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에 패전 "그래도 우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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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에 패전 "그래도 우린 달린다"
  • 편집국
  • 승인 2011.07.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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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탐방] 광전 건치 야구팀 '덴탈스파이더스'

 

가을 햇볕도 따사로운 지난해 10월 3일 광주 무등경기장. 초록의 마운드를 한판에 뒤엎기라도 할 것 같은 힘찬 파이팅 구호가 경기장을 때릴 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이날 경기를 점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전북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전주 핸드피스를 불러 치르는 광주에서의 맞대결. 이미 지난해 7월 김제여중에서 가진 첫 정기전에서 12 대 3이라는 큰 스코어 차로 쓰디쓴 패배를 맛본 만큼, 설욕전에 나선 스파이더스 선수들의 눈빛도 이날만큼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뜻대로만 되는 일이 있으랴. 의지와 무관하게 분위기는 1회부터 갈리기 시작했다. 1회 초 선제공격에 나선 전주 핸드피스. 첫 타자가 4구 포볼에 손쉽게 1루 베이스를 밟더니, 다음 타자를 맞아 던진 초구에 거침없이 2루 도루까지 시도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어차피 감안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아마추어 경기에서 도루 시도는 능히 있을 수 있는 일. 어차피 공수가 바뀌면 상황은 다르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생각했던 것보다 한수 위였다. 투수를 맡은 임진열 선수도 이날따라 의욕 같지 않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미 내야진을 파악했다는 듯 상대 주자는 내친김에 3루까지 뛰어들었고, 의욕을 세워 던진 견제구는 3루수를 한참 벗어나면서 주자는 이내 홈까지 파고들고 만 것.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상대에게 내준 선취점. 불타던 의지에 점차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이어 좌전안타에 이은 2루 도루, 이어 중전 적시타에 맥없이 추가점까지 내주고 말았다. 더구나 1루 주자는 얄밉게도 2루에 이어, 연속해서 3루 도루까지 별다른 제지 없이 마치 제 안마당 밟듯 내야를 유린하고 있었다. 다시 포볼에 투수의 1루 견제 악송구, 안타……. 첫 아웃 카운트를 잡은 건 무려 경기 시작 20분이 지나서였고, 물론 이때까지 이미 여덟 명의 핸드피스 선수가 홈베이스를 지나간 뒤였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스파이더스가 아니었다. 지루한 1회 초 공격이 끝나고 공수가 바뀐 1회말. 첫 타자로 나온 이금호 선수가 의욕이 앞서 방망이부터 휘두르면서 아쉽게도 내야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지만, 2번 타자 권기웅 선수가 포볼로 1루로 걸어가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 3번 좌타자 김민우 선수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고, 좌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2루타로 순식간에 주자 2, 3루를 만든 것. 4번 김찬 선수가 내야 뜬 공으로 물러났지만, 다행히도 5번 타자의 주자 일소 안타로 첫 득점에 이어 2점을 따라붙고, 이어 6번 박정열 선수의 중전안타 등에 힘입어 1회에 3점까지 따라붙으며 반격의 불씨를 당겼다.

그러나 쌍둥이라도 몇 초에 따라 형과 아우가 있듯이, 먼저 손발을 맞춘 팀과 신생팀 간에는 어디가 달라도 다른 법. 스파이더스가 헛 방망이를 돌리며 2회에 무득점으로 힘없이 물러난 사이, 전주 핸드피스는 2회에 다섯 점, 3회에 3점까지 착실히 보태 일찌감치 스파이더스의 추격의지를 따돌리고 있었다.

모처럼 가족들까지 나와 열심히 응원전을 펼친 스파이더스 벤치 분위기도 말이 아니었다. 기대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이미 보나마나한 경기라 생각한 것인지, 선수들한테서 점차 눈을 뗀 채 잠잠해 있었다. 스파이더스가 3회말 공격에서 2점을 보탰지만 3회가 끝난 시점에서의 스코어는 이미 16 대 5. 비록 4회와 5회 두 번의 공격이 남았다지만 누가 봐도 이날의 승부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러나 모르고도 모를 일이었다. 매섭던 전주 핸드피스의 방망이는 딱 그것까지였다. 그때까지 매섭기만 하던 전주 핸드피스의 방망이를 4회 초 수비에서 태도를 돌변해 무실점으로 막아내더니, 반면 4회말 다시 2점을 따라 붙으며 경기장에는 점차 예사롭지 않는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 풀 죽어 있던 스파이더스의 벤치가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5회 핸드피스의 마지막 공격마저 3자 범퇴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경기는 점점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5회 말 마지막 공격.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던가. 3회부터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한 스파이더스의 막판 반격이 다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막판 분위기를 후끈 달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정성국 선수. 2명의 주자를 둔 상태에서 시원한 우전안타로 3루에 있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더니, 1·3루 상황에서 냅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헤드 슬라이딩으로 2루까지 훔친 것. 이어 34번 선수의 희생타로 3루에 있던 선수가 득점하는 사이, 다시 헤드 슬라이딩을 시도해 3루까지 거머쥐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가무잡잡한 얼굴, 두 번의 연이은 헤드 슬라이딩을 거친 몰골이야 이미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노력은 허사가 아니었다. 일찍이 김제 경기에서 홈런으로 방망이 맛을 시위한 바 있는 이금호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정성국 선수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만 것. 그러나 불을 품던 기세는 3루, 2루의 주자를 남겨둔 가운데 막판 3점의 추격점을 끝으로 더 이어지지 않았고, 승부는 결국 16 대 10으로 경기를 매듭짓고 말았다. 초반 1회에 8점을 내준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시험했다는 점에서 이날의 패배는 결코 아깝지 않는 것이었다.

한편, 이날 MVP는 전주 핸드피스의 김중진 선수와 투수를 맡았던 권기탁 선수, 스파이더스에서는 포수를 맡은 이금호 선수, 슬라이딩으로 투혼을 불사른 정성국 선수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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