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의 건강관리, ‘문안(問安)’과 보양식으로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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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의 건강관리, ‘문안(問安)’과 보양식으로 수행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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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학적 관점, 격무에서 오는 병을 예방하는 게 1차적 과제

조선시대 왕들은 주로 문안을 통해 일상적인 진료를 받았으며, 치료방식에 대한 선택시 왕의 자율권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 의사학교실 김정선 연구원은 고종 시대의 왕실 의료를 중심으로 분석한 ‘1898년도 조선왕실의 의료 연구’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왕의 일상 진료는 5일 간격으로 올리는 정기적인 `문안(問安)'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왕과 태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태의원은 매달 5·10·15·20·25·30일에 건강상태를 묻는 글을 올렸다. 의학적으로 볼 때 문안은 진료의 한 형태로 자각증상의 변화를 문진(問診)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전체적인 컨디션과 수면, 소화기관의 상태 등을 물어보는 것으로 평소 건강할 때의 첫 문진으로 적절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기적인 문안 외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수시로 문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종이 담체(痰滯·소화불량)에 걸리거나 태자가 체설(滯泄·체해서 설사하는 것)이 있을 때는 매일 혹은 격일로 문안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방법의 선택시에는 왕의 자율권이 철저히 존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관들이 직접 왕을 진찰하는 ‘입진(入診)’은 왕이 허락하는 경우에만 가능했으며, 의관들은 도제조의 지시에 따라 왕의 양 손목의 맥을 짚고 그 결과를 왕에게 고했다. 의관들이 처방을 결정하면 왕은 이를 듣고 자신의 의견을 내고 의관들이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왕이 여러 대신들의 의견을 모아 국정을 처리하는 것처럼 의관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치료방법을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고종은 체증을 앓고 있었는데 태의원의 입진을 받지 않고 내전에서 직접 소화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 연구원은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번거로운 입진을 받기보다 사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의 건강관리는 예방의학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왕은 일상적인 공적 집무 외에 잦은 국가제례를 주재했으므로 격무에서 오는 병을 예방하는 것이 1차적인 과제였다. 태의원은 왕의 건강이나 기후가 좋지 않을 때 제사를 친히 지내지 말라는 청을 올렸다. 또 제사를 지내러 대궐 밖으로 나갈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문안을 올려 왕의 건강을 챙겼다.

보양식으로는 인삼속미음을 처방했다. 인삼속미음은 인삼과 좁쌀을 물과 함께 끓여 체에 걸러낸 것으로 죽보다 묽은 유동식이었다. 제사 때 왕은 미리 보양식을 섭취해 슬픔이나 피로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자 했다. 고종은 명성황후의 3주기를 앞두고 인삼속미음을 제사 2일전부터 3일 동안 복용했다. 또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별세한 날에는 태의원이 4일간 인삼속미음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사리와 체면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에는 왕이 상중에 효성을 크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함부로 자리를 뜰 수 없었고, 궂은 날씨에도 각종 제례 행사를 자주 주관했다”면서 “태의원이 식사와 휴식에 힘쓰라고 간청했으며, 왕이 못 이겨 들어주는 방식으로 왕의 건강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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