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소금도 끊고 국보법 폐지에 목숨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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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소금도 끊고 국보법 폐지에 목숨건다"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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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폐지국민연대 시민참여 호소 "30일 본회의 종결때까지 촛불로 국회를 에워싸자"

▲ 물과 소금도 끊겠다고 결사단식을 선언한 단식자들(사진제공: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촉구하며 25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국민단식농성단 중 219여 명이 어제(29일) 밤 9시경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절한 염원으로 이 시간부터 물도 소금도 먹지 않은채 목숨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싸워가겠다"고 선언했다.

어제 저녁 8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직권상정 촉구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에서 국민단식농성단으로 함께 단식을 하고 있는 박석운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수척하고 초췌한 모습에도 강단있는 목소리로 김원기 국회의장과 국회를 향해 '단식단의 목숨을 건 중대결단'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김원기 의장은 '기다려라,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오늘 단식농성단은 중대결단을 내렸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절한 염원으로 이 시간부터 물도 소금도 끊고 목숨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싸워가겠다"고 선언했다.

경남지역 12명, 울산 37명, 부산 14명, 전주완주 10명, 서울 18명 등 지역/단체별로 발표된 '결사단식단'은 총 219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이미 단식 24일째를 넘기고 있어 이들의 '결사단식'은 그야말로 생명을 건 결단이자 최후통첩이다. 219명의 결사단식 선언에 집회 참석자들은 안타까움이 가득한 탄식을 쏟아냈다.

이날 촛불대행진에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4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높이 들고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와 '김원기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행사에서 발언을 했던 임종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4000여 촛불과 단식단의 중대발표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며, 그 시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남동 김원기 의장 자택을 방문해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지난 6개월 동안 도보행진, 66여 명의 집단삭발, 1000여 명이 넘는 최대 규모의 단식 등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를 위한 모든 노력을 해 왔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국가보안법 상정 및 본회의 처리가 예상되는 오늘(30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연내 완전폐지!"를 위해 오늘도 집단농성과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모포와 손난로 등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준비해 와 "민주화 운동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밤으로 빛내자"고 호소했다. 촛불집회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저녁 7시부터 본회의 종결시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촉구하며 어제(29일) 밤부터 물과 소금마저 끊은 채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219인의 결사단식단 중 실신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19명 대부분이 이미 단식 20여 일째인 상황으로 이들의 결단은 그야말로 생명을 건 최후통첩이었으나, 우려했던대로 오늘(30일) 오전부터 실신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특히 오늘 오전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방문 이후 단식단의 실신이 계속되고 있다.

단식 18일차인 오미숙 씨와 박기영 씨는 방문 당시 실신해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실려갔고,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단식자들은 농성장이 있는 여의도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는 의료지원단에게 검진을 받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전하며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과 폐지안 처리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는 국회 앞 국민은행 앞에서 노상 연좌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오후 2시에는 민가협 목요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다음은 단식 상황실에서 띄우는 호소문 전문이다.

12월 30일 운명의 날, 단식단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국회로 달려와 주십시오.


2004년 12월 29일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4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단식자들이 물과 소금을 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15명, 그중에는 12월 6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해온 사람들도 60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단식농성을 해온 과정은 그냥 자리에 눌러 앉아서 농성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20일 넘은 단식자들이 국회의장 공관을 찾아갔습니다. 아침 6시, 기상하면 아직 밖은 어둡기만 합니다. 해도 뜨기 전이라서 새벽의 추위는 정말 뼛속까지 파고듭니다. 그들은 겨우겨우 발을 옮겨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에서 한남동까지 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든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리고는 휴식을 취하고, 아침 10시에는 국회 앞 농성장에 와 앉아 농성합니다. 단식자들은 이 시간이 더욱 힘들다고 합니다. 그대로 앉아서 견뎌내는 일보다는 움직이는 게 되레 편하다고 합니다. 움직이면 추위는 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단식을 오래 한 사람들은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거나 탈수가 오거나 혈당이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머리가 멍해지고, 몸도 정신도 흐릿해집니다. 그런 상황에 이미 도달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이제는 물과 소금마저 끊겠다고 했습니다. 농성장에 있던 소금과 물과 효소가 철수되었습니다.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맞고 있습니다. 생명과도 같은 물과 소금, 이것마저 그들은 놓아버리겠다고 결의를 밝혔습니다.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칼바람 속에서 함께 촛불집회를 할 때 박석운 공동운영위원장과 박세길 단식농성단장이 함께 결의를 밝혔습니다.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죽느냐, 내가 죽느냐!’는 각오로 시작한 단식농성, 3백 명으로 시작하고, 5백60명으로 확대되고, 다시 1천명으로 확대된 단식농성, 24일 동안 스스로 단식농성에 참가하고 돌아간 사람들까지 하면 대략 2천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단식농성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고, 기적적인 일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는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물과 소금마저 끊겠다고 발표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안 돼요.” 비명 같은 외침들이 집회 군중들 속에서 일었습니다. 한 순간 숙연해지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왜 안 그러겠습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지 못하고, 끼니 챙겨먹는 일조차 죄스럽다던 사람들입니다. 연말의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그들이 함께 국회 앞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것, 연말 집회는 안 된다는 통설을 깨고 3천명, 4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칼바람 부는 여의도로 모아낸 것도 단식농성단의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죄스러워 하는 집회 참석자들 앞에서 단식자들은 다시 물과 소금을 끊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처럼 가혹한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 글을 쓰는 동안에 국회의장 공관에 나갔다는 단식자들 중에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러니까 어젯밤 물과 소금을 끊겠다고 한 뒤에 벌써 10명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급하게 병원에 연락하고 앰블런스 부르고 상황실은 아침부터 난리입니다.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 중에 심각한 사람은 아주 위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정말 끝장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에 목숨을 건다는 것만큼 진실된 것은 없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겠다고 버틴다고 합니다. 그 버팀의 힘이 언제나 지속될는지 모릅니다. 쓰러지는 사람이 언제 의지로 쓰러집니까. 그렇게 단식단들은 쓰러져 갈 것입니다. 쓰러지면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관철시키겠다는 이 절절한 심정 앞에서 상황실에서 일을 보는 우리들은 고통스럽습니다.

