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학, 치과계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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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학, 치과계 어디까지 왔을까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1.04.01 18:5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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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담] 인문사회치의학 흐름과 발전 방향 다룬 대담 개최

 

최근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인문학과의 접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예술을 시작으로 정치, 경제, 사회 등 곳곳에서 인문학을 적용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분야간 융합이 빈번히 이뤄지면서 각각의 성벽도 점차 무너지는 추세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본지에서는 임상 위주로 흘러가는 치과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인문사회치의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인문치의학 대담을 기획했다.

본 대담에는 인제대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강신익 교수와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박덕영 교수, 서울 세브란스치과 이주연 원장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본지 대표이사인 전민용 원장(안양 비산치과)의 사회로 현재 인문치의학의 흐름과 발전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 대담 일시 : 3월 19일(토) 오후 5시
* 대담 장소 : 강남역 토즈
* 진행 전민용(건치신문 대표)
* 정리 박은아 기자

* 패널

강신익 교수(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_이하 강

치과대학 입학한 후 의과대학과 왜 따로 떨어져 있을까 의문 가졌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얻지 못함. 하지만 이로 인해 공부하는 하나의 계기 마련. 학교 다니면서 70년대 반유신운동, 노동운동 관여하면서 사회과학 운동에 관심 갖게 됨. 졸업 후 트레이닝 받으며 다닌 병원 근무 중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에 2년간 유학길 떠난 후 공부가 재미있다는 생각 갖게 됨. 유학 이후 인문학에 관심 없던 의사들이 인문학에 관심 갖는 분위기 시작. 대학병원 치과에서 근무하다 인문의학교실 만들어지면서 겸임교수직 맡았음. 2004년부터 전임교수로 재직 중.

이주연 원장(구로동 서울세브란스치과 개원의)_이하 이

치과대학 졸업 후 문학 석사, 치과의사학 석박사 취득. 근현대 역사 다룬 책 출간. 몇 년 간 시나리오 작업에만 몰두, 장롱 시나리오 신세 면치 못해 야망 꺾임. 다시 치과 쪽으로 복귀해 열심히 진료와 공부에 매진. 치과의사학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책보고 논문 쓰고 교육하는데 집중. 평균연령 60세에 달하는 대한치과의사학회 회원 중 최고 막내 위치를 지금까지 맡고 있음. 대한치과의사협회 및 서울시치과의사회 역사편찬위원회 활동 중.

박덕영 교수(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_이하 박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전 학장. 교직에 있으면서 초창기부터 법규에 대해 가르쳐왔지만 학교에서는 사회치의학적 접근 보다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목이라 가르치는 수준. 인문치의학 강조되는 커리큘럼으로의 변화 시급하다고 생각함. 대학에 대한 인증평가 강화하기 위해 교과과정 개편하는 위원으로도 활동. 강릉원주대 학장에 재직하면서 이를 확대. 현재 법규와 함께 행동과학 분야 강의 중.

▲ 좌측부터 강신익 교수, 이주연 원장, 박덕영 교수, 전민용 대표
전민용(이하 전) : 건치신문이 처음으로 마련한 인문 대담 자리에서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다. 최근 치과계가 경영학에 대한 관심이 늘더니 인문사회학적인 관심 또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장 건치를 봐도 일상 사업 외 영화나 고전 등을 다룬 인문학 강좌를 시작하고 있는 것도 변화된 모습 중 하나다.

요즘 치과운영에서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질 관리, 윤리적 문제 등 크게 3분야가 중요해졌다. 치과를 잘 운영하기 위한 경영적 접근이 점점 확대되면서 결국 의료윤리에 대한 흐름까지 이어진 것 같다. 이번 대담에는 특히 인문학회 치과의 접목에 관심을 두고 있는 패널 3분을 모셨는데,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본인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강 : 본격적으로 인문의학에 나선 지 10년이 좀 넘었는데 그 사이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의과를 봤을 때 전체적인 교육 대개혁이 이뤄졌는데 이때 인제대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확실히 구분하고 교육과정에서 강의 위주가 아닌 문제 해결 중심의 학습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변화를 주도했고 다른 의과대학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치과는 의과의 교육개혁에 비해 더디게 변화하고 있으며, 사실 의과를 따라가는 수준이다. 보통은 평가 기준에 맞춰 변화를 한다. 대학의 인증평가에서 제시하는 규격에 맞춰가려는 노력이 변화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교육에서 기초와 임상을 합친 협업이 중요해졌으며 수업과정에서 PBL(문제중심학습, Problem-based learning)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4~5명 정도 그룹을 지어 문제를 내주면 토의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하고 답을 찾는 방식이다.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전 : 실제 과학과 인문학을 접목한 과목을 다룬 강좌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 강신익 교수
강 : 학교에서도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는 건 맞다. 이에 대한 요즘 내 생각은 과학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새로운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안에서 과학을 제대로 하면 인문학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인문학을 표면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속 깊은 대화가 있어야 과학과 인문학이 자연스럽게 접목될 수 있다고 여긴다.

