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37]인류는 몰락과 진보의 경계에 서있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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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37]인류는 몰락과 진보의 경계에 서있다②
  • 전민용
  • 승인 2011.06.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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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쌤엔파커스

 

본 연재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전회부터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사고나 행동방식은 고대나 지금이나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물학적 한계에 갇혀 여전히 다른 부족이나 국가와 전쟁을 하고, 다른 이의 배우자를 가로채고, 음식이나 재물을 비축하고, 필요한 양보다 많이 먹는다. 깨끗한 물과 공기, 나무가 무궁무진한 것처럼 행동 한다.

이런 우리의 태도는 우리의 전진을 방해한다. 그 이유는 밈(meme)이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밈은 사람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정보, 생각, 느낌, 행동 일체이고 상식, 전통, 학설, 편견, 속담, 슬로건 등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어떤 밈은 사실이고 어떤 밈은 거짓이다. 쉬운 것도 있지만 복잡한 것도 있고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인종차별처럼 큰 해악을 끼치는 것도 있다.

밈이라는 개념은 다윈의 사상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이 이론의 아버지인 리처드 도킨스는 밈이라는 정보 단위들 역시 유전자처럼 생존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변이, 돌연변이, 유전 등을 거치며 번식률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세대가 지날 때마다 어떤 지식, 행동, 믿음은 더 강력해지고, 어떤 것은 약해지며, 소멸된다. 밈을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합리적 사고를 급격히 병들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처럼 어떤 밈이 유행하면 다른 밈은 활기를 잃는다. 독보적인 밈과 사라져가는 밈 사이의 차이점은 슈퍼밈이라는 강력하고 지배적인 밈과의 공존 여부에 있다.

슈퍼밈은 사회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널리 만연하여 다른 모든 믿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억압을 가하는 모든 종류의 믿음, 생각, 행동을 가리킨다. 마야인의 경우 물신숭배가 중세암흑기에는 기독교가 슈퍼밈이 되어 다른 모든 생각을 지배하고 진보를 가로막는 역할을 하며 문명을 파괴했다.

인류 역사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태양이 지구를 돈다거나 피를 뽑으면 병이 낫는다거나 하는 오랜 세월 끈질기게 이어졌던 슈퍼밈들이 많다. 모든 선진문명에서는 지식 습득이 지나치게 어려워지면 믿음이 지식을 밀어내는 현상이 일어난다.

월스트리트를 좌우하는 금융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져 전문가들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자 사람들은 간단하게 문제를 만드는데 의지하기 시작했다. 아무 치료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 동종요법에 여전히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쓴다.    

슈퍼밈 확산의 첫 째 이유는 뇌는 생물학적 능력을 넘어서는 복잡성에 직면하면 입증되지 않은 이데올로기나 군중심리를 쉽게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슈퍼밈이 쉽게 확산되는 두 번째 이유는 어떤 문제든 스스로 인식해서 결정하는 것보다 정해진 틀에 순응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집단에 의존한다. 집단의 결정이 더 지혜롭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나치의 만행, 미군의 베트남 민간인 대량 학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학대 등 집단의 사고는 잔학 행위로 이어지기도 하고, 특정 상품이나 문화의 유행, 획일화 경향 등 때로 유해하거나 무익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슈퍼밈은 문화, 역사, 기존의 밈 등에 상관없이 여러 나라로 번개처럼 퍼져나간다.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획일적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이런 충동이 유전된 자연적 본능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개인보다는 통일된 집단으로 행동할 때 생존 기회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힘을 모아야 더 큰 사냥감을 포획하고 강력한 포식자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집단에 순응하는 욕구가 안락함에 대한 추구이든 생물학적 유전이든 단지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택하고자 하는 자연스런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생존의 관점에서 단일성은 다양성보다 덜 복잡하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진화적 관점에서 다양성은 종의 완전한 절멸을 막는 역할을 한다. 환경의 변화에 직면하여 적응하는데 다양한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이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재정 포트폴리오, 운동 경기 전술, 교육, 식당 메뉴 등 다양성은 선택권, 융통성, 생존 능력의 확대를 뜻한다. 하지만 다양한 밈의 존재는 문명의 지속적 성공을 보장하지만 함정도 있다. 다양성이 커질수록 복잡성도 커진다.

어떤 문명이 획일화의 징후를 보인다면 그 사회가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슈퍼밈을 받아들였음을 암시한다. 슈퍼밈이 들어오면 우리가 알고 믿고 행동하는 것에 관한 다양성을 억압한다.

