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39]노전대통령의 운명, 문재인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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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39]노전대통령의 운명, 문재인의 운명
  • 전민용
  • 승인 2011.07.05 10: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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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저. 가교출판

 

표지를 보면 문재인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선하고 잘 생긴 얼굴이다. 활짝 웃지를 못하고 입술을 앙다물고 아래턱에 힘이 들어간 걸 보면 어떤 안타까움과 결연한 의지 같은 것도 느껴진다.

얼마 전 2박 3일 동안 거제와 통영을 돌아보는 여행 기회가 있었다. 가는 곳마다 눈이 탁 트이는 바다를 보는 것만 해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이때 배낭 속에 넣어간 책이 문재인의 ‘운명’이었다. 오고 가는 길과 여행지 중간 중간에 책을 펼쳐 보았다. 그가 태어난 곳이 거제다. 그의 거제에 대한 추억의 기록과 여행하면서 보는 거제의 풍광이나 ‘포로수용소’ 같은 유적지가 겹치면서 더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저. 가교출판
4부로 구성된 내용 중 2부가 저자의 자전적 성장 내용이다. 부모님의 고향은 함경남도 흥남. 그 유명한 흥남철수 때 고향을 떠나 거제로 왔다. 피난민들은 금방 돌아갈 생각을 하고 떠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정말 고생 많이 했단다. 다들 어려운 전쟁통이지만 거제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책 속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진행 과정도 잘 나와 있고 실향민인 저자의 남다른 감회도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부산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정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공부는 잘해서 대학가고 현실의 모순에 눈떠 학생운동 하다 구속되고 우여곡절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재미있는 것은 강제징집 되어 가게 된 공수부대 여단장이 준장 전두환이었고, 대대장이 장세동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판사를 지망했지만 시위전력 때문에 임용이 안 되고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1부는 노전대통령을 만나 부산에서 함께 합동법률사무소를 열고 열심히 하다 보니 부산 울산 거제 등 근교의 대표적인 노동 인권 변호사가 되고, 평범했던 노전대통령이 부산 운동권의 중심이 되고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그의 시각에서 잔잔하게 펼쳐진다.

3부는 민정수석이 되어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중에 비서실장이 되고 퇴임 후 노전대통령이 정치보복적인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까지 그려진다.

4부는 서거 후 마지막 비서실장이라는 이유로 상주 문재인이 되어 노전대통령을 떠나 보내는 과정을 비통하게 털어 놓는다.

이 책을 읽으면 참여정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들이 어느 정도 풀린다. 대북송금특검을 받게 된 이유, 유명했던 검사들과의 대화, 이라크 파병, 노동 문제, 한미FTA 추진, 쇠고기 협상 문제, 국회 탄핵, 대연정 파문, 현 정부와의 갈등, 정치 보복 등 굵직했던 여러 사건들에 대한 배경과 청와대의 방침이 결정되는 과정이 저자의 관점에서 설명되어 있다. 잘잘못을 떠나 정말 사심 없이 열심히 일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열심히 이해시키려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들도 있다.

저자는 청와대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 쯤 뽑았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의 여러 비서관들도 몇 개씩 뺐는데 우연히 직급이 높을수록 많이 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치아 발거와 직무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까지 했다고 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만성질환인 치주질환이 이렇게 1년 만에 발치까지 할 정도로 심해졌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면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 들어갈 때 정상이었던 저자의 혈압이 1년도 안 되어 고혈압 때문에 헌혈을 할 수 없었고, 대통령 역시 과로로 혈장이 묽어져 헌혈행사에서 다들 헌혈을 할 수 없었던 것을 보면 정말 건강을 해칠 정도로 힘들게 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전대통령은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정치가, 길게 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을 늘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로 노전태통령의 삶의 궤적과 일치하는 말이다. 지금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여러 정치 주체들도 가슴에 담아야 할 말이다. 그런데 이 말과 꼭 같은 삶을 살아온 또 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이다.

그의 마지막 글귀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그가 앞으로 이 운명의 숙제를 어떻게 풀어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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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림 2011-07-06 13:12:51
가슴에와닫는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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