최근 많이 쓰는 통섭을 주제로 한 책을 보면 인문학은 장식품인 경우가 많다. 과학적인 설명에 시를 적용하는 수준? 하지만 제대로 된 과학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만든다.

전 : 그렇다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치의학과 인문사회학의 조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을 까, 만약 제대로 조화되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

박 : 의과대학에 비해 치과대학의 교육개혁이 늦는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치과계도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큰 변화하고 있다. 강릉대의 경우 소규모 강의실을 마련하고 전체적으로 PBL 방식을 도입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고 소프트웨어 부분이다.

대학에서도 인문사회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기존 교육방식이나 과목 바꾸는데 반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반감이 없더라도 학교에서 의지를 갖고 변화를 시도하려 할 때 이를 받쳐줄 인력풀이나 교육 텍스트가 부족하다.

예를 들면 행동과학 과목을 개설한다고 할 때 이를 강의할 인력도 교재도 찾기 어렵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에는 인력이 더욱 부족해 새로 강사를 충원하기 보다는 기존 교수가 떠안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교수는 자기 전공에 더해 다른 내용을 강의해야 하니 과부하가 걸린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도 3~4년 지나면 지치기도 하고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인력도, 텍스트도 턱없이 부족 ‘무에서 유를 창조’(?)

전 : 변화를 하려는 마음은 있는데 이를 실질적으로 담당할 교수진 등 여건이 부족하다는 말 같다.

박 : 요즘 계속해서 대학이 인문사회학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런 세부적인 문제들을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고민하기는 너무 버겁다. 표준적인 교육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훌륭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매뉴얼을 참고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외국책을 귀동냥하기도 어렵다. 우리 교육체계에 맞는 표준적인 텍스트를 고민하고 여기에만 집중해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나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이 : 치협 역사편찬위 활동을 통해 치협 30년사를 쓰면서 치의학의 도입과 발전 과정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보고 있다. 전체 과정을 설명하긴 힘들지만 우리나라 치의학의 기본 골격은 미국이나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교육 체계 뿐 아니라 치의학교육 인증평가 역시도 북미 제도를 그대로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인문사회 치의학 교육과정 평가 기준에서 명시된 과목을 보면 역사, 윤리, 경영, 법치의학, 의사소통학, 의료분쟁학, 행동심리학 등 명시하고 있지만 해당 과목을 다 갖추고 있지 않은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완성도에 상관없이 표준적인 교과서 갖고 있는 과목은 행동 심리학, 법치의학, 윤리, 의사학 정도로 열악한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과목들이 거의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목 자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교육 목표가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들 과목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 적어도 한번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인문사회적인 접근을 한다면 전문 직업성, 비판적 사고, 관계중심의 의사 소통학 등 최소 3가지 틀이라도 만들어져야 한다.

강 : 교육과정에 대한 개편을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부분적인 개편이 아닌 전체적인 개편을 할 때 과목을 중심에 놓고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목표는 과목을 없애는 것에 있으며 과정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맞다. 과목을 구분하는 것보다 필요한 맥락과 동시에 교육목표가 주어지는 게 먼저다.

더불어 인문사회 치의학 강연에서 전문 강사를 충원하면 더 좋은 강의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 담당 교수에게 다 맡겨 놓고 나 몰라라 하면 결국 치의학과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시간 걸리고 시행착오 겪더라도 치대 패컬티 내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 귀찮다고 안하고, 떠넘기기 보다는 조금씩 노력하면서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박 : 강신익 교수님 말씀대로 교육 개편은 전반적 맥락 안에 녹여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 않고 각각의 편린 속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기존 PBL 방식처럼 문제만 던져주고 학생이 알아서 답을 찾으라고 하는 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은 이제 다 알고 있다. 던져진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제대로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누군가가 이를 옆에서 관장해줘야 하며 이에 대한 행동 지침이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던져줄 때 그로 인해 뭘 얻고 싶은지가 제대로 정비돼 있어야 한다. 이런 필요성을 공감하고 개선 의지를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인력이 단 1명이라도 있어서 구체적인 표준화 텍스트를 만든다면 우리 교육 변화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현재 치과교육 현실에서 교수나 교실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국 대학에서 인문치의학을 다루고 있는 교수들의 연대체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들이 각각 경험하고 피드백 받은 내용들을 공유하면서 발전방안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런 준비 없이 지금처럼 흘러가다가 ‘인문치의학 가르쳐도 별게 없네’라는 생각이 들면 저절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강 : 향후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전담인력이 필요한건 맞는데 현재 11개 대학 중 전담인력을 보유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만약 1개 대학에서라도 인문치의학교실이 운영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곳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킹이 가능해진다면 이후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라질 것이다. 현재 의과대는 40여 개 대학 중 전임교수 갖춘 인문의학교실을 보유한 대학이 7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몇 대학은 교수도 여러 명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치과대학에서는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 안타깝다.

