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경제관료 아닌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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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경제관료 아닌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
  • 전양호
  • 승인 2011.09.05 1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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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전양호 논설위원

 

지난 8월 30일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4개 부처의 개각을 발표했다. 그토록 옆에 두고 싶어했던 유우익 주중대사를 통일부 장관에 내정해 임기 후반의 국정주도권을 잃지 않고,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국정현안들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잔뜩 배어있는 개각이라는 것이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한 내년 총선을 대비한 경력관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진수희 장관이 당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되었다. 임채민 실장은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등 여러 경제부처를 두루 거쳤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보건복지 업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전형적인 경제관료이다. 심지어 한미 FTA 협상 당시 주미대사참사관으로 섬유, 자동차, 무역구제 분야의 협상전략수립을 지원한 통상전문가이기도 하다.

‘복지와 경제쪽은 정반대처럼 하는데 서로 반대편에서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복지 문제를 본다는 역발상의 인사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로비 문제로 입방아를 찧고 있는 김두우 홍보수석의 보건복지부 개각에 대한 설명이다.

모든 국가정책의 헤게모니는 자본과 그에 결탁한 경제 관료들에게 넘어간지 오래다. 의료, 복지, 교육, 환경 등 공공성이 기초가 되어야 할 부분들까지도 시장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다. 이미 복지와 경제는 항상 같은 쪽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발상보다는 주마가편정도가 어울릴까... 이번 개각은 보건복지부의 업무를 더욱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일 뿐이다.

아마도 임채민 실장에게 맡겨질 첫 번째 임무는 의료민영화의 적극적인 추진일 것이다. 집권초기 촛불에 막혀, 그 이후에는 국민들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강력한 요구에 막혀 지지부진했던 의료민영화가 최근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에 의해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보수언론과 청와대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의제화를 시키더니, 이제 대놓고 임기 내에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경제관료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하는 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있는 자에게 몰아주기다. 일단 있는 자들에게 몰아주고 그 자들이 나머지 대한민국을 먹여살리게 하겠다는 꿈같은 경제이론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주주들에게 200억이 넘는 돈을 배당하는 자들, 피같은 서민의 돈을 각종 로비와 부동산 투기로 날려버린 자들, 오직 이윤을 위해 위험한 작업현장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모르쇠 하는 자들... 이런자들의 손에 또 다른 돈벌이의 기회를 보장해주려는 것이 의료민영화이고, 보건복지부 개각의 이유이다.

1935년 모든 노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제도 도입, 1947년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1948년 주택보조금 도입, 1950년 의무교육 시작, 1955년 전 국민을 포괄하는 의료보험법 시행, 약 50%에 이르는 담세율과 공공부분의 지출...세계 최고 수준의 보편적 복지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수준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이야기다. 복지는 단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마저 있는 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주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복지를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임채민 실장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철회하고, 다시 한 번 복지의 의미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전양호(본지 논설위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경지부 틔움과키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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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11:03:44
모든 것을 시장 논리로 풀다가는 영혼마저 팔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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