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의 페루 여행기] 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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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페루 여행기] 와라스
  • 박종순
  • 승인 2005.01.29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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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라스 주변을 흐르는 리오 산타

지난번 버스이야기에서 채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와라스 지역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남미에서는 버스가 많이 발달했다 했는데, 역시 페루 리마에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버스가 있다 한다.

세계 최장거리 노선이라 하는데,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해 칠레의 산티아고, 그리고 페루의 리마를 거쳐 에쿠아도르의 수도 키토를 거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콜롬비아의 보고타, 마침내 이 노선의 종착지인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까지 무려 9,660KM에 달한다 한다. 그 큰 남미 대륙을 거의 가로지르는 노선이다.

최장거리인 만큼 걸리는 시간도 당연 최장인데, 3명의 기사가 교대로 쉬지 않고 달려 무려 116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워낙 장거리를 운행하다보니까 넓고 안락한 좌석은 기본이고, 장시간 여행에 지친 승객들을 위한 빙고게임을 하기도 하고, 승객 즉석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해 승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한단다. 생각만 해도 큼직해서 별로 타보고 싶지는 않지만, 남미의 버스문화에 대해 이해할만한 차원에서 소개했다.

와라스(Huaraz)는 남미 대륙의 등뼈를 형성하는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는 경치가 아름다운 산악도시이다. 보통 페루의 스위스라 부르기도 하는데, 페루 최고봉인 우아스까란(Huascaran)이 가까이에 있고 우아스까란 국립공원 지역은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꼬르디예라 블랑까(하얀산맥)가 와라스 동쪽을 지나가며, 꼬르디넬라 네그라(검은 산맥)는 서쪽을 지나고 있다. 리오 산타가 그 사이를 흐르며, 까예흔 데 우아일라스 계곡을 이루고 있다.

와라스에서 우리는 3일을 지냈는데, 밤버스로 리마에서 도착해 밤버스로 떠날 때까지 3일 동안 첫날은 지진의 아픈 흔적이 남아 있는 융가이와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는, 멋진 경치를 보여주는 양가누코 호수 투어, 둘째 날은 차빈문화의 시원을 보여주는 차빈 데 완타르 사원 투어, 마지막 날은 만년설을 등반하는 빠스토루리 베이스캠프 투어로 꽤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했다.

▲ 봄맞이 Fiesta 준비로 치장한 모습
전 세계적으로 산을 좋아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주로 설산 트랙킹과 빙벽 등반을 하기위해 모이는 곳이기도 한데, 이곳에 왔다가 와라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처음엔 등반 가이드를 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당을 하는 사람, 트레킹 및 클라이밍 장비 대여를 하는 사람,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등 다양한데 리마에서 여행사를 하는 지수일 사장 소개로 찾아간 안디안 킹덤의 주인장 안드레스도 그런 이들 중에 하나이다.

안디안 킹덤은 설산 트레킹, 빙벽등반, 캠핑 등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하기도 하면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가이드를 알선하기도 하는 일종의 등반전문 여행사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와라스 주변 투어를 소개받았다.

투어는 보통 여러 여행사에서 모은 사람들을 한대의 관광버스로 가이드 설명 들어가면서 정해진 코스대로 돌아다니는 건데, 우리는 대중교통의 접근이 힘들고 불가능하거나 일정이 빡빡할 때 주로 이용했다.

안드레스는 한국 TV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도전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암벽 등반하는 체험을 도와주는 가이드로 나온 적이 있다. 내가 봤다고 하니까 어떻더냐고 묻기에 멋있다고 했더니 아이처럼 좋아했다. 실제로 정말 잘 생기고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정도 많아 보였는데, 나중에 지수일 사장에게 그의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빠스또루리에서 만난 등반 가이드
안드레스는 아르헨티나에서 와라스 주변의 6,000m 급 고봉을 빠짐없이 등정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와라스에 와서 페루의 최고봉인 우아스까란을 등반하던 중 한 여인을 만났다. 그 이름이 '오필리어'. 햄릿에 나오는 그 오필리어를 연상해도 좋을 만큼 청순한 미모를 가진 이스라엘 아가씨였다는데, 둘은 만나면서 국적과 인습에 구애됨이 없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한다.

