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제도 최대 책임자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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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제도 최대 책임자는 ‘정부’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1.07.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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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책토론회서 원활한 정착 위한 시행규칙 논의…조정중재원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에 주력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의료진을 가해자로 전제하는 법안이 아니다. 환자와 의료진을 상호 보호할 수 있도록 투명하되 전문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여기서 최대 책임자는 ‘정부’가 돼야 한다”

23년간의 긴 논쟁 끝에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의료분쟁조정제도(이하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실효적 운영을 위한 대안들이 제시됐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도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 제도의 미흡한 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 22일 정책토론회
홍익대학교 법학대학 이인영 교수의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신은주 교수, 보건복지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추진단 김문식 팀장, 경실련 사회정책국 김태현 국장, 서울성심병원 이송 원장, 법무법인 화우 김재춘 변호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백휴 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두희 팀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신은주 교수는 “해마다 의료분쟁에 대한 조정 신청이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의 제도권에서는 의료분쟁이 적절히 해결되지 못했다”면서 “환자에게는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위기 끝에 제정된 이번 제도는 ▲최대 120일 이내의 짧은 조정기간 문제 ▲조정중재원의 독립성 보장 여부 ▲의료사고 감정단의 전문성과 투명성 확보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범위 지정 ▲대불제도 운영 방식 등의 미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제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의료사고 감정단(이하 감정단)’이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대표 1명의 구성 비율을 갖춘데 대해서는 대다수가 “과실 유무 및 인과관계의 정확한 규범적 판단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산부인과에만 특수 적용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에 대해서도 “의료기관의 과실을 입증하기보다 무과실보상으로 빠지려는 경우가 많아져 의료사고의 진실 규명 절차가 부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며, “왜 산부인과 사고에만 도입되는지 취지가 불분명하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아울러 의료기관이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을 시 적용되는 대불제도에 대해서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위헌적인 소지가 매우 커 운영상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정중재원의 ‘독립성 확보’가 우선

▲ 신은주 교수
신은주 교수는 “국민의 신뢰를 쌓아야 할 분 조정중재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도·감독 하에 운영되도록 제정돼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조정중재원이 정책지향적으로 움직이는 타율적인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정중재원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쟁해결기관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기구일 필요가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의견이다.

또한 신 교수는 조정위원 선정을 중재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당사자가 직접 조정위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해 운영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로써 조정위원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당사자 상호간의 이익을 조정함은 물론 당사자들이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면서 조정절차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 교수는 “조정위원들의 헌신 정도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절한 처우를 제공하지 않는 한 시간과 노력을 다해 조정업무를 수행하기를 기대할 순 없다”면서 “조정위원회의 전문성과 공공성 향상을 위해 전문화된 위원에 대한 보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평가단’ 아닌 ‘전문감정단’으로 거듭나야…

제도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의료사고 감정단’ 역시 악용의 여지가 클 것으로 지적됐다.

심평원이 의사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의료비를 삭감해대는 기관으로 비춰지듯이 감정단의 등장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사고전문평가단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환자들이 입증부담의 곤람함을 극복하기 위해 의료분쟁 소송의 전 단계에서 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 조정신청을 철회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방편으로 사용할 경우 감정단의 기능이 사고평가원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

신은주 교수는 “이러한 증거수집절차로 조정절차가 악용되지 않도록 진술의 원용제한과 같이 물적 증거에 대해서도 원용을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의료인-법제인-소비자로 구성된 감정단은 의학적 근거보다는 다수의 의견으로 감정적 결론을 내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세밀한 기준정립이 필요하다”면서 “감정단이 전문적 기능을 갖출 때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과실 보상&대불제도…재원 마련은?

무과실 불가항력의 분만의료사고의 경우 및 미지급 손해배상금의 대불을 위한 재원 확보에도 형평성에 따른 다각도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은주 교수는 “현재는 재원이 의료기관개설자의 부담으로 이뤄져있으나 재정 마련의 최대 책임자는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부담주체를 다각화해 재원의 부담비율, 보상 범위, 지급기준 및 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인의 과실없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발생하는 피해보상의 경우 국가가 재원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성심병원 이송 병원장은 “의료인 무과실 피해보상은 국가가 피해자인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므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그 보상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는 특정인이 아닌 모든 개개인에게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므로 건강보험재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대불제도의 엄격한 감시 장치 마련 ▲감정의견 조율을 위한 자문위원단 구성 ▲감정 및 조정기간 연장에 대한 규정 마련 ▲전문화된 조정위원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시행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 전현희 의원
법무법인 화우 김재춘 변호사는 “제도 시행 후 의료사고 판정 여부에 따라 조정신청이 현저 히 줄어들거나 반대로 터무니없는 조정신청이 쇄도할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의 높은 국민들의 기대치를 감안해 제도에 대한 올바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조정중재원설립추진단 김문식 팀장은 “7~8월 안에 구체적인 시행 계획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제도 도입취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 복지부에 다양한 의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전현희 의원은 “법안 제정을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토론회를 통해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면서 “도출된 의견을 반영해 제도가 보다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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