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窓>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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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窓>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의 위험성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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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사이에 두 차례나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 가야 했다. 그런데 지하철1호선 시청 역에서 내려서 시청 앞 보도를 지나 국가인권위원회로 가는 길은 요즘 몹시 붐비고 있다. 다름 아니라 스케이트장 때문이다. ‘전시행정’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시장은 ‘불도저’답게 시청 앞에 스케이트장을 세우는 공사를 강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인 것으로 보인다.

지나면서 보니 스케이트장 안팎에는 늘 어린이들과 부모들로 넘쳐난다. 안전수칙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어린이는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 안전모를 쓰고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어린이들로 붐비는 좁은 스케이트장에서도 즐겁게 웃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길을 지나는 행인들의 얼굴에도 슬며시 웃음꽃이 피어난다. 시청 앞이 이렇게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그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즐겁게 노는 것은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 그럴까?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스케이트를 탈 수 없도록 안전수칙도 철저히 지키고 있는데도 왜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이 위험한 것일까? 바로 대기오염 때문이다.

최근 한 국제조사에서 우리나라의 환경지수는 세계 146개국 중에서 12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국내총생산 세계 11위 국가로서는 너무도 창피한 순위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심각한 우리나라의 환경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서울에서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은 이제 너무도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 몇 해 전에 그 결과가 발표된 한 국제조사에 따르면 세계 213개 도시들 중에서 서울의 환경지수는 무려 157위였다. 서울의 환경상태는 선진국의 도시들과 비교해서 너무도 엉망인 것은 물론이고 웬만한 개발도상국의 도시들보다도 훨씬 나쁜 것이다.

서울의 하늘을 늘 뿌옇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자동차이다. 수많은 자동차에서 쉬지 않고 뿜어대는 매연에 들어 있는 질산화물과 미세먼지가 서울의 하늘을 늘 뿌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자동차 도시’ 서울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바로 ‘스모그 도시’인 것이다.

질산화물은 햇빛과 반응해서 생물체에 해로운 오존을 만들고 하늘을 뿌옇게 만든다. 이것을 가리켜 이른바 ‘광화학 스모그’라고 부른다. 사실은 스모그가 아니지만 마치 스모그처럼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광화학 스모그’ 현상은 날이 더울수록 잘 일어난다. 1970년에 도쿄에서는 한 여학생이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다가 ‘광화학 스모그’ 때문에 질식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를 가리키는데, 이것은 질산화물이나 오존보다 생물체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예컨대 숨을 쉴 때마다 우리 폐에 쌓여서 급기야 진폐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뿌옇게 오염된 서울의 하늘은 저 깊은 막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2004년에 발표된 OECD 국가들의 비교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오염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나쁜 축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미세먼지의 오염도는 세계 최악이다.

위례시민연대에서 2004년 12월에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서울시의 구별 미세먼지 오염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가 2005년 1월 25일자 <한겨레신문>에 보도되었다. 이에 따르면 중구가 연평균 76㎍/m3으로 가장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70㎍/m3인 환경부 기준치를 웃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주의할 것이 있다. 중구의 측정점은 정동에 있는 창덕여중 운동장이다. 도로로부터 사실상 차단된 아주 조용하고 깨끗해 보이는 곳에서 측정한 것인데도 이렇게 미세먼지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서울 도심의 공기가 더럽다는 것을 이 결과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시에서도 잘 알고 있을 이 대기오염 상태에 따른다면, 서울시청 앞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곳은 늘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수많은 차량들로 들끓는 곳이다. 더군다나 그곳은 높다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공기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대단히 어려운 곳이다. 그런 곳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을 즐겁게 놀게 하는 것은 어린이들을 이용한 ‘최악의 전시행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난 여름에 있었던 서울시의 또 다른 ‘전시행정’ 사건이 떠오른다. 서울시는 잔디밭 한 귀퉁이에 바닥분수를 설치했다. 그런데 그 물에서 먹는 물의 수질기준을 무려 8만2천배나 넘는 세균이 검출되었으며, 중이염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녹농균 등의 병원성 세균도 검출되었다. 놀고 즐기는 동안 세균에 감염되는 것이 서울광장의 바닥분수였던 것이다.

시청 앞이 권위를 벗고 놀이터로 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렇게 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동차 매연으로 잔뜩 오염된 곳에 스케이트장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어린이들을 데려와서 놀라고 하다니 이명박 시장의 정신상태를 다시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들을 위해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은 즉각 없애야 한다.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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