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41]이정희와 유시민이 만나다
상태바
[전민용의 북카페 -41]이정희와 유시민이 만나다
  • 전민용
  • 승인 2011.08.04 10:5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의 진보-이정희 유시민 대담집, 이정무, 민중의 소리

 

이정희-유시민 공개 토크쇼가 2011년 3월 ‘CHANGE 2012'라는 부제를 달고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2천여 명의 청중이 운집했고 복도는 물론 무대 뒤까지 채웠다. 급하게 아래층에 영상과 함께 마련한 공간에도 자리가 없어 복도까지 의자를 놓고 앉았다.

저자는 이 행사를 보고 두 사람의 대담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상당히 이질적일 수도 있는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왜 이토록 관심을 끌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일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과 대담집의 출판은 통합을 추진하는 진보 정당들과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사람들 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여 출판기념회를 연기하기도 하였다. 민노당의 일부와 진보신당의 상당수는 이정희와 유시민의 잦은 만남을 불편해 했고,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에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참여당과 민노당의 합당이나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를 민주당 고립 전략으로 생각하는 견해가 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함께 하거나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유시민과 이정희로 대표되는 현실적으로 현존하는 일정한 정치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이정희와 유시민에 더해 민노당이라는 진보정당의 정치 사상적 내용이 무엇인지, 민주당인지 진보정당인지 애매한 발언을 일삼는 참여당은 어떤 당인지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야권의 전체 통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민노당과 참여당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도 같이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야권 전체 통합은 절대 안 된다는 분들은 두 사람의 태도에서 그 불가능성의 근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통합이나 연대 어떤 입장이든 유시민과 이정희처럼 서로 더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얘기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성실함은 많을수록 좋겠다는 바램이다. 흥정은 붙여야 맛이고 자주 오빠 동생 하다보면 여보 당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대담이 실려 있다. 재벌 정책, FTA 문제 등에 대한 토론을 보면 상당히 의견 접근이 이루어진다. 남북 문제, 복지 문제, 파병 문제 등에서는 조금 더 다른 결이 느껴진다. 대학 등록금의 경우 이정희는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등 단순하고 분명한 입장을 제시한다면 유시민은 공공성이나 소득수준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서 더 정밀한 정책을 만들자고 한다. 이정희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 거침없이 출산, 보육, 노동, 공동체의 문제 등으로 접근하여 대안을 내놓는다면 유시민은 출산장려정책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출산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실존적 선택의 문제라는 자유주의적 시각을 분명히 한다. 

상대적으로 이정희는 이상주의의 경향이 강하고 유시민은 현실주의의 경향이 강하다. 유시민은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정희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사회주의, 계급주의, 사민주의 어느 것도 아닌 것 같고 다 조금씩 섞인 것도 같다. 

민노당과 참여당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살펴보자.
유시민은 말한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분들은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승리를 기피하는 것 같다. 승리하고 행복해지는 길이 저기 있는데 그 길을 가지 않으려는 것 같다. 이제 넘어서자. 과감한, 낡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그런 시도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이정희가 말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지역에 뿌리를 내린 진보적 대중 정당이다. 하지만 계급 정당의 틀에 갇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지만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가야 한다. 다양한 진보적 요구들을 모두 함께 포용하고 가야 한다. 동성애자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수돗물에 불소를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 등 굉장히 깊이 고민했다.”

유시민은 말한다. “참여당은 지역적 사회적 기반이 없다. 활동가 조직도 없다. 마치 ‘난민단체’처럼 만들어진 당이다. 망국의 유민들이 떠돌다가 자치국이라도 만들어보자고 모인 것이다. 민주당은 별로 새로움이 없고, 예측 가능하고 이해는 되지만 매력은 없다. 민노당, 진보신당은 억압의 분위기가 있다. 헌신하는 집단인 것은 알겠는데 누가 강제하는 것은 싫다. 그래서 우리끼리 모여보자 해서 모인 것이다.”

