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치과 성폭행 사건과 선데이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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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치과 성폭행 사건과 선데이 저널
  • 김철신
  • 승인 2011.10.10 10:56
  • 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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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도가니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유디치과그룹(이하 유디)의 비리와 김종훈 대표의 성폭행 사건을 심도 있게 다룬 미국 내 한인언론 ‘선데이 저널’의 보도가 화제다.
 

한국 내에서 온갖 불법적 행태가 문제시되었던 유디가 미국까지 진출하여 역시나 여전한 불법적 행태로 현지 교민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는 내용도 놀랍지만 보도의 핵심이 ‘유디치과 성폭행 사건’이라니 더욱 놀랍다.

사람 사는 세상에 비밀 없는 법이라 이미 예전부터 한국 치과계에 가십처럼 오르내리던 유디의 성폭행과 해고협박사건을 국내언론이 침묵하는 사이 바다건너 미국에서 먼저 보도하기 시작했고 미국법원의 친절한 정보공개 덕에 구체적 재판기록까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유디의 행태에 수많은 분노를 표하면서도 이 문제만큼은 언급을 회피하고자 했던 한국의 많은 이들, 특히 한국 언론에게 ‘선택’의 순간이 불쑥 다가왔다.

보도할 것인가, 말 것인가.
 

대한민국 최대 치과그룹의 대표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서 직원을 성폭행하고 해고 협박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그저 주장일 뿐이므로 여전히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취재 보도하여 문제제기에 동참할 것인가.

언론의 보도를 가로막는 논리는 두 가지다.

첫째, 사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즉,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모든 피고는 무죄이므로 확정되기 이전의 혐의를 보도하는 것은 가해자(혹은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다. 혹은 민사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느 일방의 견해만을 인용할 수 없다.
 

둘째, 개인의 사생활이다. 성적인 영역은 개인의 사생활인데 허리 아래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점잖은 언론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과연 그럴까?

지금 이 시각에 보도되는 대부분의 재판관련 언론보도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다. 구속된 누구누구의 사건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대부분의 사건은 발생되고 나서 재판이라는 절차를 거치며 치열하게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판결이 사법부의 몫이라면 재판의 절차가 공정한지, 조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고의로 누락된 사실은 없는지, 혹은 다투고 있는 쌍방의 견해는 어떻게 다른지를 파헤치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언론이 재판의 확정결과만을 기다린다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판결문을 받아볼 일이지 신문을 사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하나,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견해는 대부분 성폭력을 인간의 은밀한 욕망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의 산물이다. 성폭력은 그저 폭력이다.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성의 한 종류가 결코 아니다. 부부간의 강간을 인정할 정도로 진전된 법 정신의 시대에 여자의 행실이 어떠니 하는 천인공노할 시각은 다루지 않겠다.

다만, 취업과 이민을 위해 미국 땅에 건너간 여성을 고용주가 반복적으로 폭행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과연 사생활의 영역인지, 사건의 공론화 차단을 위해서 치과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보도가 은폐되는 현재의 상황을 과연 남녀 간의 사생활로 치부할 수 있는지, 이처럼 명확하고 전형적인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도 가해자 개인의 사생활이 인권이라는 미명아래 끝까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인권은 정형화된 가치가 아니다. 끊임없이 ‘경합하는 가치’이자 ‘정의에 기초한 지향’이다.
 

내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사회가 폭력을 방치하지 않고 개입하며 지켜야할 가치, 욕망을 추구할 권리와 그로인해 결코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존엄한 가치 등등 경합하는 수없이 많은 가치들 중에서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는가가 그 사회의 인권수준인 것이다.

끊임없는 가치의 경합과정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러한 정보제공과정에서 혹시 손상될 수도 있는 또 다른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혹 사회적 권력에 밀려 발언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이들의 소중한 권리가 묻히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 그것이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이다. 이것만이 언론의 유일한 보도기준이어야 한다.

매년 수천억 매출을 올리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모든 일간지에 마음껏 광고하며 초대형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하고 고작 가처분 소송 하나에 수십 명의 전문 변호사를 동원하는 대형 치과그룹 대표의 인권은 굳이 언론이 아니더라도 이미 견고하게 보호받고 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달려들 수많은 관계자들의 댓글에 의해서도 과잉보호될 것이다.

이번 성폭력 사건을 기사화하면서 얄팍한 상술의 황색저널이라는 둥, 썬데이 서울같다는 둥 온갖 비아냥을 듣는 한인 언론 선데이저널은 83년 이후락 일가의 해외도피자금 사건, LA 총영사의 성추문 보도와 이로 인한 총영사의 본국송환 사건, 한국계 은행지점들의 비리보도를 통해 지점장들의 비리수사를 이끌어낸 사건, 가까이는 삼성 이재용의 유학시절 비자금 조성의혹, 각하의 BBK사건 집중보도까지 수많은 한국 정재계 인사들의 굵직한 사건을 다뤄왔고 그 댓가로 숱한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 비하면 유디 성추문 정도야 할 수도 있겠으나 유디에게 문제제기한 이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과 고초 역시 만만치 않다. 필자 또한 수차례 몰카 촬영과 협박, 악의적인 선전, 교묘한 영업방해와 소송에 시달리며 치과경영에 타격을 입는 판국인데 선데이 저널의 기사가 호기심을 자극해 단지 신문 좀 더 팔아먹으려는 얄팍한 상술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피해자의 주장이 명확한 사실로 밝혀지기까지 우리 모두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정하디 공정한 재판의 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면 끓어오르는 도가니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마어마하게 들끓고 있는 도가니 속에서 내게 튈 작은 흙탕물이 두려워 몸을 피한다면 무진시의 짙은 안개 속에 침묵했던 기득권층의 객관을 가장한 비겁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시각 미국의 재판기록으로 밖에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을 나는 언론의 시각에서 보고 싶다. 피해자의 인권은 충분히 보장받고 있는지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과연 치과그룹 내에 이런 천인공노할 행위가 더 있는지 말이다.

일방적 이야기라고? 민사 재판이니 못 믿을(?) 피해자가 돈으로 합의해버리면 어쩌냐고?
 

당신들의 보도로 피해자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면, 내가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된다면 이미 충분하지 아니한가.

김철신(본지 논설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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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 2011-10-18 18:14:46
말도 안되요.. 일단 해당되는 여성분 힘내십시요..정의는 이깁니다.

유디짱 2011-10-14 19:13:53
우리나라 좋은 나라! 돈 있음 다 되는구나! 김장에서부터 언론 광고까지. 유디 욕한다고 다른치과의사들 바람나서 조강지처 버리고 새살림이 어쩌구 그런 말이 올라오는구나.
건치신문이 일반인에게 이렇게 인기가 있는 신문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건치짱 2011-10-14 11:36:36
건치는 그런 기사는 안 다루나요?

재미있군 2011-10-14 07:20:26
법으로는 자신없나 보구나. 아니면 결정날때까지 불안한가보구나.
오늘 아침 한국일보 잘보았다.
오스템 원가도 공개해라. 보니까 임플란트 원가 올린 기자랑 같더만..
유디치과는 국내에는 100개 밖에 없습니다 라고는 광고 또 안하냐??

ㅎㅎㅎ 2011-10-14 04:12:25
지가 좋아서 지랄하다가 수틀리니까 성추행이냐? 돈보고 붙엇다가 제대로 안풀렷겟지
차라리 돈좀 더달래지 그랫니 어차피 니년도 불륜이잔아 그걸 감싸주는 언론은 또 뭐냐
다른치과의사들 바람나서 조강지처버리고 새살림차린놈 이름 나열해봐??
일이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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