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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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 편집국
  • 승인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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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7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이를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연희 위원장이 보고함으로써, 사실상 호주제는 2개월 뒤면 사라지게 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성차별 의식과 남성중심 문화를 지탱해온 호주제가 여야 합의에 의해 폐지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호주제 폐지는 지난 40년간 여성계의 숙원 사업으로 2000년 ‘호주제폐지시민연대’가 호주제 폐지 청원을 한지 5년만에 성사된 것이다. 이제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던 많은 가족들이 행복추구권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이번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에 현실의 가족개념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현재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형태를 포괄하지 못하는 ‘가족의 범위’ 조항이 삽입된 점과, 자녀의 성과 본을 정함에 있어 부모의 협의를 우선으로 하지 않고 부성원칙 조항이 채택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또한 무엇보다,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민법개정안의 모든 세부조항까지 여야가 합의를 이루고도, 호주제 폐지 이후의 신분등록제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이유로 민법개정안 통과를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미룬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성의원들에 이어 남성의원 152명도 지난 27일 아침 기자회견을 통해 호주제 연내 폐지를 결의해 사실상 국회의원의 60% 이상이 호주제 폐지 연내 처리를 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는 민법에 따르는 절차법이므로 민법 개정 후에 논의하는 것이 절차상으로도 맞다.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은 호주제가 폐지될 경우에 대비하여 개인별신분등록제 법안을 준비해 놓은 상태이고, 법무부도 두 가지 대안을 심도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부칙에 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마련하고 기술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을 2년 6개월 정도 설정하여 법 시행시기를 유보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신분등록제는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 통과되기만 하면 정치권은 물론 정부 관련부처 및 각계의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국회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우리는 혹여 새로운 신분등록제에 대한 검토과정에서의 논란을 빌미로 오늘 합의한 내용을 2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룰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호주제 폐지 이후,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부는 국민 개개인의 신분변동사항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공시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를 국민 모두가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므로 적당한 기간을 갖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국회 법사위는 현재 정부와 대법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안에 대해 2월 전까지 검토는 하되, 2월 임시국회에서는 오늘 합의한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을 새로운 신분등록제에 대한 전제조건 없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민법개정안 통과 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더욱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호주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시대적 성차별 악법이다. 우리 사회가 호주제 폐지를 통해 성평등 민주사회로의 진전이라는 큰 걸음을 떼는 데 있어, 내년 2월, 17대 국회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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