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28]유쾌한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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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28]유쾌한 감옥
  • 전민용
  • 승인 2011.01.24 11: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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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감옥, 오로빈도 고슈, (주)사회평론

 

2-3주 전 한 참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를 열독하고 있을 무렵 신문에서 경희대 안병진교수의 칼럼을 읽다가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공감의 시대’에 일정하게 ‘공감’하고 있던 상태라 마음과 영성을 강조하는 이 책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일어 바로 인터넷서점에서 검색을 했는데 아뿔싸 아직 판매되지 않는지 찾을 수 없었다. (오늘 검색해보니 팔고 있다.) 고맙게도 안교수의 도움으로 며칠 후 이 책을 건네받았다. 우연한 인연과 우연과 인연의 고마움이란!

처음 얼마간은 생소한 이름, 지명, 문화와 문체 탓에 쉽게 읽어 가질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마자 100년의 시차를 뛰어 넘어 오로빈도 고슈에게 푹 빠져들었다.

1872년 인도에서 태어난 오로빈도는 의사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일곱 살 때 영국으로 보내져 14년 동안 영국화 교육을 받는다. 지독한 책벌레이자 성실했던 그는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다. 이미 대학 시절 독서를 통해 현실비판의식을 가진 그는 인도유학생급진조직에서 활동하다 귀국한다. 아버지의 오랜 소원인 식민지 관료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대학교수가 되어 인도독립을 위한 활동을 한다.

당시 인도인에게 영국은 너무 강하고 우수한 체제를 가진 나라였고, 따라서 영국의 지배를 내심 인정하는 온건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오로빈도는 최초로 인도의 미래는 완전한 자주독립에 있다고 보고 이를 적극 주장하기 시작하고 온건파와 대립하는 ‘열렬파’ 지도자의 한 사람이 된다. 결국 1908년 5월 2일 오로빈도(당시 36세)는 영국 행정장관 폭탄테러의 배후주모자로 체포되어 투옥된다.

이 책 ‘유쾌한 감옥’은 1년 간의 투옥 경험과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과 내용을 기록한 글이다. 그는 짐승 취급을 받는 비참한 감옥 생활을 통해 오히려 고통과 슬픔을 관조하고 뒤집는 엄청난 영적인 성숙을 이룬다. 그의 글에는 적과 아, 신분 고하를 넘어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과 조국 인도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넘친다. 자신을 끝내 사형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는 검사 노턴에 대한 묘사에서도 잘 드러나는 특유의 유머 감각과 통찰력, 균형감각도 감탄스럽다.

오로빈도는 인도는 게으르고 어둡고 정체된 기운인 타마스에 빠져 무기력하다고 보고, 뜨겁고 공격적이고 움직이는 기운인 라자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라자스는 타마스를 누를 수 있지만 넘치면 독이 되는 기운이다.

그는 이 라자스를 사트바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맑고 차분한 기운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트바 역시 이기주의로 빠질 수 있다. 자신의 영적 해방에 집착하여 세상사를 외면하고 자기에게 침잠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마스의 폐기, 라자스의 통제, 사트바의 발현과 사트바 넘어서기”로 그의 사상을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사상은 훨씬 넓고 깊다. 그는 감옥에서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인도 최고의 철학자로 추앙받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감옥을 고통과 통제의 공간이 아니라 수양과 성취의 공간으로 삼은 분이 있다. 숱한 투옥의 반복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통일의 상징으로 부활한 고 문익환 목사이다. 그의 평전을 보면 학자이던 그와 감옥을 통해 단련된 후의 그는 육체적인 강인함과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다른 면모를 보인다. 상식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온 문 목사의 영성과 진정성이 북의 김일성 주석을 마음으로 설득하고, 열사들의 이름을 외치는 것만으로 최고의 연설을 만드는 힘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 한다.

진정성, 공감, 영성 무엇이라고 부르던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열정과 기쁨이 절박하고 그리운 시절이다. 새해, 오로빈도의 인류에 대한 꿈과 문 목사의 어처구니없는 꿈이 현실로 다가서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빈다. 김상준의 번역과 해설에도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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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1-01-26 11:00:14
최근 오바마의 연설이나 '정의란 무엇인가'의 내용을 보면 종교가 건전한 방법으로 정치에 관여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편협하지 않고 보편적인 윤리의식에 기반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자는 힌두교를 그런 보편적인 종교로 보고 있습니다. 그의 생각을 빌리면 우리나라도 최근 시장 만능 무한 경쟁 등 라자스의 과잉과 사트바의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정심 2011-01-25 15:23:23
인도가 타마스에 젖어있음은 종교와 신분제도같은 그 사회 고유의 사상과 제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제도와 문화는 짧은 간격으로 변화해가는데 비해 종교는 상대적으로 바뀌지않으면 인간의 삶에 관여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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