국회 안 공사현장에 있는 타워 크레인에 촛불집회가 진행 중인 오후 10시 넘어서 올랐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백원우 의원의 도움으로 물품을 올렸습니다. 한 명이 발을 뻗으면 한 사람은 서야 하는 좁은 공간은 두꺼운 철판으로 둘러쳐져 있습니다. 그 철판들이 기온이 내려가면 얼음장이 됩니다. 손으로 대기만 해도 쩍쩍 달라붙은 그런 추위가 그곳 타워 크레인 고공에서는 가능합니다. 상공 20미터라고 하지만 땅에서 느끼는 기온과 그곳은 천지차이입니다. 그것에 올라간 지 이틀째를 맞는 한총련의 두 학생은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합니다. 김성란 사무총장은 애들이 다 얼어 죽는다고 애타하더니 막상 아이들 얼굴을 보니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12월 30일 국가보안법이 국회에서 폐지되는 것을 보고 내려가겠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먼저 파카와 침낭을 올리고, 다시 비닐과 은박 깔개를 올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보온통에 물을 담아 올렸습니다. 이런 물품들을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찰들도 추운 날씨에 학생들이 사고가 날까 봐 순순히 우리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몇 번이고 새벽에 자면 안 된다. 자면 저체온으로 죽는다. 서로 깨워 줘라, 잠은 낮에 자라면서 당부에 당부를 거듭거듭하고 내일 보자고 내려옵니다. 국회 밖에서는 24일째 단식농성을 하던 단식단이 물과 소금을 거부하고, 타워 크레인 위에서는 두 수배 학생들이 추위를 이기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들의 염원은 일치합니다. 반인권 악법, 반민주 악법, 그래서 통일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기온을 알아보니 밤 11시경 기온은 영하 8도 정도이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16도 이하라고 합니다. 타워 크레인 위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곳에서 빵과 물로 연명하면서 버티고 있는 그들이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회관 329호, 김원기 국회의장의 의원실.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전북지역에서 원로 분들을 비롯한 인사들이 국회 본과 2층에 있는 의장실에는 가지 못하고, 하루 밤을 그곳에서 새웠습니다. 그곳에는 강희남 목사님과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최영 선생님 등 17분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오후 3시에 국회 앞 농성장에 도착하여 기자회견을 한 뒤 곧바로 국회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말이죠. 오후 12시가 되니 난방이 꺼져 버렸다고 합니다. 덮을 것도 제대로 없이 하룻밤을 추위에 떨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분들은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단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물과 소금마저 끊는다는데 이것쯤은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안 봐도 알 것 같습니다. 의원실 소파나 바닥에 웅크리고 앉고 누워서 겨우 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도 미안해 하셨을 겁니다.

밤중에는 한총련 학생들 한 80명이 타워 크레인에 올라 있는 동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국회 가까이 다가가서 함성을 질렀습니다. 여의도 곳곳에서는 이처럼 단식자들의 결의 후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12월 30일, 오늘은 10년 같은 하루입니다. 오늘 과연 국가보안법이 국회에서 직권 상정되어 폐지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비관적입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유동적입니다. 김원기 의장이 아직 명확히 결심하지 않았다고 하고, 여야 4자 회담이 다시 열린다고 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합니다. 사람이 목숨을 걸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하는데 정치인들은 타협하려 하고, 모양새를 구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단식도 하지 않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계속 단식자들이 쓰러져 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이 상황실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회로 청와대로, 선을 닿는 곳마다로 연락을 하고, 이리저리 만자자고도 하고, 상황을 급히 정리하여 언론사들에 배포하고, 단체들에도 연락을 합니다. 오늘 이 운명의 날에 다시 어제처럼 오후 7시에는 촛불집회가 열립니다. 하루 종일 단식단은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킨다고 합니다. 오늘도 날씨는 쌀쌀합니다. 오늘 역사에 기록되는 아름다운 날이 될는지 다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이들에게 희망 없는 날이 될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각자 서로의 힘을 조금씩 보태는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국회 앞에 달려오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들이 쓰러져 나간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워가야 합니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두 사람이 채우고 두 사람이 쓰러지면 열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웁시다. 국회를 인의 사슬로 둘러칩시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상정하여 처리하지 않고는 나오지 못하도록 아예 국회를 봉쇄합시다. 오늘 우리는 운명을 건 한판 싸움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10년 같은 하루입니다.

 

최현주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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