었다.

환자분은 결국 그 치과에 가서 모든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나에게 왔다. 심어진 임플란트들이 고정력이 없었는지 큰 손상없이 제거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계속가공임시의치제작을 위한 인상을 뜨고, 치주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치석제거를 한 뒤 환자분과 다음 약속을 했다.

며칠전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치과제도발전협의회' 1차회의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의 구강보건정책연구원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애초 전문의제도와 관련된 회의를 하려는 것으로 알고 갔으나 임종규 국장은 치과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논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나는 개원치과의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이야기했다. 치과의사 과잉배출문제, 비윤리적인 일부 네트워크 치과문제, 원가보존율이 극히 낮은 건강보험문제, 기존 개원치과의사들이 기득권을 버리면서 만들려고 했던 소수전문의제도와 치과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안 이루어지는 문제 등. 사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과도한 경쟁에 휘말려 '의술'을 버리고 '상술'로 치닫는, 자본을 가진 상업적 치과에 밀려, 양심적으로 지역주민의 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묵묵히 치과의원에서 노력하는 많은 양심적인 좋은 치과의사들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이로 인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치과제도발전협의회에 개원치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경기도치과의사회장만으로 과소 대표된 것은 문제다. 전국 개원치과의사들! 의 힘을 모아서 좀더 많은 개원치과의사가 참여하도록 하여야 하고, 개원치과의사들의 고민과 견해가 반영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20년쯤 뒤, 우리의 후배 치과의사들이 선배들의 노력으로 좋은 환경에서 '행복한 치과의사'로 살고, 국민들도 부담없이 양질의 치과진료를 받아 구강건강을 유지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김용진(본지 논설위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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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택 2011-01-15 09:37:07
적절한 일갈이었습니다.
정말 도를 넘어선 행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안되면 외부의 힘을 빌어서라도 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박덕영 2011-01-10 15:16:50
최근에 감지되는 현상은 그 도를 넘어섰습니다.
저 자신이 환자라 해도 가까운 치과 등 아무 치과나 거리낌없이 찾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외부로부터의 더 가혹한 제제를 당하기 전에 치과계 내부에서의 변화의 노력과 혁신의 아픔을 견뎌내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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