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 졸속행정의 표본!
상태바
[특별기획2] 졸속행정의 표본!
  • 편집국
  • 승인 2004.07.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의학전문대학원의 향방은?


지난달 15일 마감된 2005년도 치의학교육입문검사(DEET) 원서접수 결과 전국 5개 대학원 340명 모집에 1668명이 응시해 4.9:1의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러한 원서접수 결과를 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당황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학교육입문검사 또한 4개 대학원 160명 모집에 828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DEET 준비위 측에서는 “지난번 치른 모의고사가 너무 어려워 거품이 빠진 결과”라며 별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에서는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언어추론 및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으로 구성된 출제영역을 “보다 간소하게 조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개진되고 있다. 물론 그럴 경우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대학원) 도입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연세 치대 권호근 교수는 “서울대 등 몇몇 대학을 대학원으로 전환해 기초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 전제하고, 그러나 “기초학 학문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대학원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실제 대학원제는 애초 교육인적자원부가 의도한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등 몇몇 의(치)과대학을 대학원으로 전환해 기초학문이 탄탄한 양질의 인재들을 양성한다는 취지보다는, 재정적으로 ‘득’이 된다는 대학당국의 이윤논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원을 도입할 경우 기초학을 가르치기 위한 학부과정의 시설비용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경희 치대 김성욱 동창회장에 따르면 그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석사’ 과정이기 때문에 ‘학부’ 과정보다 훨씬 높은 등록금을 챙길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학부의 경우 정부의 압력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쉽지 않은 반면 석사 과정에서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다. 가령 한 학기 등록금을 1천만 원으로 책정해도 누가 터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대학원을 도입하면 20억을 지원해 주겠다”는 꿀맛같은 미끼까지 던지니, 전국 6개 치과대학이 덥석 받아 문 것이다. 전 치과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이다. 실제 경희 치대의 경우 교수들에게 설문조사까지 실시해 대부분의 교수들이 반대하고 학생을 비롯해 동문들까지 모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위에 열거한 장점에 현혹된 대학당국이 일방적으로 대학원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러한 졸속 도입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 치대 김진범 교수는 “초창기 연구비와 교수 충원 등의 명목으로 6억원이 지급된 이후 깜깜 무소식”이라며, “교육부에서는 올해 책정한 예산을 모두 DEET 개발비 등에 쏟아부어 지원할 예산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사립대인 경희 치대의 경우 나머지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장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학원을 도입키로 한 대학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권호근 교수는 “국립대학은 교수 수를 늘리는 등의 간접적 방법으로 정부가 지원을 해줄 수 있겠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연세 치대가 대학원제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아울러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교육기간도 길어진다”며 대학원제의 폐단을 설명한다.

그러나 대학원제의 장단점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지원금 문제를 떠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제도의 도입을 졸속적으로 밀어붙인 교육부의 태도다.

김진범 교수는 “현재 교육부는 2009년까지 시범적으로 해보고 계속 대학원제를 할지 학부로 돌아갈지는 ‘너네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라며, “도입만 했지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에는 관심도 없고 열정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대학원제는 폐기되지 않겠냐”고 전망한다.

현재 의과 쪽은 서울 의대 등을 대학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교육부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가천의대와 건국대, 경희대만 대학원제를 도입했고, 내년에는 포천중문의대 등 5개 의대가 추가로 대학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초학을 활성화시키고 기초학을 탄탄히 다진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는 무색해져버리고, 교육부의 졸속 행정과 대학당국의 이윤논리로 인해 돈을 잘 버는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이공계 예비 실업자들의 사법고시로 전락해버린 치의학전문대학원! 그 향방이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