결국 다양성이 복잡성을 낳고 복잡성이 슈퍼밈을 낳고 슈퍼밈이 단일성을 낳고 단일성이 멸종을 초래한다면 이 악순환은 슈퍼밈에서 끊어야 한다.

슈퍼밈을 무력화하는 방법 1. 그것을 간파하는 것이다. 밈이 어떻게 슈퍼밈이 되어 진보를 가로막는지 잘 이해하게 되고 간파된 슈퍼밈을 정치, 미디어, 학계 등에서 다양하게 지적하면 슈퍼밈의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방법 2.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룰 정도의 혁명적인 과학적 발견, 혁신 등이다. 방법 3. 슈퍼밈에 도달하기 전 즉 인식 한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통찰 같은 새로운 인식 기술을 발달시켜 복잡성에 대한 제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통찰적 해법도 슈퍼밈에 의해 검열 파기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진보에 장애가 되는 대표적인 슈퍼밈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장벽, 불합리한 반대. 이런 불합리한 반대 성향을 최대로 이용하는 것이 미국 양당제 하에서 끈질기게 이어지는 네거티브 선거이다. 인간은 본래 변화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터라 본능적으로 거부하려든다. 물론 일부는 복잡한 것, 미지의 것, 위험한 것에 과감히 맞서 새로운 발견을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을 선택해서 위험을 줄인다. 우리가 운전을 배울 때 별다른 육체적 에너지를 쓰지 않는데도 꽤 피로함을 느끼는 것은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전두피질이 주로 작동해서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일단 운전이 익숙해지고 잘 아는 길을 가게 되면 기저핵이 담당하는데 거의 전 과정이 자동으로 수행된다. 새로운 것이나 변화는 부담과 때로 위험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반사적으로 모든 것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보를 가로막는 강력한 슈퍼밈이다.

두 번째 장벽, 책임의 개인화. 원인이 시스템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해법은 대부분 마녀사냥을 통한  한두 사람의 책임에서 찾으려 한다. 이렇게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단기적으로는 기분이 흡족할지 모르지만 핵심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많은 정치인들이 오사마 빈 라덴만 제거되면 세상이 안전해 질 것이라고 믿거나 북한의 로켓 발사는 김정일 개인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사람의 마음만 바꾸거나 제거하면 된다고 믿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책임의 개인화는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전가된다. 비만, 우울증, 중독 같은 심각한 문제들은 각자 스스로 극복해야 할 개인적 시련으로 포장된다. 온갖 미디어를 보면 체중을 줄이고, 돈을 모으고, 아이를 키우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결혼 생활을 개선하는 법에 대해 개인적인 해법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은 급증하고, 개인 부채나 파산도 증가하고, 이혼, 학대, 중독, 범죄, 우울증 등 모든 것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대부분은 실제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히 복잡하게 뒤얽힌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그 근원이 있고 시스템적 처방이 필요하다.

세 번째 장벽, 거짓 상관관계. 거짓 상관관계는 허구와 사실, 추측과 사실, 단순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불임방지를 위해 삼각보다 사각팬티가 좋다거나 값싼 중국제품이 심각한 무역불균형을 초래한다거나 불을 켜고 자면 눈이 나빠진다거나 성적인 노래가 십대 성관계를 부추긴다거나 부모가 엄하면 아이가 뚱뚱해진다거나 하는 거짓 상관관계들은 넘친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의 대체물로 받아들이면 문제의 뿌리가 아닌 겉으로 드러난 증상 완화책만 남발되고 종래에는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네 번째 장벽, 고립된 사일로들이 만드는 오류. 사일로식 사고는 구획화한 사고 및 행동을 뜻하는데 고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협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슈퍼밈이다.

미국 건강보험산업의 세 사일로인 병원, 의사, 보험회사 간의 협력 미비로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 중 50% 이상이 1년 이내 재입원하거나 죽는다. 의료비는 치솟고 보험료 역시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할 때 기본적 정보와 병력만 제공되어도 오진은 크게 줄이고 서비스는 개선될 것이다.

사일로식 사고가 진보를 가로막는 또 다른 사례는 계속 늘고 있는 비영리단체나 시민단체이다. 동일한 사회 문제를 놓고도 너무 많은 단체들이 경쟁을 벌인다. 심지어 기업 내부나 정부 내부, 정보 부서 간에도 사일로식 병폐가 많다.

