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와의 싸움은 ‘영리병원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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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의 싸움은 ‘영리병원과의 싸움’
  • 이동호
  • 승인 2011.07.21 12:3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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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행복한 치과의사로 살아 남기

 

이 글은 부산 해운대구 탑서울치과 이동호 원장이 부치신문에 투고한 글을 필자의 요청에 따라 게재한 것이다. 19일 SBS 저녁 8시뉴스를 시작으로, 20일자 동아일보 1면 탑, 오늘(21일) 오전 MBC 뉴스 등 지상파 방송과 일간지에서 ‘치과계 내 불법네트워크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으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글이라 판단돼 게재한다. 참고로 이동호 원장은 2007~2008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편집자주

한여름 폭염 속에서 치과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일일까?

불과 수년 만에 120여개의 치과를 개설한 사실상의 영리병원인 유디치과가 평화롭던 개원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유디치과는 대다수 개원치과의사들의 ‘공공의적’이 되었다. 이들을 치과계에서 추방하는 것이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는 출발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유디치과의 급성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이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과 불안, 분노는 2011년 오늘의 대한민국 치과계를 지배하는 정서이다.

유디치과가 대다수의 치과의사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로 인해 수가가 하락하고 환자를 빼앗기고 그 결과 개원치과의사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인가?

최근에 우리 단체를 대표하는 분의 인터뷰가 일반 국민들에게 이런 뉘앙스로 받아들여져서 유디치과와의 싸움이 마치 기득권을 놓고 벌이는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것이야말로 유디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덤핑수가’와 ‘과잉진료’ 비난에 유디는 이제 ‘원가공개’라는 비수를 꺼낼 듯이 보인다. 협회장의 병원까지도 포함된 ‘개원가 털기’의 막장드라마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싸움을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알 수 없는’ 이전투구로 몰아가려고 하는 의도이다.

알바생을 동원한 인터넷여론조작과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한 언론사 주무르기는 이 싸움의 끝이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

MB정부는 소위 ‘의료서비스의 선진화’라는 애매모호한 구호를 앞세워 영리병원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많은 의료인들과 보건전문가들, 시민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조중동’의 파워를 앞세운 재벌들의 요란한 선동과 분위기 띄우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만일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유디치과는 마치 면죄부라도 받은 듯이 더욱 날뛸 것이란 사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래 전부터 영리병원허용을 주장해온 치과계 일부 ‘오피니언리더’들의 기회주의적 이중행보는 영 어색하기만 하다.

유디치과와의 싸움이 배부른 치과의사들의 밥그릇싸움으로 비쳐지지 않으려면 영리병원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유디치과는 영리병원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있다.

경영주와 외부투자자의 수익을 위해서라면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심지어는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과잉진료를 서슴지 않는 병원, 의사가 아닌 소위 ‘실장’이라고 불리는 스탭이 환자의 치료계획을 결정하는 병원, 고용의사가 스탭들의 눈치를 보는 병원, 치료하는 의사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병원, 치료비 단가는 싼데 결국엔 더 많은 돈이 나가는 병원. 이것이 유디치과를 막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의 밥그릇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유디치과의 문제는 영리병원 이전에 이미 만연해 있는 재벌병원들의 영리추구와 일부 개원의사들의 노골적인 진료상품화와 같은 궤도 위에 있다. 과거 성형외과 같은 특정 과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현상이 이제 메디컬 거의 모든 의과와 약국, 한의원으로 확대되었다.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술과 약품들이 판을 친다. 의료라고 하지만 실상은 사기나 다름없다. 의사로서의 윤리나 환자의 건강은 안중에 없고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악성바이러스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치과계를 서서히 오염시켜 왔고 유디치과는 바로 그 결정판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치과의사의 과잉배출 문제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일본의 치과계가 우리의 미래모습이라면 참 우울하다. 하지만 일본에는 유디가 없다. 대부분의 치과가 동네 구멍가게로 전락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우리들처럼 내주머니만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은 아니다. 다 같이 쪼그라드는 것은 그래도 참을만하지 않을까?

은퇴 이후의 즐거운 인생을 꿈꾸는 나의 희망은 내 동네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네치과 원장으로 행복하게 일하다가 은퇴하는 것이다. 10년 후의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10년 후가 아니라 5년 후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점점 줄어드는 지갑에 순응하며 가족들의 기대치도 반으로 접고 체면도 접고 욕심도 접고 그렇게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행복한 동네치과 원장의 꿈은 소박한 것인가 아니면 너무 거창한 것인가?

 

이동호(부산 해운대 탑서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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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찬 2011-07-21 16:01:08
이동호 선생님뿐 아니라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동네치과 원장의 소망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유ㅇ이 작은 악이라면 영리병원이 허용되는것은 거대악입니다. 거대악이 작은악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으니 영리법인병원을 막는것과 더불어 현존하는 영리법인인 유ㅇ를 없에는것도 영리병원을 막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구~~~~~ㅅ웃 2011-07-21 17:25:44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눈앞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멀리 바라보는 혜안도 가져야 하겠네요..

그럼 2011-07-22 14:53:50
유ㅇ를 항복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정부의 영리법인 추진세력과의 싸움도 함께해야 하는 거군요.. 민주당도 아리까리 하던데.. "유ㅇ척결, 영리법인 반대" 이런 구호도 외쳐야 하나요?? 데모는 예과 1학년 1학기때 한 두번 참여해본 적밖에 없는 내가?? ........ 참 쉽지않는 세상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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