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및 병의원 광고 허용과 국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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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및 병의원 광고 허용과 국민건강
  • 한동헌
  • 승인 2011.01.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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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한동헌 논설위원

 

얼마 전 지하철 객차 안에 붙은 의약품 광고를 본 지인이 전화를 걸어 왔다. 광고문구가 맞는 내용인지 확인해달라는 말과 함께, 본인이 생각하기엔 과장 및 허위광고 같은데 이런 광고가 공공장소에 너무 많다는 걱정도 함께 곁들였다. 그날 저녁 지인의 페이스북은 전문의약품 및 병의원의 광고에 대한 의견으로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다.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줄기세포형 골 형성”이라는 광고문구에 대한 허위-과장에 관한 부분과 전문의약품이 지하철에서 무차별 대중을 상대로 광고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허위-과장 광고

물론, 그 약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린 제품설명은 “줄기세포 자극 골형성 촉진 골이식재”라고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하철의 한정된 공간에 소개된 광고문안은 “줄기세포형 골형성”이라는 축약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줄기세포로 골이 재생되는 것처럼 소개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줄기세포를 이용하지도 않고 있으면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줄기세포 거품'을 광고에 이용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페이스북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모 회사의 제품은 줄기세포를 자극하여 치료를 촉진하는 것이지,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의약품을 제조하는 개념은 아님에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줄기세포를 이용한 최초의 제품이라는 광고를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과 일부 연구자, 그리고 언론이 오해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전파할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

그런데 고개돌려 보면, 이러한 종류의 광고들이 공공장소에 너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의약품 광고가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기도 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치주건강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누구일까? 나는 이가탄, 인사돌을 생산하는 제약회사가 광고에 쏟아부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광고비가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즈음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를 걷다보면, 의약품은 물론이고 병의원 광고가 우리 주변에서 넘쳐나고 있다. 상당히 과장되어 있는 이러한 광고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 최근 종편 광고를 늘려주기 위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병의원까지 방송광고를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가 일반화되면, 약의 선택이 의료인의 전문지식보다는 광고에서 들은 내용들에 의해 결정이 될 수도 있다. 국민 전체가 지불하여야 할 의료비 증가, 의약품의 남용은 물론이고, 의료인의 자율권도 침해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인사돌과 이가탄에 쏟아부은 광고비가 우리나라 국민의 치주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했지만 이러한 광고비는 결국 제품의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광고비가 제품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전문의약품은 환자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다.

의료정보는 그 특성상 비대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전문의약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회사의 일방적인 광고가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의약품의 오남용으로 이어질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려처럼 전문의약품이나 병의원의 광고가 보수언론의 방송시장 안착을 위해 허용된다면, 그 결과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부담을 떠안기면서 제약업계 및 소수 병의원, 보수언론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다. 전문의약품과 병의원의 종편광고허용은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사안이다.

한동헌(본지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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