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틀니 급여화 계속 쉬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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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틀니 급여화 계속 쉬쉬할 것인가
  • 김용진
  • 승인 2011.09.27 1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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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족한 연구·토론·폐쇄적 논의구조, 실망과 실패·낭비로 이어질 것

 

제대로 준비되고 있나?

정부는 2012년부터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틀니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연구용역도 시행돼 어느 정도 수가와 시행방안에 대해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012년을 불과 3달 남짓 남긴 지금까지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치과계에서는 노인틀니 보험급여 시행을 대비해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

치과계를 비롯해 의료계는 올해 초 상병명과 상병기호의 큰 변화로 건강보험 청구에 큰 혼란을 빚은 바 있다. 통계청에서 이미 작년 중반에 상병명과 상병기호가 바뀌었고 올해 초부터 건강보험 청구에도 도입키로 결정했으면서도 의료현장에는 거의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뿐 아니라 건강보험 청구 프로그램 업체와 보험담당 이사들은 업무에 차질이 있을 정도로 관련 업무와 민원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사전에 시간을 갖고 충분히 알려주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업무의 변화로도 의료현장은 혼란을 겪는데, 노인틀니 보험급여는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아직도 과연 시행이 될 것인지, 시행이 된다면 어떻게 시행이 되는지, 노인틀니의 대상이 누구이며, 어떤 경우에 보험적용이 되고 되지 않는지, 사후 관리를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다가 2012년에 실시된다면 의료현장에서 상당한 혼란과 민원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폐쇄적 논의’가 가져다 줄 폐단

지난 9월 1일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시행된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이하 ESD)’에 대해 있었던 의료현장에서의 반발과 혼란이 노인틀니 보험급여의 예측되는 미래를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초기 위암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첨단 의료기술인 ESD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를 제공키고 결정하고 8월 25일 고시했다. 시행을 불과 6일 앞둔 고시이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와 준비를 하고 너무 일찍 고시했을 경우 의료의 왜곡이 있을까봐 고시와 시행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했다고 하면 다행이겠으나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관련 학회 및 업계는 이 고시가 정한 ESD의 대상, 행위수가, 치료재료 상한 금액 모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즉, 보험급여 대상을 지나치게 축소해 실제 이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업무강도와 시술시간 등 난이도가 높은데 충분한 상대가치점수가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ESD용 나이프의 급여지급 금액을 수입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수술칼 수입업체는 당장 반발해서 수술칼 공급을 중단했고, 정부의 압박으로 수술칼이 공급된 뒤에도 너무 낮아진 수가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ESD 보험급여와 관련해 의사협회와 심사평가원 등이 오랜 기간 협의를 하고 협상을 하는 등 조정을 했지만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이들 논의가 폐쇄적이고 비공개적인 논의에 그친 탓일 것이다.

그리고 폐쇄적·비공개적 논의로 일관했던 그 배경에는 환자의 이익보다 다른 이유, 즉 심평원과 정부의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의사협회의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급여화 문제점 노출 여론화’를 중요시한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범사회 정책협의회 구성 필요

그렇다면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는 지금 어느 단계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이제 경우 용역을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의 1차 보고서가 나왔고 2차 보고서는 아직 발표도 안됐다.

반면 치과계는 어떠한가? 원가에 대한 연구를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했다는 것 말고는 노인틀니 급여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보험담당 임원(부회장과 이사)의 머리 속에만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니 노인틀니를 상담하고 시술하고 제작할 담당자인 현장의 치과의사들은 궁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더 하다. 방송에 한 두 번 나오기는 했으나, 기억에 없고, 노인틀니가 보험적용이 될 예정이라는 것도 모른다.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재정에서 년간 진료비가 1조원에서 1조 5천억 원에 이르는 커다란 변화이다.

그동안 재정부담을 이유로 미루어오다 이제 정작 실시를 앞두고는 준비와 연구는 너무 부족하고 토론과 논의는 전혀 없는 이러한 기형적인 상황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지금의 준비는 너무 부족하다. 준비 부족으로 인한 정책 미이행, 시행시의 혼란과 반발, 국민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와 보험당국,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 관련된 지금까지의 논의와 연구를 즉각 국민과 치과의사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보험당국,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치과계 당사자 및 의료소비자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논의와 협의를 진행하고, 노인틀니 건강보험 급여화가 원할히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도 시간이 없다.

김용진(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 남서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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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동 2011-09-28 09:06:42
시의적절한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치과계에서도 무작정 급여화반대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급여화 방안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구체화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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