인문학도, 윤리도 암기부터?…다각적 사고능력 키워야

전 : 교육방식에 있어 PBL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됐는데 PBL을 통해 인문사회 치의학적 접근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박 : 만약 치근단 농양에 대해 다룬다면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치근단 농양에는 이러 이러한 원인이 있다고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고 그 중 어떤 것이 그 환자의 원인인지 찾는다. 반면 PBL은 기존 이론을 떠나 환자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를 진단하고 그 결과와 여러 정황들을 바탕으로 추리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강 : 만약 ‘30세 여자가 갑자기 체중이 빠졌다’는 의제가 있다면 그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문제, 정신적 문제, 직업적 문제 등 여러 원인 있을 수 있다. 모든 관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한다고 하면 그 안에 윤리문제도 있을 수 있다.

현재 인문의학교실에 있으면서 매년 교과개발 워크샵을 진행한다. 학습목표 개발하고 강의 계획 작성하면 이번 강연은 어떤 목적인지 정확하게 표기하게 된다. 이처럼 제대로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면 PBL 개발 모듈에 인문사회학 접목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 기존 과정에서는 의료법을 배운다고 하면 학생들은 우선 암기부터 시작한다. 물론 이렇게 암기해야 시험 문제에서 ‘충치 치료의 경우 의료보험 청구를 어떻게 하는 지 답하라는 문제가 나올 때 원하는 답을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시험에서의 정답을 아는 것보다 보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포괄 수가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다양한 보험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 피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성취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타주의’ 강요 아닌 공감 위해 인문학적 접근 필요

전 : 학교에서의 교육도 그렇지만 사회에 나와서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졸업 후 사회에서 인문사회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나 통로가 있을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이 : 그동안 개원하고 있으면서 페이닥터들이 자주 교체됐다. 이들 중에는 강남에 위치한 치과에서 팀 경영 하면서 고급 환자 보기를 원하는 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급환자를 보는 것보다 의료직이 남을 위한 이타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내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데 뿌듯함을 느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이주연 원장
의사로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의료사고나 분쟁에 휘말리면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생긴다. 이들이 호소하는 사회심리학적 고통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치과의사로서 원치 않는 상처 입었을 때 이를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 이타적인 심성을 갖출 수 있다면 여러 복잡한 문제들까지도 포용해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만족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인문학적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강 :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로서 당신이 중요하다고 하는 가치 순서 매겨라’라고 했을 때 예전에는 이타주의가 일 순위였다. 하지만 최근 이타주의를 최우선으로 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 학생들에게 무조건 이타주의를 기대하는 건 사치일 수 있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중시하는 것은 이타주의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방해받지 않는 거다. 만약 휴일에 스키장에서 스키타고 있는데 응급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면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무시하고 인문학을 무조건 강요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고 해서 이런 태도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이는 참 어려운 문제다.

박 : 치전원이 처음 도입될 때 우려했던 것 중 하나는 돈 벌이에만 치중한 학생들이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제작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치전원을 선택한 학생들은 ‘직업의 안정성’ 때문에 치전원을 선택했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기존에 치과대에 들어온 학생들이 수익에 대한 욕심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치과의사 수익에 대한 기대치나 경영 압박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이타성만 강요하긴 힘들다. 사회환경을 변화시키거나 치과의사가 지금 현실에 적응하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하지 않으면 계속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전 :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강 : 이타성을 소통이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감이 중요한데, 환자와의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환자와 공감하는 진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야 한다. 치의학 교육에서도 환자와 소통하는 법을 다룰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 중 피교육자를 불편하게 하라는 교육방식이 있다. 피교육자들의 감성을 흔들어 혼란을 주면 스스로 균형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예전에 학생들을 중증 장애시설에 실습 보내는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해당 시설에 답사를 간 적 갔다. 그때 한 아이가 날 안고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 그 장면이 지금까지 생생한 기억에 남아 감성적 파장 일으켰다. 이런 경험들이 지식적인 교육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다시 공감으로 돌아가서 최근에는 공감능력을 측정하는 틀이 있다. 학생용, 의사용 구분된 간단한 설문으로, 목표는 공감 능력을 훈련시키는데 있다. 지식 교육 보다는 영화나 소설 등을 다룬 감성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다.