이정희가 말한다. “참여당은 화이트칼라가 많은 것 같은데 어떤 계급, 계층적으로 한정짓기는 어렵다. 낡은 정치에 대한 반감, 참여에 대한 의지, 정치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 이미지와 행동 유형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두 사람은 참여당의 정신은 노무현정신이고 민노당의 정신은 전태일 정신이라는데 동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은 그리 멀지 않다고 본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는 진보정당이 과연 통합할 수 있으며, 참여당이 통합의 한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가에 있다. 두 사람은 통합된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정희의 말. “저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 다만 미래를 묻는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총선용, 대선용 정당 아니라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진정한 당내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진보정당이다.”
“진보통합정당의 중심은 조직된 노동자 민중이다. 물론 많은 지식인, 시민, 여러 계층이 함께 할 거다. 그러나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유시민의 말. “최대한의 진보를 해보자가 참여당의 생각이고 다른 진보정당과 만나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형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참여당은 매우 자유주의적인 기조를 띠고 있고, 산업화가 거의 완숙 단계에 들어가고 나서 비로소 하나의 흐름이 된 작은 진보적 흐름이다. 여러 갈래의 다양한 진보적 흐름들이 모일 필요가 있다. 진짜 우리가 받들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다가서는 민노당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

야권연대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자.

이정희의 평가.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처음으로 전국적인 야권연대를 이루었다. 야권연대가 선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연대의 질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 확인했다. 선거 후 벌어진 한EU FTA 일방처리 문제에서 야권의 정책 합의의 의미도 드러났다. 부담 없는 정책 합의가 아니라 정책연대가 대단히 무겁고, 함부로 뛰쳐나갈 수 없는 중대한 합의라는 것 뚜렷해졌다.”

유시민의 예상. “2012년 총선 야권연대는 6.2지방선거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환경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연합이 대의에 대한 천명, 설득, 대화로 이루어지는 예는 없다. 모든 정치연합은 힘의 균형이 만든다. 지금 진보진영은 참여당까지 진보로 포함시키더라도 힘의 균형을 통한 진보개혁진영의 선거연합을 이루어 낼 실력이 안 된다.”       
      
야권연대에 대한 경로와 전망이다.

유시민. “4월 총선의 예비 후보 등록을 12월에 하니까 11월이 가기 전에 총선과 대선을 패키지로 함께 묶어 야권연대로 치른다는 합의를 하고, 연합을 이루기 위한 공통의 정책과 공약 같은 큰 틀의 합의를 12월까지 해야 한다. 그 다음 지역구에서 후보 결정을 위한 원칙과 방법이 합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대연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할 경우 연립정부 또는 연합정부를 운영해 나간다는 비전이 밝혀져야 한다.”

이정희. “야권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연대이다. 특히 한미 FTA의 독소조항 전면검증이라는 합의내용 지켜져야 한다. 노동조합법 개정에 대한 공동 발의 합의 한 것 중요하다.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 만들어지면 최저임금법, 비정규직법 등 공동입법 발의 추진해가야 한다. 이런 정책합의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국민들이 믿음을 가질 것이다.”

이정희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없애겠다. 확고한 결심이다.”고 단언한다. 진보 통합이나 야권 연대의 전도사가 되겠다는 주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정희에게는 북한 문제, 정당의 중심 세력 문제 등 여러 곳에서 양보할 수 없는 어떤 원칙들이 보인다. 원칙이 많다는 것은 유연성이 적다는 것이고 통합이나 연대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최근 진보 통합 협상 과정에서 이정희의 발언이나 태도가 그녀의 의도와 다르겠지만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경력은 짧지만 마음이 깨끗하면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 이정희에게 통합과 연대의 과정은 진정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민노당과 진보신당 만큼이나 민주당과 참여당의 색깔이 비슷하다고 본다.  사분오열된 야권의 통합을 위해 진보정당들의 통합만큼이나 민주당과 참여당의 통합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민주당은 진보와 개혁의 방향으로 나름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시민은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통합에 대해서는 시도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동안 야권연대 과정에서도 참여당의 자당 중심적 태도는 민주당에 못지않았다. 이런 태도들이 노무현의 정신인지는 의문이다. 유시민이 진보의 키워드라고 얘기한 다양성과 연대가 주관적이고 편의적인 다양성과 연대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민용 2011-08-04 17:27:28
밑에서 다섯번째 글 유시민 언급한 내용 중 오자 있네요. 함께 묶어 야권연대를---> 야권연대로

전민용 2011-08-04 17:09:14
에 대해 이정희대표가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했는 줄은 몰랐네요. 누구 민노당 사정 아시는 분 그 고민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아시나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