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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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 박종순
  • 승인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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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탑의 아름다움


탑은 백제 미술의 꽃이다.
백제 미술의 아름다움은 서산의 마애삼존불,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백제금동대향로, 산수문전 등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꽃은 백제탑으로 지금은 익산 미륵사탑과 정림사지 오층석탑 두개의 탑만이 남아있다. 그 중 익산 미륵사탑은 지금 보수 공사에 들어가 있어 제대로 온전히 남아 있고 볼 수 있는 탑은 정림사지 탑뿐이다.

어려서 옛 백제 지역에서 자라난 덕에 부여는 비교적 많이 가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부터 또 한참 후에 관심을 갖고 문화유산을 찾기 시작한 곳도 부여였다. 따라서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여러 번 봐 왔을 진데,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미처 깨닫지 못해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 직지사 불교문화대학에서 석탑 강의를 들으며 뚜렷하게 구분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온 탑을 거의 다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여러 양식의 탑 중에서 백제탑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이다.

사실 신라 건축 예술의 백미라 할 석가탑 역시 알고 보면 백제 장인의 후예인 아사달의 손으로 이뤄지지 않았던가. 또한 현해탄 건너 일본에도 아스카지, 호류지를 비롯한 많은 건축물이 백제 장인의 기술로 지어지기 시작하였으니 백제인들의 예술성은 달리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익산 미륵사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탑이다. 목탑의 양식과 부재를 그대로 돌로 표현한 것이고 이를 발전시킨 것이 정림사 탑인데 목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세부양식이 약화되면서 예술적으로 정돈되고 조형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신비로운 비례로 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체감률과 백제탑의 특징이라 할 얇고 넓은 옥개석, 그리고 처마 끝의 들린 곡선과 약간 휜 추녀 마루 곡선은 상대적으로 길게 뽑은 처마와 어울려 경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장중하고 위엄 있는 깊이 또한 느껴지는 탑이다.

백제 멸망 후 백제계 석탑이 만들어지지 않다가 고려 시대부터 옛 백제 지역에는 이 정림사지 탑의 계보를 잇는 이른바 백제계 탑들이 다시 세워지게 된다. 부여 장하리 삼층석탑,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군산 죽산리 삼층석탑, 서천 비인리 오층석탑, 정읍 은선리 삼층탑 등. 이들 또한 하나하나 다시 찾아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

박종순(건치 문화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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