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씀바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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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씀바귀를 아시나요
  • 이채택
  • 승인 200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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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씀바귀. 설상화 수가 적은 것이 씀바귀 기본종이다
지난 일요일 이곳에도 폭설이 내렸다. 10.5cm의 적설량으로 폭설이라 하면 웃겠지만 따뜻한 남쪽나라에서는 분명 폭설이다. 그것도 반세기만에 도래한 눈사태이다. 도시의 활동은 정지상태로 변하고 버스와 택시도 운행을 중단했다. 그나마 일요일 이었던 것이 다행이다. 눈꽃을 찍고 싶었지만 이동이 불가능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 동해에서는 이미 복수초가 피었다는 꽃소식이 들려온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곳인가 보다. 설중 복수초를 담으려는 이들에게 눈은 반가운 손님이다. 눈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은 꽃이 핀후 눈이 와서 눈속에서 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흰씀바귀. 흰색 꽃이 피는 것은 흰씀바귀로 구분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것은 식물에게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릿고개를 벗어난 것이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모두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시대로 보인다. 춥고 배고픈 것만큼 서럽고 고달픈 일이 또 있을까.

옛적 이 땅의 아낙들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 바구니 하나씩 들고, 들로 산으로 나물을 캐러 다녔으니 그 나물 맛이 아주 쓰다고 한다. 쓴 나물이 바구니에 가득했으니 “쓰다”와 “바귀”로 줄여진 바구니가 합쳐져 씀바귀로 불리는 식물이 있다.

바로 씀바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옛적에는 흔하게 먹는 나물이었지만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요즘은 흔히 먹는 나물은 아니다.

“야생초 편지”가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듯 주변에 흔히 보이는 풀들은 대부분 식용이 가능하다. 나물로 이용할 수 있는 풀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 먹을 수 없는 독초를 알려고 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독초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먹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 선씀바귀. 설상화가 많고 흰색에 자주색이 겯들여져 있다
투구꽃으로 대표되는 초오속 식물은 대표적인 독초로 나물로 알고 먹고는 응급실로 직행했다는 사연도 들려온다. 어떤 풀들은 잎을 만진 손을 입에 넣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씀바귀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30cm 전후로 자란다.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그야말로 잡초다.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좋고 일용할 양식도 되어주니 아주 유용한 식물이다.

고채. 고고채. 씸배나물 등으로 불렸고, 뿌리와 잎을 나물로 먹는데 맛이 무척 쓰다고 한다. 꽃은 크기가 1.5cm 정도로 봄에 피고 노란색과 흰색이 있다. '만선식물'에는 위장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줄기를 자르면 흰색 유액이 나오는데, 민간에서는 흰 유액이 손등의 사마귀를 없애는데 효험이 있다고 한다.

간략한 식물도감이나 웹 검색에서 보면 씀바귀의 종 구분이 잘못된 것이 많이 보인다.

씀바귀는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무덤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설상화가 6개 전후이고 흰색 꽃이 피는 것은 흰씀바귀로 구분한다. 씀바귀 앞에 수식어가 붙는 종들은 모두 설상화가 많다.

▲ 벋음씀바귀. 주로 논 근처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선씀바귀는 흰색 꽃에 자주색이 곁들여 있다. 이것도 주로 무덤가에서 보인다. 노랑색꽃이 피는 노랑선씀바귀도 있다.

좀씀바귀는 다른 씀바귀와는 달리 지면 가까이에 둥근 잎이 있고 꽃이 진후 덩굴성으로 뻗어 나가면서 자란다.

벋음씀바귀는 약간 습한 논뚝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그 외에 꽃이 작은 벌씀바귀, 바닷가에서 자라는 갯씀바귀, 여름에 꽃이 피고 깊은 산에서 자라는 산씀바귀 등이 있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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