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어느 치과과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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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어느 치과과장의 눈물
  • 김영수
  • 승인 2011.10.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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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기관 실태조사를 준비하는 비치대병원 치과의 고충

 

2년 전으로 기억한다. 수련치과병원 실사위원의 자격으로 지방의 어느 대학병원 치과를 실사할 때였다.

"...한 문제점은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수련기관으로 적합하다고 판정합니다"라고 판정을 내리고 치과과장의 서명을 부탁하자, 해당 치과의 여성과장은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치과과장의 선배격인 해당 치과병원의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존과 교수 등은 갑작스러운 일에 당혹해 하며 그 여과장을 달래 주었다. 그 당시에는 그 과장이 왜 눈물을 보였을까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난 수요일 필자가 근무하는 ‘고대구로병원 치과가 실사를 받았다. 지방의 치과대학병원에도 한 연차의 한 과목 전공 수련의가 3~4명까지가 배정돼 있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 병원 치과는 레지던트 배정 정원이 ’2명‘으로 줄었다.

매해 무슨 지적사항이 그리 많은지, 계속 지적을 당하다가 '작년'에는 그야말로 '세무조사' 수준의 실사를 받고서야 통과되며, 그 모양 그 꼴의 정원으로 지내게 되었다.

그 와중에 지난 연말부터 필자가 과장을 맡게 됐는데, 잇따르는 수련의 배정과 3개 major과(구강악안면외과·보철과·교정과) 간의 불협화음이 초래됐다.

‘치협’의 후대를 받는 당연직인 ‘구강악안면외과’와 2년간 수련의를 못 받은 ‘교정과’가 배정받으면서 나머지 3개과는 배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한 임상예방치과는 치협에서 배정해 주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보철과의 경우는 아쉬운 마음이 심각했다. ‘도대체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억울한 한숨을 쉬는 보철과 수련의들을 보며, 과장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남달랐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금년도 실사에는 다른 해보다 정말로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병원측에 시설 개선요구(도재실, TBI실 등)를 했고, 우리가 준비할 것들(증례 정리, 서류 정리 등)을 구비하느라 전 직원이 몇 달을 고생한 것 같다.

실사 당일 우리의 마음은 그야말로 "진인사대천명"의 각오였다.

실사는 잘 끝났다. 물론 아쉬운, 개선 요망사항에 대한 지적도 받았지만 그 정도면 고대구로병원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그래도 구강악안면외과를 제외한 두 분(보철과, 교정과)의 선배분은 걱정이 태산이다.

물론 두 분의 기대대로 수련의 배정결과도 더불어 좋아진다면 더 좋겠지만, 고대구로병원에 대해 실사위원들이 '나쁜 선입관'을 갖고 가지 않은 것만 해도 금년도 실사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참고로, 이전의 치협 집행부에서 인식됐던 '고대의료원'에 대한 '선입관'이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했는지를 이해 못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실사 때 여러모로 배려해 주신 실사위원 두 분 교수분께 감사드리고, 필자에게 끝까지 깍듯하게 선배 대접을 해 준 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아울러 부족한 필자를 '교수' 대접해 주신 치협 국장님께도 지면을 통해 다시 감사드린다. 이제 그야말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이제야 필자보다 훨씬 젊은 여성치과과장이 펑펑 울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혹시라도 '지적사항'이 있으면 안 되고, '지적사항'이 나왔다는 것이 마치 과장인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 선배와 후배들 뵐 면목이 없어 여린 마음에 눈물을 참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김영수(고대구로병원 치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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