전 : 결국 이타적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것 같다. 느끼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을 건드려야 할 것 같다. 여기서 나아가 실제 진료 현장이나 교육과정에서 이런 경험들들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박 : 교육과정에서 사회봉사 과목을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강릉대에서는 이미 시도하고 있다. 치과계 차원 본질적으로 문제 풀려면 첫 단추는 학교에서의 변화겠지만 이미 학교를 떠나 사회에서 살아가는 치과의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향에서라면 우선 이들 치과의사간에 소통이 돼야 한다.

현재 치과의사들이 서로 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반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회 역시 단순히 술자리 수준이라면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온라인 게시판 등 범지역적 논의가 가능한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치과계 모 사이트에 인문사회 관련 클럽이 생겼으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환자 이야기 뿐 아니라 일상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자기 직업과 관련한 생각이나 의견 개진할 공간만 있다면 치과의사의 소통 공간은 충분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선도할 코어그룹만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강 : 개인적인 수준에서 해결할 게 있고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게 있다. 미국에서 레지던트 하고 있는 조카를 보면 이들의 피로함을 덜어주기 위해 당직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재충전일 수도 있다. 교수나 일부 직업에서 안식년 개념 있지만 개원의들은 안식년이란 제도는 없다. 스스로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자율징계권, 치협 좋으라고 만든 것 아냐

전 :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한다. 치과의사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올라가도 혼자서는 행복하기 힘들다. 누군가 알아주고 이를 공유할 때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무너뜨리는 게 이해관계나 수입, 치과계 경쟁 등인 것 같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 : 최근 의료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치협의 자율징계권 확보가 거의 이뤄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율징계권이 치협이나 의협 좋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율징계를 활용해 치과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막상 자율징계권이 도입됐을 때 지금 현실에서 제대로 운영될지 의구심이 든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의사 뿐 아니라 시민들도 결정에 참여해 의료 윤리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

▲ 박덕영 교수
박 : 자율징계권이 부여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치협이 스스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자각한다면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때 명심할 것은 뭐든 밸런스가 중요한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네가티브하게 징계를 한다면 포지티브 한 무언가도 동등하게 존재해야 한다.

협회가 네가티브적인 징계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잘 살고 있는 치과의사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돈만 버는 일이 아니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 처음 기획된 자리라 많은 얘기를 다루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달라.

이 : 개원의와 학생들이 문화 체험 및 봉사 체험 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협회사를 쓰면서 문화적인 업적 등 이런 부분 찾기 어려웠다. 꼭 문화복지 측면이 아니더라도 인문사회적 관심을 도와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등과의 협조를 강화한다거나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강 : 전에 인문학자들이 마련한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에서 교도소 수감자들이나 노숙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적이 있다. 강연을 들은 대다수는 억지로 끌려나온 사람들이겠지만 강연을 듣고 실제 자기 삶을 바꾼 사례도 있었다.

인문학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 삶에 대한 반성이 일면 새로운 삶의 의지가 샘솟을 수 있다. 나 스스로 어떤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한지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동물사회도 아니고 지나친 경쟁은 좋지 않다. 공감하고 나누는 분위기 형성되고 이를 통해 행복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 : 치의학 교육에 있어 학교와 이미 교육 받고 배출된 치과계 간 브릿지가 없는 게 제일 문제다. 지금은 학제가 바뀌고 새롭게 유입될 치과의사를 키우는 과정임에도 개원가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학교의 변화나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해 치과계와의 연계하는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미국 협회 안에는 교육 관련 부분이 따로 있다. 현재 치협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을 치의학회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하지만 치의학회는 학문을 관장하는 곳이지 교육을 관장하는 곳은 아니다. 구성원이 교수라고 해서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향후 학계와 치과계의 연계가 중요해질 것이다. 11개 대학을 아우르는 단체는 끽해야 학장협의회 정도인데 그나마 임기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치평원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치평원에서 잠재적인 가이드라인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학계와 치과계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지는 못한다.

11개 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후배들을 관리하고, 중심축을 세워주며 끊임없이 교육 아젠다를 논의하고 끌고 가는 견인체가 치협 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새롭게 치협을 이끌 집행진들이 이런 사안에 대해 적극 고려해주기를 바란다.

▲ 대담 패널과 대담에 함께 한 건치신문사 편집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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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1-04-04 16:14:45
잘 보았다니 좋네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전선생이 누구신가 궁금하네요~~~

김기현 2011-04-04 13:19:12
참 좋은 기획이네요.. 이런 기획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양승욱 2011-04-04 11:39:55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좋은 의견을 나누게 되어 좋았습니다. 계속 이런 대담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문세기 2011-04-04 11:00:39
우리 또 해요~ 네~ ^^*

전선생 2011-04-04 10:34:07
좋은 대담 잘 읽었습니다...약간 딱딱한 와중에 보석같은 유머까지...치근단 농약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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