침팬지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사일로의 발생은 영역성이 자연적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본다. 집단 간 협동이 어려운 것은 영역을 지켜 생존 기회를 높이려는 본능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복잡성 해결을 위해 이질적 집단 및 집단 사이의 협력이 필요해진 현 상황에서는 보상이 아닌 위험으로 작용한다. “실험과 변화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조직, 두 가지다.”

다섯 번째 장벽, 극단의 경제학. 돈이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더 열심히 일을 하거나 운이 좋거나 똑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 돈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인류 진보에 인종차별, 성차별만큼이나 해롭다.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이익 추구가 현대의 과학과 기술 발전을 가능케한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적 가뭄을 해결하거나 위험한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적절한 경제적 이익을 따질 수 있고 교육이나 주거 환경을 개선해서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를 돈으로 수량화 할 수 있을까?

2010년 뉴욕 월마트에서 팔리지 않은 새 상품을 일부러 가위로 구멍을 내서 쓰레기장에 버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선단체에 보내지 않고 굳이 망가뜨려 버린 이유는 극단의 경제학 슈퍼밈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경제적으로 계산한 후 기부보다 버리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본 것이다.

인간이 모든 것이 풍족한 현대에 돈에 오히려 집착하게 된 이유 역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생물학적 성향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선택 원리는 각 유기체가 최선을 다해 환경을 유리하게 이용하도록 강요한다. 환경의 지배적 특징이 돈이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돈을 최대한  획득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 하고 다른 모든 가치들을 돈으로 환산하는 데 익숙해진다.

대학이 학문의 자유가 아닌 영리 추구의 장이 되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제약회사의 약값이 경제적 관점에서만 결정되고, 결혼이 금전적 계약 관계로 바뀌는 것이 극단의 경제학 슈퍼밈의 결과이다.   
           
저자의 결론적 해법

1. 문명의 패턴을 이해하라. 믿음과 지식을 함께 추구할 때 문명이 번영한다. 보통 문명의 초창기 모습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복잡성이 커져 좌뇌와 우뇌의 능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인식 한계점에 도달하면 먼저 정체 상태가 나타나고 이후 입증되지 않은 믿음이 합리적 사고를 대신하고 이 믿음이 점점 강력해져 슈퍼밈이 된다. 애초에 슈퍼밈은 인식 능력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서지만 결국 피해를 훨씬 많이 끼친다. 이들 슈퍼밈은 획일성을 야기하고 이것은 합리적 해법의 출현을 막는다. 마침내 시스템 문제 중 하나가 엄청나게 거대해진 끝에 붕괴를 맞는다.     

2. 장단기 전략을 함께 가져라.
영구적인 치유책을 얻기까지 살아남기 위해 단기계획이 필요하다. 단기 계획에는 현명한 완화책도 포함된다. 장기 계획은 통찰의 추구이다.

3. 병행적 점진주의
한두 가지 완화책이 자칫 문제의 핵심을 빗겨 장기적으로 오히려 나쁜 결과를 줄 수 있지만  작지만 유용한 다량의 완화책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다.

4. 영구적 해법
현대인은 이전 문명에 없던 두 가지 무기가 있다. 지식의 부흥과 통찰의 진화다. 먼저 지식의 추구를 돈과 편익의 추구만큼 중요한 위치로 끌어 올린다면 지식과 믿음이 나란히 공존해서 문명의 번영에 필요한 균형을 회복할 것이다.

통찰은 분명히 존재하며 생물학적 현상이다.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통찰이 이용될 때 뇌의 전방상측두회라는 특별한 영역이 활성화된다. 전방대상피질은 통찰 직전에 다른 무관한 부분을 단절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 요가, 이완 상태가 통찰에 도움을 주는 이유다. 통찰은 정신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극도로 큰 부담을 준다. 통찰은 복잡성에 대항할 인간 두뇌의 특별 무기다. 통찰은 사물 사이의 새로운 연관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다. 통찰적 해법은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슈퍼밈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문명의 패턴, 복잡성, 생물학적 본성, 인식 한계점, 정체 상태, 믿음이 지식을 대체하는 현상, 슈퍼밈, 통찰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문제 해결에 대한 많은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많은 석학들이 인정하는 책이다. 다만 과거의 현상을 해석하는 데는 동의하기 쉽지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해법을 주는 것은 아니다.

유용한 하나의 생각하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잘 활용할 수 있는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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