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개협은 가면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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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개협은 가면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 신순희
  • 승인 2011.06.20 23:14
  • 댓글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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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신순희 논설위원

 

이건 아니다.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

익명의 가면 속에서 특정인의 신상 털기와 협박과 모욕이 판을 친다.
그 위에 바지, 치마, 오뎅 등 그 뜻을 정확히 짐작하고 싶지도 않은 비수 같은 단어들이 우르르 꽂힌다.

작살에 맞은 고래가 흘리는 피 마냥, 분수 같은 피가 흘러넘쳐 게시판이 붉게 물든다.
멀리는 최진실을, 가까이는 송지선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그 사이버테러가 지금 치과계를 흔들고 있다.

온갖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는 몇몇 불법적 치과네트워크가 치과계에 판을 치기 시작한 후, 치과의사들의 개원환경과 삶의 질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나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지역사회에 기반을 다지기 이전인 젊은 치과의사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상황이 매우 심각함에도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임이 있는 치협 등 기성세대 치과의사들의 대응이 미온적이자 쌓이고 쌓인 분노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치협에 대한 불신 속에 불법네트워크 문제의 해결을 내걸고 얼마 전 건개협(건전개원협의회)이 생기더니 2011년 올해에는 치개협(치과개원의협의회)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협의회들은 한때 치과의사들의 건전한 임상진료 토론의 장으로 각광받던 ‘덴포토’라는 사이트 내 익명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주된 활동 내용이 특정 네트워크에 근무하고 있는 동료 치과의사들의 이름, 나이, 출신대학, 개인연락처, 가족관계 등 신상털기와 이어지는 퇴직 압력, 회유, 협박, 모욕 등이다.

그 대상이 된 어느 선생은 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과 원형탈모가 진행되고 있다하고 또 다른 선생은 배우자가 그곳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예정되어 있던 시덱스 연자에서 제외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한다.

이것이 지금, 대명천지 21세기에 지성인들이 모였다는 대한민국 치과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불법 네트워크 치과에서 근무하는 치과의사들이 그곳에서 나오길 나 또한 진심으로 바란다. 대형자본에 종속되어 비정상적인 의료체계에 복무하는 그분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그곳을 떠난다면 불법네트워크 치과문제는 아주 간단히 끝날 것이다. 사회의 모든 분야를 양극화하며 침탈하고 있는 자본이 제아무리 힘 쎄다 한들, 우리에겐 전문직 면허라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북청년단도 아니고 메카시즘의 추종자들도 아니다. 그 분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조언할 수 있을지언정 협박할 수 없다.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기다릴 수 있을지언정 모욕할 수 없다.

그분들은 그저 마땅히 취업할 곳을 찾지 못했던 우리 후배들이고, 미처 개원할 여건이 안됐던 우리 동료들일뿐이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마음 속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취업했을 때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붙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저 ‘xx015님’이 아닌 치과의사선생님이다. 그 호칭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존경의 뜻과 더불어 우리에게 사회적 지위와 책임을 부여한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누군가를 마음껏 욕하며 본인의 분노를 배출하는 어리석은 일 따위는 이 호칭에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의 동료이자 친구이자 후배라면 더더욱 말이다.

불법네트워크 치과는 반드시 그들이 행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치과계가, 아니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그들의 불법과 해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과계에 넘쳐나는 불법네트워크 문제의 핵심은 의료시장에 대한 자본의 침탈이다. 의료를 상업화하고 의료인을 도구화하며 환자의 건강보다는 돈벌이에만 급급한 저급한 속성의 ‘자본’이야말로 우리의 공공의 적이다. 우리의 동료가 아니고 말이다.

치개협의 책임있는 집행진은 지금 당장, 덴포토 익명 게시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이버 테러, 가면의 굿판을 멈추길 바란다. 타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사이버 모욕은 그 자체로 이미 범죄이다. 아무리 옳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 범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위의 방조 또한 치과계 전체의 모욕일 뿐이다.

내 눈에는 너무도 선명히 보이는, 비수에 찔린 우리 동료, 선후배들의 가슴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피가 그대들은 진정 보이지 않는가? 그것은 타인의 피가 아닌 우리의 피다. 미움은 미움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 그 어떤 갈등도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방식으로 불법네트워크가 정말 사라질 리도 없겠지만 설령 사라진다 한들, 치과계에는 더 큰 증오와 갈등만이 남을 것이다.

잘못된 방식은 지금이라도 주저 없이 바꾸어야한다. 익명이라는 어두운 공간에 숨어 분노를 자양분 삼아 브레이크 없는 마녀사냥을 하는 이 가면의 굿판은 당장 멈추어져야 한다.

익명 게시판에 넘쳐나는 그 헌신적인 노력과 올바른 의료에 대한 열정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밝은 곳에서 당당하게 쓰이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는 치개협 집행부의 몫이리라.

"젊은 벗들,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김지하의 이 말, 오늘 우리가 돌이켜 볼 말이다.

 

본 논설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순희(본지 논설위원, 인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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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탐방 2012-05-23 15:22:56
성지가 될것 같아서 미리 순례왔습니다.

문학작품을 이용하시는 능력이 탁월하시네요.

어떤분은 2012년에는 한용운 님을 시를 이용하셨는데...

멋져 2011-06-28 00:04:53
그런 의미에서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어떤 댓글을 달았는 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댓글을 달고 있는 내 자신이 보고 있는데,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비록 욕하고 싶더라도 한번 뒤돌아보고, 돌을 던지고 싶더라도 한발짝만 물러나 보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지성인이 바로 내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얘길 쓰는 저도 반성하며 씁니다.

멋져 2011-06-27 23:52:58
모두들 익명으로 이런 저런 말을 할 때 용감하신 분이라 먼저 존경을 표합니다. 치과의사는 존경받는 선생님인데 우리들의 토론 문화가 좀 더 성숙해 지면 참 좋겠습니다. 의견을 말하는 것은 좋고 공감되는 일인데, 정말 댓글을 달 때 좀더 신중해 지면 참 좋겠습니다. 내 얼굴에 누워서 침뱉는 그런 일은 하지 말고 환자 앞에서 고상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고상함과 현명함을 익게에서도 잃지 않은 수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장한놈 2011-06-27 15:26:52
에서 아가리에 거품 물고있겠죠 뻔뻔한 새끼들

위임진료(무자격진료 2011-06-26 18:57:28
원장 한놈에게 직원 일곱명 근무하는 치과도 봤는데 그런놈들은 여기서 찌그려져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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