'오필리어' 역시 와라스를 사랑하고, 또 산을 사랑하는 아가씨였는데 둘은 의기투합해 와라스에 등반가들을 위한 전문 에이전시를 차리고 와라스에서 살았다. 각종 장비도 대여하고 등반 가이드도 나가고, 천성이 정이 많은 두 사람은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정성껏 친절히 모셨다 한다.

또 와라스 시내에서 행상을 하는 아이들이 에이전시에 손님이 많으니까 물건을 팔러 이 에이전시를 자주 찾아온다는데, 이 아이들이 파는 물건이래야 껌이나 사탕, 초컬릿, 그리고 비스켓 정도이다. 웬만한 사람같으면 당장 이 아이들을 내쫓았을 법도 한데 이 안드레스와 오필리어는 그렇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들이 대충 장사를 끝내면 자신의 에이전시에 설치된 암벽타기 연습시설에서 연습도 하고 놀게도 하고, 빈손으로 보내는 법 없이 샌드위치가 됐던 햄버거가 됐던 꼭 한 끼 요기를 시켜 보내기도 하고, 참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한다.

어쨌든 안드레스와 오필리어는 작년 11월 오필리어의 부모님께 인사하고 정식으로 결혼하기로 하였다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작년 7월 에이전시에 손님이 계속 늘어나자 가이드가 부족했고, 마침 이스라엘에서 온 그룹이 가이드를 부탁하기에 오필리어가 자청해 나갔다가 알파마요 봉우리를 오르다 함께 갔던 4명의 이스라엘인을 포함한 독일인들 모두 8명이 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것이다.

▲ 빠스또루리에서 빙벽등반을 하는 Climer
그래도 안드레스는 가슴에 슬픔을 묻고 겉으로는 밝은 표정으로 그의 에이전시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안타깝게 듣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안드레스의 슬픈 사랑을 기억하며, 볼리비아 그룹 키하르카스의 ‘울면서 그녀는 떠났네’를 들어본다. 보통 세계적인 히트곡 카마오의 댄스음악 람바다로 잘 알려진 이 곡은 원래는 이처럼 슬픈 내용을 갖는 볼리비아의 노래로 이 키하르카스가 오리지널 버젼이다. 그들의 음반 중 '내 민중의 여인을 위한 노래'의 앨범 8번째 트랙이다.

안데스의 기원과 본질, 그리고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산악지방인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농축돼 있는 음악을 줄곧 지향해왔던 키하르카스는 1975년 에르모사 삼형제를 주축으로 결성돼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강렬한 인상의 보컬로 안데스 음악의 폭을 한 차원 더 넓게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팀의 리더였던 울리세스 에르모사가 1996년 골수암으로 타계하면서 밴드는 자연스럽게 해산됐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아직도 안데스 음악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룹이다. 보통 투미라는 영국에 있는 안데스 쿠바음악 전문 레이블로 발표된 음반이 몇 장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리마와 쿠스코에 있는 음반가게를 뒤져 본고장에서 발매된 음반을 몇 장 더 사왔다.

Llorando se fue

Llorando se fue

y me dejo solo

sin su amor

 

Sola estara

recordando este amor

que el tiempo no puede borrar

 

La  recuerdo  hoy

y en mi pecho

no existe el rencor

 

Llorando se fue

y me dejo solo

sin su amor

 

Sola estara

recordando este amor

que el tiempo no puede borrar

 

울면서 그녀는 떠났고

그녀의 사랑없이

나는 홀로 남겨졌네

 

시간도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며

그녀는 혼자일테지

 

오늘 그녀를 떠올려보지만

가슴에 원망은

남아있지 않아

 

지켜내지 못했던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며

그녀는 울고있을테지

 

울면서 그녀는 떠났고

그녀의 사랑없이

나는 홀로 남겨졌네

 

시간도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며

그녀는 혼자일테지

 

박종순(서울 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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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2005-02-14 11:32:16
맞네요 가신다는 날짜가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아레끼빠 참 좋은데 아름다운 아르마스 광장을 바라보며 2층 테라스에서 차 한잔이 그립군요.. 꼴까 계곡 트랙킹과 안데스 콘돌의 우아했던 비행모습도 그립구요.. 나스까로 가시는군요.. 좋은 느낌 많이 받기를 바랄게요~

한동헌 2005-02-09 07:41:55
I´ll leave arequipa 2 hours later. My next destination is nazca.
I didn´t go huaraz, but I´ll ride a long distance bus. It´s so expensive necause my bus is a imperial class.
I´ll be back 14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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